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시대 한강(漢江)은 선비들에게 어떠한 곳이었을까? 그 시절 한강은 산과 강과 사람이 어우러지는 멋진 풍경의 전원이었다. 그래서 서울의 옛 선비들은 정치로부터 벗어나 잠시 쉬고 싶을 때 한강가의 별서(別墅)에 지인들을 초청하여 산수를 감상하며 시를 짓는 여유를 갖고 싶어 했다.

한강은 도성에서 가장 가까운 전원이었다.  정약용(丁若鏞)은 자식에게 보낸 편지에서 "사대부가 집을 짓고 사는 법은, 막 청운의 꿈을 이루어 너울너울 달려갈 때에는 재빨리 높은 언덕에다 집을 빌려서 처사(處士)의 본색을 잃지 말아야 하고, 벼슬길에서 굴러 떨어지게 되면 재빨리 서울에 의탁해 살 곳을 정하여 문화의 안목을 떨어뜨리지 않아야 한다."고 하였다. 조선시대 한강에 별서를 두었던 사람들은 대부분 이러한 뜻을 지녔다. 조정에서 고관대작으로 부귀영화를 누릴 때에도 한강을 통해 강호의 삶을 잊지 않으려 하였고, 권력 다툼에서 낙마하였을 때에는 재기를 위하여 몸을 움츠리는 공간으로 한강을 택하였던 것이다. 

▲ 이종묵 서울대 교수

 

진경산수로 이름이 높은 정선(鄭歚)은 양천현감으로 있던 1740년 무렵 이 아름다운 한강을 화폭에 담았다. 여기에는 광나루, 송파나루, 동작나루, 양화나루 등 한강의 중요한 나루와 함께 압구정, 소악루, 귀래정 등 이름난 누정이 담겨 있다. 한양을 감싸 안고 흐르는 한강 주위에는 수많은 문인들이 별서를 짓고 살았다. 정선의 그림 속에 등장하는 경강(京江)의 별장과 그곳에 살던 사람들은 누구일가.

 
국립중앙도서관(관장 임원선)은 5월 1일(금), 2일(토) 이틀에 걸쳐 전문가를 초청한 고문헌강좌 ‘겸재의 그림 속에 살던 사람들- 경강의 별서’ 및 현장답사를 진행한다. 오는 6월까지 본관 6층 고전운영실에서 열리는 ‘아름다운 산수공간, 누정(樓亭)’ 전시와 연계해 진행한다.
고문헌강좌에서는 이종묵 서울대학교 국문학과 교수가 강사로 나선다. 이 교수는 2006년 '조선의 문화공간' 네 권을 저술하여 우리나라의 독특한 누정문화와 문학 작품의 관계를 흥미롭고 대중적인 문체로 제시한 최고의 전문가다.

1일(금) 강연에서는 우리 고유의 진경산수화를 완성한 겸재 정선(鄭敾, 1676~1759)이 양천현감으로 있던 1740년 무렵에 그려낸 아름다운 한강과 이름난 누정을 중심으로 문학과 문인의 세계를 살펴본다. 다음 날인 5월 2일(토)은 겸재 정선의 작품과 일대기를 볼 수 있는 겸재정선미술관, 그리고 현재도 옛 정취를 느낄 수 있는 한강가의 용봉정과 망양정, 행주산성을 직접 안내하며 설명하는 현장답사를 실시한다.
 

고문헌강좌 참가를 원하면 국립중앙도서관 홈페이지(http://www.nl.go.kr/)의 ‘공지사항’ [행사안내]에서 오는 30일(목)까지 직접 신청할 수 있다. (전화 문의: 02-590-05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