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이 문 닫는 시대가 점점 다가오고 있다. 직접 원인은 대학 진학예정자들이 점점 줄어들기 때문이다. 가족계획에 의해 자녀를 적게 낳은 여파가 대학에 미치고 있다. 대학 입학 예상인원은 2013학년도에는 약 56만 명에서 2017년에는 약 52만 명, 2020년도에는 약 47만 명, 2023학년도에는 약 40만 명으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대학 정원 56만 명을 그대로 유지한다면 대학 진학을 원하는 사람은 모두 대학에 입학할 수 있다. 원서만 내면 대학에 갈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대신 모집 정원을 채우지 못하는 대학이 속출하게 된다. 이로 인해 신입생 유치 경쟁 과열, 대학교육의 부실화 등 많은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교육부는 이 같은 문제에 미리 대비하기 하고 대학 교육의 질을 제고하기 위해 지난해 1월 대학 구조개혁 추진계획을 발표했다. 이에 의거 지난 4월부터 8월까지 약 5개월에 걸쳐 총 298개교(일반대, 산업대, 전문대)를 대상으로 정량, 정성지표를 함께 활용하여 종합평가를 진행, 그 결과를 8월31일 발표했다. 최상위 등급은 자율감축하도록 하고 등급별로 4~15%씩 정원을 감축하도록 권고되었다. 하위 2개 등급을 받은 37개 대학에는 재정지원을 제한하는 등 불이익을 주기로 했다. 최하 등급 13개 대학은 사실상 퇴출 대상으로 분류됐다. 
 
이번 발표 결과에 대학은 충격을 받은 듯하다. 예상외 낮은 평가에 크게 반발하는 대학도 있다. 이번 평가가 대학 교육의 질을 제고한다는 것보다는 정원 감축 쪽에 더 비중이 쏠린 탓으로 볼 수 있다. 전임교원 확보율이나 교육비 환원율, 사학재단의 전입금, 등록금 인상 여부 등에 비중을 높게 두지 않거나 평가 대상에서 제외하여 비판을 자초했다.
 

게다가 수도권과 지방 대학간의 불균형도 시정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하위 2개 등급에 속한 대학들이 대부분 지방대여서 ‘지방대 죽이기’라는 말도 나온다. 교육부는 이러한 불만과 반발을 검토하여 대학 구조개혁 평가가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구조개혁 평가와 상관없이 대학이 문을 닫을 수 있는 시대에 직면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우리나라 학력인구의 급감 외에도 인터넷의 보급 때문이다. 이미 미국 등 세계 유명 대학이 사이버상에 대학교육을 하고 있다. 미국 아이비리그대학들이 경쟁적으로 무료 온라인 교육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이것이 우리나라의 교육제도를 무너뜨릴 수도 있다. 이런 추세라면 세계에 몇 개 대학만 있어도 충분하다는 전망도 나온다. ‘유엔미래보고서 2040’에서는 “2030년 전 세계 대학교 절반이 문을 닫고 대학의 온라인 무료 과정이 보편화된다”고 예측했다. 이러한 변화에 우리나라 대학은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유엔미래보고서 2040’은 오래된 전통적인 교육기관이나 대학이 소멸하는 것을 슬퍼하기만 할 필요는 없다고 했다. 왜? “현존하는 교육기관이나 대학들이 오히려 우리나라의 발전에 걸림돌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세상을 하루가 다르게 변해가고 있지만, 전통적 교육방식은 이를 따라가지 못 한다.” 유엔미래보고서의 지적이다. 그러므로 급진적인 변화를 탐색하고 새로운 방법을 찾는 일부 교육기관만이 이 변화의 파도에서 살아남을 것이라고 한다.
 

우리나라 대학들이 이러한 변화를 세심하게 살피면서 대학 교육의 목적을 돌아보고 이에 충실한 대학으로 혁신을 해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 대학은 백화점식으로 여러 학과를 두고 대학 교육을 해왔다. 인기 있는 학과는 어느 대학이나 할 것 없이 학과를 개설했다. 그 결과 양적으로는 크게 성장했지만, 특색이 없고 경쟁력이 없는 대학이 되고 말았다. 이제는 안팎으로 경쟁력을 갖추고 특성화된 대학으로 신속히 전환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대학은 혁신 내용을 대학 구성원뿐만 아니라 이해관계자와 공유하여 충분한 공감대를 형성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대학과 관련된 이해관계자를 보면 학내에서는 교직원·재학생·휴학생·유학생이 있고 교외로는 동문, 고교생, 고등학교, 지역사회(시민), 경제·산업계, 정계, 연구자·연구기관, 사회단체, 언론 등이 있다. 다양한 수단과 활동을 통해 각 이해관계자가 만족하고 대학과 일체감을 느끼도록 하여 대학을 물심양면으로 지원하게 만들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대학을 더욱 투명하게 운영하고 지역사회의 일원으로 기능하도록 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이런 노력을 게을리 하는 대학은 살아남기 힘들어질 것이다. 문 닫는 날이 그만큼 빨라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