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이스라엘 수교 50주년 기념식이 지난 4일 서울 용산 독일문화원에서 열렸다. 기념식에서 롤프 마파엘 주한 독일대사와 우리 구트만 주한 이스라엘 대사는 '과거사 사과와 용서'를 주제로 기념연설을 펼치며 양국의 동반자적 관계를 공고히 했다.

우리 구트만 대사는 "하쇼아(유대인 학살의 이스라엘식 표현)'라는 슬픈 과거사로 갈등 관계였던 독일과 이스라엘이 수교 50년을 기념하게 돼 기쁘게 생각한다"며 "특히 오늘 행사는 한국에서 열리기에 더욱 뜻깊다. 양국이 사과와 용서라는 화해의 가치를 보여주는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일 국교정상화 수교 50주년 행사를 보름 정도밖에 남겨두지 않은 시점에서 이들 양국의 행보는 얼어붙은 한국과 일본의 관계 개선을 촉구하고 있다. 오는 22일 서울과 도쿄에서 각각 50주년 기념식이 열린다. 이날을 필두로 한일 간 갈등요소였던 '위안부' 문제도 결론이 맺어질 기세다.

위안부 문제에 일본 내 자성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지난 8일에는 일본 지식인 281명이 아베 정부에게 위안부 문제에 책임을 분명히 인정하고 조속히 해결할 것을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어 9일에는 무라야마 전 총리와 고노 요헤이 전 관방장관이 일본군의 위안부 강제 연행을 인정하라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아베 정권은 과거사를 직시하고 잘못을 인정해야 한다. 귀를 열고 자국민의 충고를 들어야 한다. 롤프 마파엘 주한 독일대사는 "양국(독일-이스라엘)의 과거사 극복은 기적적인 일"이라며 "기적의 시작은 위대한 지도자들의 결단에서 시작됐다"고 했다. 한일의 과거사 문제 역시 마찬가지다. 양국의 지도층이 먼저 화해하겠다는 의지를 내야 한다.

아베 신조 총리는 22일 도쿄에서 열리는 한일 수교 50주년 행사에 직접 참석한다. 같은 날 서울에서 열리는 주한 일본대사관 행사에는 영상 메시지를 보낼 예정이다. 이에 박근혜 대통령 역시 상응하는 조치를 검토하고 있다. 아베 총리는 과거의 잘못을 반성하고 진심 어린 사죄의 뜻을 전해야 한다. 독일과 이스라엘처럼 새로운 50년 역사의 물꼬를 트느냐 마느냐는 양국 정상의 양심과 결단에 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