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생아 소두증(小頭症)을 유발하는 지카(Zika) 바이러스가 빠른 속도로 확산되면서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 1일 국제보건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마거릿 챈 WHO 사무총장은 이날 저녁 스위스 제네바 본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모기로 전파되는 지카 바이러스가 신생아 출산에 소두증 등을 유발하는지 결정적인 증거는 아직 없다"면서도 "사태의 위협 수준이 매우 심각한 상황이어서 국제적인 공동대응이 필요한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WHO가 지금까지 비상사태를 선포한 것은 2009년 신종플루, 2014년 에볼라 바이러스 이후 3번째이다.

지카 바이러스는 이집트숲모기가 감염매개체라는 것 말고는 발병경로도 백신도 없어 공포심을 더한다. 더구나 150만 명의 감염사례가 보고된 지카 바이러스 진원지인 브라질에서는 오는 8월 하계올림픽이 열릴 예정이다.

정부는 지카 바이러스 국내 유입 차단을 위해 방역조치에 들어갔다. 그러나 가장 긴장하고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하는 우리 정부는 아직은 심각한 단계는 아니라는 입장이다. 보건복지부는 2일 지카 바이러스가 국내에 유입된 사례가 없고 국내 매개모기 활동 시기가 아니라는 점을 들어 국내 전파 가능성은 낮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전염성이 크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던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는 지난해 어떠했었나. 정부가 초기 대응에 실패하며 1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격리되고, 36명이 목숨을 잃었다. 해외로까지 퍼지며 한국의 방역 수준의 초라함을 여실히 드러냈다.

질병 확산에는 국경이 없고 환자가 발생하면 방어하기도 쉽지 않다. 브라질 등 남미 대륙에서 지난해 지카 바이러스가 발견된 이후 최근 미국, 아시아, 유럽을 포함한 20여 개국으로 바이러스 감염자가 빠르게 번지고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여행을 많이 가는 태국과 인도네시아에서도 최근 감염자가 발생했다.

언제 닥칠지 모르는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정부는 물샐틈없도록 방역체계를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 보건당국과 공항·항만, 의료기관 등이 면밀한 체계를 구축해 의심환자 발생 시 신속한 치료와 정보공유가 이루어지도록 총력 대응 태세를 갖춰야 한다. 아울러 국민의 적극적인 협조도 필요하다. 임산부를 비롯한 국민들도 발병지역 여행자제가 필요하다. 지난해 큰 화(禍)를 부른 메르스 사태의 교훈을 잊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