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대통령(大統領)은 국가 원수이다. 모든 명령을 내려 통합하는 직책이라는 뜻이다. 대통령은 내란죄 또는 외환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재직 중 형사상의 소추를 받지 않는 특권을 누릴 뿐만 아니라, 국가원수 또는 행정부의 수장으로서 광범한 권한을 행사한다. 특히 외교에 관한 권한, 조약의 체결 ·비준에 관한 권한, 선전포고 및 강화에 관한 권한, 공무원임면권, 국군통수권, 영전 수여권, 법률안거부권, 명령제정권, 사면ㆍ감형ㆍ복권에 관한 권한 등의 중요한 권한이 부여된다.

절대 명령권자가 왕 곧, 군주일 때 군주체제라고 한다. 한 가문의 혈통에 따라 절대 권력을 세습하는 정치제도이다. 그런 의미에서 북한의 김정은은 '권력은 총구에서 나온다.'는 슬로건으로 세운 현대판 왕가의 절대 세습군주이다.

 

민주주의 체제는 개인의 능력에 따라 절대 권력이 옮겨가는 정치체제이다. 이때의 ‘능력’이란 많은 국민으로부터 선택받는 힘이다. 그런 선택의 행위를 우리는 ‘선거’라고 한다. 국민 대신 가장 큰 권력을 가진 개인을 뽑는 선거는 ‘대선’이고, 국민 대신 그 권력을 돕고 견제하는 총 대리인인 국회의원을 뽑는 것을 ‘총선’이라고 한다. 대선에서 선택된 대통령을 돕는 무리를 여당이라고 하고, 그들이 나라와 국민을 위한 바람직한 길로 가도록 권력을 견제하고 비판하는 무리를 야당이라고 한다.

중요한 점은 대통령이든 여야 국회의원이든, 생업에 바쁜 국민을 대신하여 고용된 ‘자연인’이 아니라 ‘직책’이라는 점이다. 직책을 받은 직원이 고용주의 마음을 잘 헤아려 성실하고 정성껏 임무를 수행하면 ‘오랫동안 선택'받을 것이고 그렇지 못하면 시쳇말로‘짤 릴 것’이다. 정성껏 임무를 수행하려면 상대방의 이야기를‘경청(敬聽)’해야 한다.‘경청’이란 상대방을 존경하는 마음으로 대하는 것이다. ‘경청’은 인격의 완성도를 가름할 수 있는 잣대이며 사람과 조직의 품격이고 향기이다. ‘경청’하지 않는 사람은 ‘존경’ 받지 못할 뿐 아니라 발전하지도 못한다. ‘경청’은 소통의 열쇠이고, 소통은 생존의 법칙이다. 모든 생명은 피가 돌고, 숨이 통해야 존재할 수 있듯이 조직과 사회도 같다. 힘차게 생명력이 발현된 창조적인 사회는 개인과 집단의 생각과 정보가 잘 소통되는 사회이다. 소수집단의 작은 의견이나, 반대 의견이라도 ‘경청’하는 사회이다. 하물며 가장 큰 권한과 의무를 위임받은 대통령의 말일 경우에는 더 말해 무엇하랴.

북한의 독재자 김정은은 국제사회의 반대와 인민의 고통을 무시하고 핵과 미사일로 우리의 생존을 대를 이어 겁박하였고 이제 그 끝판에 이르고 있다. 며칠 전 국회에서,  김정은의 협박에 비상한 결단으로 대처하는 박근혜 대통령의 특별 담화가 있었다. 그 자리에 임하는 여야 국회의원들의 태도를 본 국민의 마음은 한없이 무겁기만 하다. 국가 명운이 갈려질 수 있는 대통령의 담화를 듣는 야당의원들의 불성실한 태도에 더는 할 말이 없다. 여당 의원들의 태도도 더 나아 보이지는 않는다. 담화를 끝낸 대통령의 퇴장에 우르르 몰려나와 제각기 ‘나 여기 있소’라는 듯이 눈도장을 찍으려는 측은한 모습을 지켜봐야 하는 국민의 가슴은 답답할 뿐이다. 모두가 경청과는 거리가 먼 국민대변자의 태도요 품격이기 때문이다.

의회 민주주의의 전통이 깊은 나라들일수록 대통령에 대한 예우를 잘 지킨다. 비록 정적일지라도 대통령 ‘아무개 씨’가 아니라 우리 쪽보다 더 많은 국민의 선택을 받아 권한을 위임받은 ‘아무개 씨’로 인정하기 때문이다. 미국은 매년 2월의 세 번째 월요일을 ‘대통령의 날(President’s Day)'로 삼아 공휴일로 기념한다. 역대 대통령을 기념한다는 뜻은 아직 생존하든지, 이미 세상을 떠났든지 간에 그들의 업적을 국민이 세세토록 기억하겠다는 뜻이다. 존경 받을 치적을 쌓은 대통령은 관계없을 터이나 그렇지 못한 대통령은 등에 식은땀이 흐를 것이다. 선거로 선출하는 제도에서는 바람직한 제도라는 생각이 든다.

대한민국 국민으로부터 최고의 권한을 위임받아 국가와 국민의 운명을 결정하는 대통령의 말을 경청하지 않는 대한민국 국민의 대변자들은 오직 대한민국 국민을 무시하는 존재들일 뿐이다. 주권자인 국민은 날카롭게 주시하여 결단코 솎아내야 비로소 희망과 미래가 있을 수 있다. 나아가 대한민국의 대통령(大統領)  또한 권한의 올바른 행사와 더불어 늘 국민의 영혼과 소통할 수 있는 ‘대통령(大通靈)’이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사) 국학원 상임고문, 한민족 역사문화 공원 공원장 원암 장영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