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숙 경기남부3지역 국학원장.

개천절은 언제부터 있었을까? 올해는 서기로 2010년이고 단기로는 4343년이다. 서기는 예수님이 탄생을 기점으로 하고 단기는 단군왕검이 나라를 세운 해를 기점으로 하니 나라를 세운지 4343년이 되었다는 얘기이다. 그래서 우리는 늘 이렇게 말한다. “한민족은 반만년의 유구한 역사를 가진 위대한 민족이다”

그러나 더 거슬러 올라가보면 실제로 개천을 한 것은 단군이 나라를 세운 것보다 1,565년 전, 즉 서기 전 5,899년 한웅 배달국시대이다. 삼국유사는 거발한 한웅이 3,000명의 무리를 이끌고 태백산 정상 신단수 아래 도읍을 하여 신시를 개천 하셨고 단인천제께서 천부인 (청동거울, 검, 방울)을 한웅에게 전하여 인간세상을 다스리게 했다.”고 전한다.

개천절을 10월3일로 삼은 것은 한해동안 농사를 마무리하고 먹음직스런 햇과일과 햇곡식을 마련하고 하늘에 감사하는 마음을 정성스럽게 올릴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 날은 천손으로서 제천祭天 행사를 하며 하늘의 마음으로 살아가기를 다짐했다. 강화도 마니산에 참성단이 있고 강원도 태백산, 대구 팔공산 등 수많은 곳에 천제단이 있는 것이 바로 이것을 잘 말해주고 있다.

대한민국은 단군왕검이 나라를 세운 10월 3일을 ‘개천절’로 한민족의 생일로 경축하고 있다. 이 날을 ‘개국 開國’이 아닌 ‘개천 開天 (하늘의 뜻을 세상에 편다)’의 날로 정한 것은 한민족의 천손天孫 사상에 따른 것이다.

우리 한민족에게 오래전부터 전해져 내려오는 천부경에 ‘ 인중천지일 人中天地一’이란 “사람 안에 하늘과 땅이 들어있다.”는 뜻을 담고 있다. 개천의 역사적 의미는 하늘을 사랑하고 땅에 감사하고 사람을 사랑하는 천지인天地人 정신에 뿌리를 두고 있다.

자기 안에 하늘이 들어와 있음을 이미 알고 있던 한민족은 하늘과 관련된 말을 많이 했다 “하늘이 무섭지도 않느냐?”“하늘이 알고 땅이 안다.”“하늘이 도울 것이다.”. 내가 잘했는지 잘못했는지 누가 무어라 하기 전에 알아차리는 것은 양심이 있기 때문인데 그 양심이 바로 하늘의 마음인 것이다.

“널리 두루 인간을 이롭게 하라.”는 홍익인간 弘益人間 정신 또한 이 천지인 사상에서 나온 것으로 우리 한민족은 자연과 어우러져 서로 도우며 사랑하며 살아왔던 아름답고 위대한 민족이다. 감을 딸 때도 까치밥을 남겨 놓았고 들판에 짐승에게도 ‘고수레’ 하면서 음식을 던져 주었으며 작은 미생물의 생명도 함부로 해치지 않기 위해 수채 구멍에 뜨거운 물을 붓지 않고 식혀서 버렸다고 한다.

홍익정신을 잃어버리고 수많은 외침外侵을 받으며 왜곡되고 찢겨진 우리의 위대한 역사와 정신이 일제 식민지 시대에 완전히 뿌리 채 뽑혀 이제는 단군얘기를 하면 “신화다”“종교다”한다. 홍익정신을 말하면 고리타분하게 생각하는 이들이 아직 많다. 외래의 물질문명이 들어오면서 우리 것은 하찮은 것이고 외국 것은 더 우월하다는 잘못된 시각이 지금도 존재하고 있다 .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21세기는 물질문명과 과학문명은 발달하였으나 많은 사람들의 행복지수는 그리 높지 않다. 특히 대한민국은 세계 행복지수에 따르면 178개국 중 102위를 기록하고 있다. 청소년 흡연율과 이혼증가율 세계 1위라는 불명예를 안고 있다. 더욱 놀라운 것은 한국의 자살률이 세계 1위라는 점이다.

이제 우리에겐 인간이 가져야할 휴머니즘, 인간친화적인 문화가 절실한 때이다. 아무리 물질이 풍요하다고 해도 자신이 누구인지,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를 모른다면 우리는 행복해질 수 없다. 자신의 가치를 바르게 알 때 인간 친화적이 될 수 있고 인간답게 살아갈 수 있는 것이다.

음력 개천절 開天節 (11월 8일)을 맞이해서 21세기에 개천절의 의미를 다시금 되새기고 싶은 이유는 너도 좋고 나도 좋고 우리 모두가 좋은 홍익인간정신으로 우리 선조들이 모두가 하나임을 알고 십시일반으로 서로 도우며 살았던 그 정신을 배우고자 함이다.

우리는 할 수 있다. 위대한 홍익정신으로 몇 천년을 살았던 역사가 있고 역동적이며 열정적이며 누구보다 따듯한 가슴을 가진 대한민국 大韓民國 국민이 다시 마음을 모으기만 한다면 그 어떤 민족보다 아름답게 잘 살아갈 것이라고 믿는다. 그리고 더 나아가 다른 지구촌에 어려운 사람들에게도 도움이 되고 사랑을 나눌 줄 아는 우리가 될 것임을 안다. 왜냐하면 우리는 모두 하나라는 한 정신, 천지인 정신, 홍익인간 정신이 우리 모두의 유전자속에 녹아들어있기 때문이고 우리 모두가 원하는 삶이기 때문이다.

음력 개천절에 이런 희망을 나눌 수 있고 함께 하는 분들이 계셔서 너무나 기쁘고 감사하며 우리가 가진 희망이 한 조각 한 조각 모여서 지구촌 전체가 홍익의 마음으로 건강하고 행복하고 평화로운 세상을 만들어 가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