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복궁 집경당에서 600년 전 세종대왕 시절 시각장애인 악단인 ‘관현맹인管絃盲人’공연을 되살려 찬란한 고궁의 봄을 연주한다.

장애인의 날을 맞아 문화재청은 실로암시각장애인복지회와 공동으로 오는 20일 오후 3시 관현맹인전통예술단의 ‘3인3색 세종의 봄을 품다’공연을 펼친다. 역사적 인물 세종대왕과 특별한 장소 경복궁을 결합한 공연으로 지난해 수정전 공연에 이어 두 번째 열린다.

지난해 경복궁 수정전에서 열린 '관현맹인' 재현 행사. [사진=문화재청]
지난해 경복궁 수정전에서 열린 '관현맹인' 재현 행사. [사진=문화재청]

거문고와 대금, 단소 연주자 3인이 기예를 펼치는 이번 무대에서는 국가무형문화재 가사 이수자와 정가가 어우러져 코로나로 지친 사람들에게 일상 회복의 희망을 전할 예정이다. 공연에서는 담담하면서도 흐르는 물과 같은 멋이 담긴 ‘우락羽樂’ 새로운 생명의 시작을 여는 맑은 비를 표현한 ‘청우淸雨’, 노곤한 봄날의 졸음을 뜻하는 ‘춘면곡春眠曲’, 그리고 태평성대를 기원하는 정악합주곡 ‘천년만세’를 연주한다.

‘관현맹인’은 600년 전 시각장애인 악사들에게 관직과 녹봉을 주고 궁중 잔치 때 연주하는 궁중악사로서 등용했던 제도이다.

조선왕조실록에는 세종 13년(1431) 5월 27일 “관현악을 연주하는 맹인들에게도 악공의 예에 따라 콩 한 섬을 더 주게 했다”는 기록이 있다. 또한 세종16년(1434) 11월 24일에는 ”예조에서 관습도감의 관현을 다루는 맹인은 재주를 시험하여 직책을 받도록 이미 일찍이 입법되어 있으나, 그중 천구(賤口, 노비와 같은 천인)에 관계된 자는 재주를 시험하여 직책을 받지 못하니 재주에 따라 관직을 제수해 줄 것을 청해 그대로 따랐다”는 기록이 나온다.

세종대왕의 애민정신이 담긴 이번 공연으로 관람객들은 장애 유무와 상관없이 흥겨운 국악으로 소통하며 생명의 봄을 맞은 기쁨을 함께 나눌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소규모 실내공연으로 기획되어 당일 공연장에 오지 못하는 관람객을 위해 공연을 영상에 담아 5월 20일부터 문화재청, 관련맹인전통예술단 유튜브에 공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