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설고 낯설은 이국 타향 독일 베를린에서 포로신세가 된 한인. 이들이 부른 노래.

“와 왔든고 와 왔든고 타도타관 월사동이 산도 설코 물도 설코
금수초목 생소한 곳에 뉘길 믿고서야
나 울고 돌아갈 길 나 여기 왜 왔단 말이요”

 국립국악원(원장 김해숙) 국악연구실은  13일(토) 오전 10시, 주한독일문화원에서 학술회의 ‘베를린에 남겨진 20세기 초 한인의 소리’를 개최한다.

▲ <사진=국립국악원>

 이번 학술회의는 베를린 민족학박물관 포노그람 아카이브와 훔볼트대학교 라우트 아카이브에 소장되어 있는 1910년대 한인들의 음원을 바탕으로, 실린더 음원 청취, 특별 공연 및 논문발표 순으로 진행된다.

 이번 학술회의에서 다뤄질 음원들의 주인공은 러시아 군인으로 1차 세계대전에 참전하였다가 독일군의 포로가 된 한인들이다. 당시 독일은 세계 각지의 포로들을 대상으로 다양한 문화권의 전통 음악과 언어 등을 에디슨 원통형 유성기 음반에 녹음했고, 이 기록물은 1999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되었다.

 이날 행사의 시작은 원통형 음반의 감상회로 시작한다. 1910년대 당시의 음원을 원통형 유성기 음반에 그대로 복제해 재생하여, 당시의 역사적 기록을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는 특별한 기회를 제공한다.

 이어서 김광숙 명창(중요무형문화재 제29호 서도소리 예능보유자)의 공연도 진행된다. 당시의 음원을 재현한 민요 ‘아리랑’과 ‘수심가’를 부르고 현재 전승되는 해당 민요를 연창해 100년의 시간을 넘나드는 소리를 들려줄 예정이다.

 학술회의에서는 송지원 국악연구실장이 논문 "베를린 음원의 의미와 가치”를 발표하고, 라스-크리스티안 코흐 박사(베를린 민족학박물관 포노그람 아카이브 대표)와 요헨 헨니히 박사(훔볼트대학교 라우트 아카이브 수집위원)는 해당 기관에서 소장하고 있는 역사적 자료를 소개한다.

 이어서 이경분 박사(서울대 일본연구소 연구교수)와 김보희 박사(한양대 지역문화연구소 책임연구원)는 1차 세계대전 중 독일이 남긴 기록을 토대로 1910년대 러시아 이주 한인의 음악과 문화에 대해 연구한 결과를 발표한다.

 아울러 국립국악원이 이번 학술회의에서 다루는 1910년대 이주 한인들의 음원들은, 음반 <『그리움의 노래』: 베를린에 남겨진 20세기 초 한인의 소리>로 제작해 이날 학술회의 참석자들에게 무료로 증정한다.

 이번에 제작한 음반은 국립국악원이 러시아 이주 한인들의 음악문화를 밝히고자 2012년 베를린 민족학박물관 포노그람 아카이브가 소장중인 11개 에디슨 실린더 음반의 14종의 음원을, 2014년 훔볼트대학교 라우트 아카이브가 소장하고 있는 17개 원반형 유성기 음반의 31종의 음원을 디지털 변환하고 이용 협약을 체결해 음반으로 제작했다.

 음반에는 당시 한인들이 부른 민요와 독립운동가 등이 수록돼 있다. 수록 음원 중 가브리엘 강(강홍식)이 1917년 독일의 뮌스터 포로수용소에서 부른 노래는 정든 고향을 그리며 탄식에 가까운 노랫말로 암울하고 참담했던 현실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와 왔든고 와 왔든고 타도타관 월사동이 산도 설코 물도 설코
금수초목 생소한 곳에 뉘길 믿고서야
나 울고 돌아갈 길 나 여기 왜 왔단 말이요”

 강홍식 외에도 5명의 러시아 이주 한인 포로가 그 곳에 있었다. 그리고리 김, 스테판 안, 니콜라이 유, 니키포르 유, 카리톤 김, 이들 모두 모병 또는 징집에 의해 러시아 군인으로 1차 세계대전에 참전하였다가 포로의 신세가 되었다. 이들이 부른 ‘아리랑’, ‘수심가’, ‘애원성’ 등의 민요와 ‘대한사람의’, ‘조국강산’, ‘만났도다’ 등의 독립운동가요가 자세한 기록과 함께 남겨져 당시 이주 한인들의 노래를 분석할 수 있게 되었다.

 송지원 국악연구실장은 “앞서 독립운동가요와 아리랑 등 일부가 국내에 소개된 적이 있으나, 이번에 국악원이 제작한 음반에는 지금까지 확인된 총 28개 음반에 담긴 45종의 음원을 모두 수록하여 관련 연구자와 학계의 환영을 받을 것이다"라고 기대했다. 

 이번 학술회의는 관심 있는 자면 누구나 무료로 참가가 가능하다. 음반은 향후 공공도서관 및 국내외 문화원 등에 배포할 예정이다. (문의 02-580-337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