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베네딕도 상트 오틸리엔 수도원은 독일의 뮌헨 인근에 있다. 이 수도원은 우리나라와 연관이 깊다. 성 베네딕도 상트 오틸리엔 수도원은 1909년 서울 동소문 일대에 백동수도원을 설립하였다. 베네딕도회 수도자들은 한국의 언어, 문화 예술에 관심을 가지고 많은 자료를 수집하였다.  이 자료가 수도원의 선교박물관에 보관되어 있다.

 상트 오틸리엔 수도원의 선교박물관은 노르베르토 베버 총 아빠스가 두 차례 한국 방문을 통해 남긴 사진 및 영상자료를 비롯하여 독일 최초의 한국학자 에카르트 등 여러 수도자들이 남긴 많은 민속품과 저작, 사진자료를 소장하고 있다.

▲ 서울역사박물관은 1909년에서 1927년까지 동소문 일대에 있었던 백동수도원의 수도자들이 촬영하고 수집한 서울사진을 모은 『성 베네딕도 상트 오틸리엔 수도원 소장 서울사진』을 발간하였다.

 서울역사박물관(관장 강홍빈)은 독일 성 베네딕도 상트 오틸리엔 수도원을 방문,  백동수도원이 남긴 유물을 조사하였으며, 지난해 8월 '동소문별곡' 특별전을 통해 선교박물관에서 소장한 한국관련 유물 34점을 처음으로 공개했다. 

서울역사박물관은 또 소장사진 5,579컷을 디지털로 제공받아 정리하였다. 그 중 서울관련 주요한 사진을 선별하고 ‘궁궐’, ‘한양도성’, ‘시가’, ‘순종인산’, ‘교량’, ‘공원’, ‘종교’, ‘능묘’, ‘불교’, ‘산성’을 주제로 분류하여,『성 베네딕도 상트 오틸리엔 수도원 소장 서울사진』이란 제목으로 사진집을 이번에 출간했다. 

 1909년에서 1927년까지 동소문 일대에 있었던 백동수도원의 수도자들이 촬영하고 수집한 서울사진이다.  이 사진집에는 사진자료 116점, 그림엽서 12점, 학술논고 3편이 수록됐다.  

서울역사박물관은 상트 오틸리엔 수도원 소장 서울사진에는 처음으로 공개하거나 희소한 사진이 다수 포함되어  학술 가치가 매우 높으며 당시 서울의 모습을 이해하는 데 좋은 자료가 된다고 밝혔다.

 사진 1 남산에서 바라본 시가

▲ 사진 1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 시가.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의 모습으로 중앙에 보이는 것이 명동성당이다. 명동성당 우측으로 샬트르 성 바오로 수녀회 건물이, 좌측으로 사제관이 보인다. 사진의 우측 상단으로 종묘와 창덕궁이 보이며 화살표로 표기된 곳이 백동수도원이다.

사진 2 1902년 한성부(漢城府) 관아

▲ 사진 2 1902년 한성부(漢城府) 관아.

 지금의 서대문네거리에 해당하는 곳으로, 서쪽 방향으로 설치된 옛 경기감영의 정문 누각에 ‘한성부’라는 편액이 달려 있다. 1902년 4월 한성부는 이곳으로 옮겨왔으며, 그해 연말 평양진위대가 주둔했던 영문(營門, 서양식 2층 건물)이 들어서기 직전에 사진이 촬영된 것으로 추정된다. 
 사진의 전찻길은 숭례문에서 칠패길과 의주로를 거쳐 서대문 전차종점으로 회기하는 순환선으로 1900년 7월 개통하였으나 2, 3년 뒤 폐선됐다.  사진으로 남아있는 것은 매우 희귀하다.

 사진 3 백운동천(白雲洞川) 신교(新橋)

▲ 사진 3 백운동천(白雲洞川) 신교(新橋).

 청계천의 상류인 백운동천(白雲洞川) 물길에서 가장 위쪽에 해당하는 신교(新橋; 종로구 신교동, 궁정동, 효자동의 교차지점)의 모습이다. 이 물길의 아래쪽에 해당하는 자수궁교(慈壽宮橋), 금청교(禁淸橋), 종침교(琮琛橋) 등은 다른 사진자료를 통해 익히 그 모습이 알려진 바 있지만, 원형 그대로의 모습이 드러난 신교의 사진은 처음 공개된다. 
이 사진을 통해 현재 청운초등학교 운동장에 남아있는 난간석이 신교의 부재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사진 4 광희문(光熙門) 인근에서 바라본 신당리 공동묘지

▲ 사진 4 광희문(光熙門) 인근에서 바라본 신당리 공동묘지.

 광희문은 서소문과 함께 도성안에서 시신을 내보내던 문이었으며 광희문 밖에는 공동묘지가 있었다. 멀리 동묘의 정전과 정문이 곧장 보이고 그 옆으로 청계천에 걸쳐 있는 영도교(永渡橋)의 모습도 확인할 수 있다.

사진 5 한양도성 숙정문(肅靖門)

▲ 사진 5 한양도성 숙정문(肅靖門).

 성북동에서 백악산의 곡장(曲墻)을 향해가는 성곽의 모습이다. 사진의 중심부에서 문루(門樓) 없이 홍예만 남아있는 숙정문의 옛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지금 남아있는 문루는 1976년 신축한 것으로 원형이 아니다.

사진 6와 사진 7 혜화문 안

▲ 사진 6 혜화문 안.
▲ 사진 7 혜화문 안.

 혜화문의 안쪽을 촬영한 사진은 매우 드물다. 잡화점인 듯한 가게의 처마에 성 밖으로 길을 나서는 나그네들을 위한 집신이 주렁주렁 달려있는 모습이 어딘지 모르게 정겨움을 주고 있다. 하지만 전깃줄과 석유가로등, 인력거 등과 같은 근대문물의 흔적들로 미루어 이곳에도 시대변화의 물결이 밀려들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사진=서울역사박물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