내가 좋아하는
시인 조재도
1
마당 가 화덕에 장작불이 괄하다
양은 솥엔 잉어며 닭이며 대추며 삼이 담복 들었다
피―피 즐거운 소리를 내며 끓고 있는 것은
어머니의 보약이다.
2
잉어의 살점이 아주
흠씬 익게 고아지면
약을 짜서 유리병에 담는다
잗다란 거품이 방울방울 솟는다
뻐끔대는 물고기 입 같다.
3
찍어 먹어보면 다다분하고
맡아보면 들척지근하다
한방에도 없다는
어름어름 알게 된
젊을 적부터 입에 맞는다는
어머니의 보약.
4
유리병에 담긴 그것을 보며
나는 이 보약 드시고 좋아질
어머니의 몸과 입맛과
더구나 일 년 농사일 다 끝나
이제 좀 쉬어도 좋은 그런 때가 되었음이
무엇보다 좋다.
출처 : 조재도 시집 《어머니 사시던 고향은》(열린서가, 2023)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