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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이아(Gaia) 이론과 지구시민의식[칼럼] 김광린 국제뇌교육종합대학원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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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1.25  10:56:12
김광린 국제뇌교육종합대학원대학교 교수  |  k-spirit@naver.com

 홍익사상에 따르면, 지구는 우주 근원 생명의 속성을 공유한 ‘하나의 초생명체’이다. 이러한 홍익사상의 지구관을 더욱 잘 이해하게 해주는 것으로 ‘가이아(Gaia) 이론’이 있다. 가이아 이론이란 영국의 대기과학자 러브 록(James Ephraim Lovelock)이 제안한 것으로 한마디로 지구를 무생물의 흙덩어리로 보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거대한 생명체로 보는 것이다. 즉 지구는 지구에 깃들어 있는 각종 생명체가 살아가기에 적합하도록 스스로 환경을 조절하는 능력을 지닌 존재라는 것이다.
 

   
▲ 김광린 국제뇌교육대학원대학교 교수

이 이론에 따르면 지구생물권은 주변 환경에 단순히 적응하며 생존을 영위하는 소극적이고 수동적인 존재가 아니라 지구의 제반 환경을 변화시키는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존재이다. 더 나아가 지구의 생물권만이 아니라 심지어 대기, 해양, 암석 등 무생물권을 포괄하는 지구의 모든 존재가 지구의 환경 조절 작용에 함께 관여하고 있다. 즉 지구에 서식하는 모든 생명체와 지구의 모든 물질이 상호 조화롭게 연결된 가운데 한데 통합되어 단일한 하나의 시스템, 곧 살아 있는 지구라는 초(超)생명체를 이루고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인류가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 잠시도 쉬지 않고 호흡해야 하는 공기는, 질소 78.3%, 산소 20.99%, 아르곤 0.93%, CO2 0.03%, 기타 0.02%로 항상 일정한 기체들의 농도와 구성비로 유지되고 바닷물의 염도(鹽度) 또한 평균 34.72%로 늘 일정한 농도를 유지한다. 동적 조절 작용에 의해서만 달성될 수 있는 이와 같은 항상성(homeostasis)이 바로 지구가 초생명체라는 객관적 증거라는 것이다.


현재 인류는 지구 내 모든 존재의 생존이 상호 연결 및 의존되어 있음을, 그리고 인류가 평화롭게 생존하기 위해서는 인간 이외의 다른 존재들과 조화롭게 공존해야 한다는 지극히 당연한 사실을 망각하며 살아가는 우를 범하고 있다. 현재 우리가 목도하고 있는 지구환경의 위기란 초생명체로서 지구가 지닌 능동적 조절에 의한 항상성, 곧 자연의 자기 복원력에 손상이 가해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생물들의 생존에 적합하게 되어 있는 지구의 기후와 화학적 속성에 비정상적 상황이 발생되는 경우, 즉 지구 고유의 항상성이 파괴되는 경우, 지구에 깃들어 살아가는 인류를 포함한 모든 생명체들의 생존에 위험이 초래될 수밖에 없다.

 

 주지하듯이 일일생활권의 지구촌 시대가 도래하면서, 개별 국가의 능력과 노력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지구촌 차원의 공동 문제가 증가하고 있다. 그 중 가장 심감하고 긴급한 문제가 지구의 항상성 훼손과 이로 인한 지구환경 변화의 문제임은 다언을 요하지 않는다.

그 책임은 생태계 파괴 물질을 생산 판매하는 기업에게도 있지만, 이러한 물질을 소비하고 욕구하는 개개 인간이 없다면 생산이 이루어 질 수 없다는 점에서 개개 인간에게 더 큰 책임이 있다고 보는 것이 옳을 것이다. 그러므로 양식을 갖춘 지구촌의 거주자라면, 프랑스의 철학자 발리바르(Etinne Balibar)가 적절히 지적한 바 있듯이, 이미 ‘보편적 현실로 존재하는 지구 운명공동체’를 어떻게 상생과 조화의 공동체로 승화해 나가야 할 것인가 하는 문제를 고민하는 마음자세, 즉 지구시민의 의식을 가져야 한다.

