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근혜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 리커창 중국 총리가 1일 오후 청와대 춘추관에서 공동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11월의 첫날, 박근혜 대통령과 중국 리커창 총리, 일본 아베 신조 총리가 서울에 모였다. 박근혜 정부 들어 첫 3국 정상의 만남이다. 한∙중∙일 정상은 동북아시아 평화협력 공동선언을 통해 3국 회의를 정례화하고, 경제사회 협력을 확대하기로 했다.

이번 정상회담은 2012년 5월 이후 중단되었던 동북아시아 3국의 정상이 만났다는 것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다. 국제지정학적 패권이 아시아로 이동한다는 21세기에, 아시아에서도 가장 강력한 경제적, 군사적 힘을 가진 3국이 한자리에 모인 것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최근 3년 사이 과거사 문제로 인한 갈등, 미국과 중국의 G2 권력 다툼의 긴장감이 고조되는 와중에 성사된 만남이었다.

특히 이번 회담이 한국에서 시작되었다는 점은 눈여겨보아야 할 대목이다. 한국은 3국회의의 첫 개최국으로 3국 협력 사무국을 유치하게 되었다. 그만큼 한국의 역할이 중요하다. 미국과 중국 간 갈등이 첨예한 가운데 사회주의를 대표하는 국가인 중국과 미국을 대변하는 일본이 3국 협력을 이끌어갈 수는 없는 문제다. 또한, 한국은 지구 상 남은 마지막 분단국으로서 북한의 비핵화와 평화 통일을 통한 3국, 나아가 지구촌 평화를 끌어낼 숙명을 안고 있기도 하다.

무엇보다 한국은 한민족의 탄생과 함께 시작된 ‘홍익인간 이화세계’ 철학을 갖고 있다. 중국만이 최고라는 중화주의도, 일왕을 중심으로 한 선민의식도 아니다. 홍익인간 정신은 널리 모두를 이롭게 하라는 뜻으로 지구촌 모든 국가가 상생할 수 있는 평화의 철학이다. 이러한 정신을 바탕으로 한국은 동북아를 넘어 지구촌 평화시대를 열어나가는데 사명을 다 해야 할 것이다.

물론 넘어야 할 관문은 많다. 우선적으로 과거사 문제에 대한 대승적인 결단과 합의가 필요하다. 3국 정상회담 직후 진행된 기자회견에서부터 이에 대한 이견이 드러난 바 있다. 박근혜 대통령과 리커창 중국 총리는 역사를 직시하고 미래를 지향해나가자고 말했다. 반면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과거사에 대한 어떠한 언급도 없이 미래를 향해 함께 가자고만 했다.

이러한 기조는 3국 정상회담 다음 날인 2일 박 대통령과 아베 총리 간의 양자회담에서도 그대로 이어졌다. 양국 정상은 당초 예정되었던 30분을 훌쩍 넘어 1시간 동안 회담을 이어갔다. 하지만 결론은 허무했다. 양국 정상은 기존에 양국 외교부 국장급 실무선에서 진행되어 온 위안부 관련 협의 사항을 조기 타결하는데 속도를 내겠다는 선에서 그쳤다.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다. 현 정부 들어 처음으로 한국과 일본의 정상회담이 성사된 점을 높이 사야 한다. 나아가 한국과 중국, 일본이 동북아시아의 동반자로서 서로 한자리에 모여 손을 맞잡은 것만으로도 이번 3국 정상회담의 의미는 충분하다. 이제부터 시작이다. 대한민국 정부는 동북아 3국, 나아가 세계를 아우를 수 있는 ‘홍익’ 철학을 중심으로 지구촌 평화시대를 열어가는 초석을 다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