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산예술센터 시즌 프로그램 '파란나라', 오는 16일부터 막 올라

  1967년 4월 첫째 주, 미국 캘리포니아 주 팔로알토의 큐벌리 고등학교 역사수업시간, 홀로코스트 영상을 본 한 학생이 역사교사 론 존스에게 질문을 했다.

"나치는 10%에 불과했는데 왜 90%의 독일 시민들은 홀로코스트를 막지 않았나요?"

 3일 뒤, 그 학생은 '환상적인 실험'을 통해 이 질문을 몸소 체험하게 된다.- EBS 지식채널e 다큐멘터리 [환상적인 실험] 1, 2부(671화, 673화)

▲ 서울문화재단 남산예술센터와 극단 신세계가 공동 제작한 '파란나라'(작/연출 김수정)가 11월 16일(수)부터 27일(일)까지 남산예술센터 무대에 오른다. <사진=서울문화재단>

'파란나라'는 EBS 다큐멘터리 ‘지식채널e-환상적인 실험’ 편에 소개된 1967년 미국 캘리포니아 주 큐벌리 고등학교에서 실제로 일어난 사건을 극화했다. '제3의 물결(The Third Wave)'을 바탕으로 쓰인 작품이다.

서울문화재단(대표이사 주철환) 남산예술센터와 극단 신세계가 공동 제작한 '파란나라'(작/연출 김수정)가 오는 11월 16일(수)부터 27일(일)까지 남산예술센터 무대에 오른다.

'파란나라'는 통제가 어려운 교실을 보여주고, 학생들을 통솔할 수 없는 선생님이 학생들을 집중시키기 위해 조퇴를 조건으로 내세운 게임으로 시작된다. ‘훈련을 통한, 공동체를 통한, 실천을 통한 힘의 집결’이라는 구호 아래, 그 어떤 것으로도 차별하지 않는 파란나라를 만들고자 시작된 ‘파란혁명’은 순식간에 교실을 넘어 학교 전체로 퍼져나간다. 개인의 자유가 보장되는 교실임에도 학생들은 집단의 힘이 곧 자신의 힘으로 착각해 집단을 자기 자신의 이익보다 우선시한다.

 김수정(33, 극단 신세계 대표) 연출은 홀로코스트가 일어난 이유를 ‘사람들은 왜 대부분 집단 내에서 자유로움을 추구하면서, 동시에 집단의 규율 아래 통제되고 싶어 하는가?’에 주목했다. '파란나라'에서 한국 사회를 살아가는 2016년의 고등학생들을 주인공으로 그들이 어떻게 집단주의를 경험해 가는지 보여준다.

 우리 사회 속에 숨어있는 이와 같은 집단주의를 극명히 드러내고자 하는 연출가의 의도는 관객에게 흰색 상의를 입고 연극을 관람하러 오길 종용하는 안내문구 "본 공연의 관객 분들은 흰생 상의를 입고 오셔야 합니다. 다른 색상의 옷을 착용하실 경우 느낄 불쾌감에 대해 남산예술센터와 극단 신세계는 어떠한 책임도 질 수 없음을 안내드립니다. 선택은 관객 분들의 몫입니다" 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공연장에 들어선 관객들은 '파란나라'에서 강조하는 집단주의, 불평등, 개인의 자유를 간접 체험하게 되며, 작품 속 실험이 오늘날 우리 사회와 닮아있음을 절감하게 될 것이다.

간접체험을 극대화할 생생한 교실, 학생, 교사의 모습은 배우들의 사전 조사를 통해 완성됐다. 배우들은 올해 초부터 석관중학교, 동구여자중학교, 강원고등학교 등 수도권과 지방 학교에서 연극 교사로 수업을 진행해왔다. 또한 ‘협동조합 학습공동체 아카데미쿱(AcademiCOOP)’과 수도권 고등학교 교사 및 학생과 각각 심도 있는 토론을 통해 지금 사회가 원하는 교실과 학생의 표본, 그리고 개개인의 학생상(象) 속 집단주의적 특징을 수집했다. 

이렇게 수집된 학생 인터뷰로  김연홍 학생(수원 영복여자고등학교 2학년)에게 어떤 파란나라를 꿈꾸냐고 물었더니, "우리를 성적만으로 등급을 매기고 판단하는 건 올바르지 않다고 생각해요. 제가 정말 좋아하고 원하는 일을 차별 없이, 즐겁게 할 수 있는 세상에 살고 싶어요"라고 했다. 

공연의 마지막 장면에서는 성북문화재단 ‘뮤지컬 멘토링’에 참여 중인 고등학생 등 30여 명의 실제 학생들이 무대에 올라 같은 동작과 구호를 외치며 극적인 장면을 연출한다.

이경미 연극평론가는 2016년 가을호 리뷰에서 "관객과 논리적으로 소통하기보다는 몸이라는 지극히 물질적인 매체로 감각적으로 다가서는 김수정과 극단 신세계는 작품마다 거칠고 도발적인 연극 문법으로 현실사회의 불편함을 적나라하게 고발해오며, 질서유지라는 명분하에 벌어지는 보이지 않는 폭력을 상징화해 현대사회의 강요된 질서와 집단 세뇌에 묵직한 돌직구를 던지는 작품들을 주로 선보여 왔다. 이번 무대를 통해 올해 남산예술센터 시즌 프로그램의 최연소 연출가인 김수정의 장차 행보를 가늠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라고 평을 했다.

남산예술센터는 이번 작품과 공감대를 가진 학생 관객들을 배려해 대학수학능력시험일인 17일(목)에 맞춰 '파란나라'를 공연하며, 관객과의 소통을 위한 극장투어 ‘남산여담-어바웃스테이지(AboutStage)’을 마련했다. 오는 11월 26일(토) 12시부터 남산예술센터 극장 내부와 무대를 경험할 수 있는 투어가 이어진다.

또한  '파란나라' 희곡선은 공연 개막일에 맞춰 출간돼 극장 로비와 주요 온·오프라인 서점에서 11월 16일(수)부터 판매한다. 자세한 사항은 남산예술센터 누리집(www.nsartscenter.or.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파란나라'는 남산예술센터, 인터파크, 대학로티켓닷컴, 클립서비스, 예스24공연, 옥션티켓 예매사이트를 통해 예매할 수 있다. 만13세(중학생) 이상 관람가, 전석 3만원, 청소년 및 대학생은 1만 8천원. (문의 02-758-21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