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퀘백주 현지에서 산불 진화작업을 벌이고 있는 소방대원들. 사진 소방청
캐나다 퀘백주 현지에서 산불 진화작업을 벌이고 있는 소방대원들. 사진 소방청

캐나다 산불진화 임무를 마치고 귀국한 소방대원 70명이 안전하게 일상 업무에 복귀하고 있다. 이들은 31일간 캐나다 퀘백주에서 소방활동을 했다. 소방청은 그 31일간의 기록을 공개했다.

7월 2일 현지에 도착한 한국긴급구호대는 르벨 슈흐 게비용(오타와 북쪽 510km) 지역에 배치됐다. 이곳은 주민대피령이 두 차례나 내려지는 등 퀘백주에서도 산불이 심각한 지역이었다. 한국긴급구호대는 매일 새벽 5시 베이스캠프에서 2시간 정도 거리를 이동해 캐나다, 미국 진화인력과 함께 진화작업을 벌였다.

우리나라 산불 환경과는 달라 발이 푹푹 빠지는 늪지대가 있는가 하면, 바짝 마른 곳은 바람이 불면 눈을 뜨기 힘들 정도로 먼지가 일어났다. 이같은 어려움을 이겨내며 구호대는 산불 진화에 힘을 보냈다.

그런데 대원들은 산불의 위협보다 포유류의 피를 빨아먹는 흡혈 흑파리와 처음 보는 낯선 해충들의 공격에 고생한 것으로 전해졌다. 흑파리에게 물리면 심한 경우 쇼크가 오는 사례도 있있었다. 대원들은 얼굴에 그물망을 쓰고 진화 작업에 임했지만, 그물망을 뚫고 들어오는 경우도 많아 대원들이 진찰받은 사례 중 70%가 벌레 물림이었다.

캐나다 퀘백주 현지에서 산불 진화작업을 벌이고 있는 소방대원들. 사진 소방청
캐나다 퀘백주 현지에서 산불 진화작업을 벌이고 있는 소방대원들. 사진 소방청

이러한 악조건 속에서도 대한민국 긴급구호대의 산불진화 능력은 빛을 발했다. 특히 그동안 경북과 강원에서 발생한 대형산불에 수차례 대응하면서 노하우를 쌓아온 경북소방, 강원소방의 산불진화 특수 대원들은 현지에서 그 노하우를 발휘했다. ‘진화 시 땅 표면에는 불씨가 없지만 나무뿌리에 숨겨진 불씨가 재발화하는 경우가 많았던 점’을 고려해 길이가 수십 미터에 이르는 나무뿌리 부근까지 흙을 파헤쳐 잔불을 제거했다.

화재 진압을 위해 이동하는 소방대원들. 사진 소방청
화재 진압을 위해 이동하는 소방대원들. 사진 소방청

또 간호사 자격과 응급구조사 자격을 갖춘 우리 대원들은 현지 메디컬 트럭을 운용하며 응급의료지원에도 큰 역할을 했다. 현지작전위임권을 가진 미국측은 화재진압뿐 아니라 구급 활동 자격을 갖춘 대한민국 소방의 폭넓은 업무영역과 전문성에 감탄하며 메디컬 트럭 운용을 요청했다. 이에 활동이 종료되는 시점까지 한국의 소방대원들은 산불 진화와 메디컬 트럭 운용 업무를 병행하였다. 7월 11일 현지 진화대원이 산불 진화작업 중 부상하자 즉시 응급조치에 나서기도 했다. 이날 체력단련 중이던 대원 4명은 마을에 있는 마트에서 불이 난 것을 목격하고 인근 소화기를 이용해 초기에 진화했다.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고, 뒤이어 도착한 현지 소방대원들에게 현장을 인계했다. 이후 마을 주민들로부터 고맙다는 인사를 받기도 했다.

7월 11일(현지 시각) 부상당한 현지 대원을 응급조치 하고 있는 대한민국 소방대원. 사진 소방청
7월 11일(현지 시각) 부상당한 현지 대원을 응급조치 하고 있는 대한민국 소방대원. 사진 소방청

산불 진화율 94%라는 성과 외에도 이처럼 다양한 활동을 펼친 대원들은 8월 2일 무사히 귀국했다. 이들은 건강검진 후 순차적으로 업무에 복귀하고 있다.

해외긴급구호대 소방청 파견단장으로 대원들을 이끈 최홍영 소방청 화재대응조사과장은 “그동안의 현장 활동을 바탕으로 대한민국 소방이 국제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뜻깊은 시간이었다”며 “앞으로도 기후위기 등 전 세계가 겪고 있는 재난 앞에서, 국가의 경계를 넘어 우리 소방이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해 협력해 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