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역 인근 염천교에는 구두 장인들의 거리가 있다. 대부분 10대 중후반에 구두 일을 시작한 장인 중에는 6.25 한국전쟁 이전부터 터를 잡은 이들도 있다. 그들이 겪고 살아온 삶이 서울의 역사가 된다.

서울역사편찬원(원장 이상배)은 7일 염천교 구두장인들의 삶을 직접 구술로 풀어낸 서울역사구술자료집 제12권 ‘구두 한 켤레에 일생을 담다-염천교의 구두장인들’을 출간했다.

서울역사편찬원은 염천교 구두장인 10인의 이야기를 직접 채록한 '구두 한 켤레에 일생을 담다-염천교의 구두장인들'을 출간했다. [사진=서울시]
서울역사편찬원은 염천교 구두장인 10인의 이야기를 직접 채록한 '구두 한 켤레에 일생을 담다-염천교의 구두장인들'을 출간했다. [사진=서울시]

염천교 일대를 무대로 활동한 구두장인 10인의 목소리를 통해 그들이 어떻게 구두일을 배웠는지 견습생 시절 모습, 당시 구두공장의 풍경과 근무 문화, 서울 중소공장에서의 일상을 재구성할 수 귀중한 증언들이 자료집에 담겼다.

책 속에 담긴 그들의 삶과 서울의 변화는 파란만장하다. 1960~70년대 경제성장과 함께 패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며 구두 수요도 높아졌다. 밤낮없이 바쁘게 일했던 그들은 1980년대를 ‘염천교의 전성기’로 기억한다. 지방 구두상점들이 이곳에서 기성화를 도매로 납품받아 당시 전국으로 팔리는 구두 중 상당수가 염천교에서 만든 제품이었다.

2000년대 이후 인터넷과 홈쇼핑 등 유통구조가 변화하고 저가의 중국산 제품으로 인해 시장은 잠식되었다. 이 무렵 구두산업의 침체기를 맞은 염천교 구두장인들. 그들은 이를 극복하기 위해 수제화와 특수화 분야로 눈을 돌려야 한다고 말한다.

공장식 기성화가 충족시킬 수 없는 수제화만의 견고함과 마감, 소비자 개개인을 위한 맞춤형 구두, 댄스화와 같은 특수 분야의 개척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들은 끊임없이 발전하는 서울의 역동성과 일맥상통한다.

한땀 한땀 구두를 만들어 가는 과정에 장인들의 일과 삶이 녹아있고, 그들이 경험한 일과 삶은 서울 중소상공업의 변화상을 반영한다. 장인들이 만든 한 켤레 구두 속에도 서울이 바뀌는 모습이 담겨 있는 것이다.

서울역사구술자료집 제12권 ‘구두 한 켤레에 일생을 담다-염천교의 구두장인들’은 서울 주요 공공도서관에서 열람할 수 있고, 서울시철 지하 1층 시민청에 있는 서울책방에서 구매할 수 있다. 서울책방 홈페이지에서 온라인 구매 가능하며, 8월부터는 서울역사편찬원 홈페이지에서 전자책으로 온라인 서비스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