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론다 번의 《시크릿(Secret)》이라는 책이 발간되면서 한동안 ‘시크릿 광풍’이 분 적이 있다. 책의 내용인즉슨, 기쁘게 상상하면 다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제목을 우리말로 풀이하면 ‘비밀’이란 뜻이다. ‘비밀’의 뜻을 국어사전에서 찾아보면 ‘숨기어 남에게 드러내거나 알리지 말아야 할 일 또는 밝혀지지 않았거나 알려지지 않은 내용’이라는 뜻이 나온다. 아마도 저자는 자신이 쓴 내용이 세상에 아직 밝혀지지 않은 신비한 내용이라 생각했나 보다.

하지만 한국의 선도(仙道) 역사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사람은 사실 ‘시크릿’이라는 책을 보고 많이들 실망했을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이미 이 내용은 일지 이승헌 총장(글로벌사이버대)을 통해 다양한 방법으로 전해져왔기 때문이다. 세계적인 명상가이자 교육자인 이 총장은 30여 년 전부터 ‘시크릿’을 ‘심기혈정(心氣血情)’이라는 간단한 원리로 말해왔다. 심기혈정이란 마음이 가는 곳에 에너지가 가고, 에너지가 가는 곳에 피가 가서 실제 현상이 일어난다는 것이다.

▲ 《단학(丹學)》 (왼쪽이 처음 출판된 책 표지, 오른쪽은 현재 판매되는 책 표지) [제공=한문화]

‘시크릿’이 대박을 친 후, 영성 관련 서적들이 무수히 한국어로 번역 출판되었다. 하지만 난 개인적으로 무척 쉽고 단순하게 정리한 《단학(丹學)》이라는 책을 능가하는 영적 서적을 읽어본 적이 없다.

‘시크릿 열풍’을 타고 번역된 각종 영성 관련 서적에는 현란한 표현과 현실과 괴리된 언어유희만 있을 뿐이었다. 사랑과 평화, 기쁨이라는 단어가 난무했지만 정작 현실에서 어떻게 그러한 상태에 될 수 있는가? 왜 내가 혹은 우리가 그러한 상태가 되어야 하는가? 도대체 내가 누구이며 어디서 왔고 무엇을 해야 하는가? 이와 같은 근원적인 질문에 명쾌하게 답해주는 책은 내게 《단학》 말고는 없었다. 그래서 나름 내린 결론은 ‘사람들이 간결함과 단순함이 전하는 힘을 잊었나 보다’라는 것이다.

그러던 와중에 평소에 알고 있던 역사서 《부도지》를 바탕으로 한 외국인이 《마고성의 비밀》이라는 책을 집필했다는 얘기를 들었다. 외국인이 쓴 마고성이야기라니! 뜻밖이었다. 한국인조차 소수만 알고 있는 ‘마고성’을 외국인이 소설로 쓰다니! 처음에 든 생각은 약간의 놀람과 어떻게 재해석되고 창조되었는지의 궁금함이었다.

▲ 마고성의 비밀을 지은 미국인 작가 레베카 팅클(Rebecca Tinkle)

사실 평소에 정말 ‘시크릿’이라 불릴만한 것이 있다면 바로 《부도지》에 쓰인 마고성의 이야기가 아닐까 생각이 있었다. 그래서인지 ‘왜 우리의 역사가 외국인에 의해 먼저 쓰였지?’라는 질투심도 올라왔다. 아무튼 《마고성의 비밀》이 출간되자마자 책을 얻은 나는 급하게 읽어내려 갔다.

첫째로 느낀 것은 재미였다. 책이 재미있었다. 문장이 평이하고 단순하여 억지로 머릿속에서 생각하면서 이미지를 그려 낼 필요가 없이 상상이 잘되고 쉽게 책장이 넘어갔다. 챕터 또한 짧게 끊어져 있고 사건의 전개가 매우 빨라서 스토리의 치밀함의 구성 여부에 상관없이 흥미진진하게 다음 챕터를 궁금하게 만들었다.

둘째로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마고성과 연관된 자료나 이야기가 뭐지?’라는 궁금증을 일으킬 것이 분명하다. 마고성 이야기를 아는 나도 책을 읽으면서 다시 한 번 《부도지》를 펼쳐봐야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으니 말이다. 평상시에 마고성 시대의 이야기를 모르는 사람들이 읽는다면 분명 그와 연관된 자료를 인터넷에서 찾아보리라!

셋째로 마고성 시대 이야기가 전체적이 이야기에 잘 녹아들어 갔다는 생각이 든다. 특히 지소가 타락하는 과정은 꼭 그 시대에 살아서 본 듯이 쓴 것처럼 생생했다. 이 밖에 마고성의 황궁, 청궁, 백소, 흑소를 현대적으로 살아있는 사람으로 표현해 이야기를 녹여내고 있었다. 특히나 지구 마고의 영혼을 살아있는 사람으로 의인화하여 이야기를 전개하는 상상력이 놀라웠다.

▲ 지구의 어머니 마고 [이미지=최종린 화가 제공]

넷째로 메시지가 분명했다. 이야기를 끌어가는 주인공들은 모두 몸과 영혼의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이었다. 심지어는 마고를 대신한 엔젤린은 자신의 힐링(healing) 능력 때문에 직업도 변변치 않은 사회적으로는 부적응자에 가까운 사람으로 그려지고 있다.

하지만 주인공들 모두 자신의 직관을 믿고 최선의 선택을 한다. 두려웠으나 순간순간 홍익의 선택을 한다. 그렇게 한 걸음씩 자신에게 주어진 사명을 다 하는 모습을 보이며 결국에는 사랑의 화신으로 인류를 사랑하며 온전한 하늘과 하나 되는 과정의 모습을 정확하게 말하고 있었다.

이보다 더 분명한 메시지가 있을까? 《마고성의 비밀》은 사람이 왜 태어나고 어떻게 살아가야 하고 결국 어디로 가는지에 대한 답을 정확하게 제시하고 있다. 소설의 형식을 빌려 쓰고 있으나 아마 글을 읽을 수 있는 모든 사람들은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무엇인지 전부 알 수 있을 정도이다.

물론 아쉬운 점도 있었다. 노아와 선아를 제외하고 주인공 중에 상당수는 처음부터 특별한 능력 갖춘 것이나 엔젤린이라는 마고의 영혼을 가진 한 여인이 모든 인류의 죄와 업을 대신한다는 것은 예수가 모든 인류의 죄를 대신한다는 성경의 내용을 빌린 것처럼 느껴졌다.

그리고 이야기 도중에 좀 어설픈 이야기 구성이라든지 너무 신비롭게만 설명되는 선도 수행(仙道 修行)도 아쉬웠다. 지구를 구하는 사람은 몇몇 선택 받은 특별한 능력의 사람들이 아니라 바로 나와 함께 울고 웃는 평범한 이웃일 테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마고성의 이야기가 새롭게 재탄생한 것은 가슴 깊이 축하한다. 이 책을 읽을 수많은 사람들이 처음 인간이 어떤 모습으로 사랑하며 살아갔는지 알게 되고 왜 자신이 지구별에 왔는지, 또 무엇을 하며 살아가야 하는지, 결국 인류가 가야 할 길을 제시해 주고 있기 때문이다.

난 더 이상 마고성의 이야기가 우리 한민족의 창세기가 아니라 인류의 창세기이며 그것을 알릴 다양하게 작업이 벌써 시작되었음이 느껴진다. 시크릿 중의 시크릿 바로 《마고성의 비밀》이 더 이상 비밀이 아닌 날을 꿈꿔 본다.

 

 

 

  

 

 독자 김남희 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