 

공존이냐 아니면 공멸이냐의 지구 운명공동체적 상황이 현실화되면서, 나만 생각하는 개인의식, 그리고 각 민족국가(nation state)만의 틀에 갇혀 있었던 ‘국민(國民)’을 초월하여 지구촌의 새로운 주권자로서의 '인류(人類, humanity) 의식' 및 인류공동체 정신에 기반을 둔 지구시민 의식의 형성이 긴급과제로 부상한 것이다. 지구환경 변화가 인류에게 엄청난 대재앙의 시작일 수 있지만, 이와 같은 대위기가 역설적으로 인류를 포함하여 지구 전체를 하나로 묶는 보편 역사의 가능성을 확대하고 있다. 이러한 점에서 지구환경 위기는 공존공영의 지구촌 건설의 기회가 될 수도 있다.

근대 이후 인류는 지구가 광대한 기간에 걸쳐 축적해 놓은 화석연료를 불과 200여년의 비교적 짧은 기간에 집중적으로 소비하면서, 인류는 역사 이래 처음으로 이른바 ‘지질학적 행위자(geological agent)’가 되었다. 인류의 문명적 행위가 자연의 지속가능성과 스스로의 치유력 혹은 복원력을 포함하여 지구의 존립자체에 즉각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 것이다. 그 결과 유사 이래 이제 더 이상 인류의 역사와 자연의 역사를 구분하는 일이 무의미해지게 되었다. 그 당연한 결과로 이제 더 이상 인류만을 시야에 넣는 문명을 지향할 수도 가능할 수도 없게 되었다. 지구 자체의 파멸을 가져올지도 모를 위기적 상황에 처하게 되면서, 인류만이 아니라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존재 포괄하는 지구 운명공동체 의식으로 살아가야 하는 단계에 도달한 것이다.

 

 인간과 자연을 분리된 것으로 보고, 자연을 가공의 대상으로 삼는 서구의 자연관, 자연에 인간의 의지를 관철할 수단으로서의 과학, 그리고 이러한 과학이 일궈낸 물질문명에 대한 반성이 서구인들 스스로 제기하고 있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러면 공존공영의 지구촌 건설을 목표로 세상에 존재하는 다양한 가치, 사상, 그리고 이해관계들을 통합해 낼 수 있는 공통의 기준은 무엇이어야 할까? 그 것은 모든 가치들의 토대이고 모든 생명체의 삶의 뿌리인 동시에 생명 그 자체인 지구이다. 지구의 존재 자체가 위협받지 않던 시기, 즉 인류의 역사와 자연의 역사를 구별하는 것이 가능하던 시기에는 지구 운명공동체 개념이 한계적으로만 호소력을 지닐 수밖에 없었다. 자기 자신의 존재에 의미를 제공해 준다고 믿는 특수한 가치와 사상들을 절대시하고 이를 추구하기 위하여 갈등하고 다투는 일에 빠진 채, 인류가 자기 존재의 토대이자 터전인 지구에 대해서는 소홀히 다뤄 왔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인류의 문명이 지구의 항상성을 지속적으로 훼손하여  지구의 존재 자체가 위협받게 되면서 지구를 모든 가치의 중심으로 삼는 인식의 전환은 지구평화 실현의 필요충분조건이 되었다. 지구시민으로서의 정체성을 지니고 지구를 사랑한다는 것은 단순히 지구환경을 보호하는 차원이 아니라 지구를 하나의 공동체로 인식하고 지구공동체에 대한 자신의 책임과 역할을 수행하는 데에서 보람을 느끼는 것을 의미한다. 지구시민으로서의 정체성을 지닐 때 이념과 사상과 종교의 차이는 하나의 지구공동체 안에서의 사고의 다양성에 지나지 않게 되고, 오히려 지구공동체가 가지는 문화적 포용력과 풍요로움의 원천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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