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원(始原)을 알 수 없는 한민족 최초의 경전, 숫자로 이어진 암호 같은 수수께끼, 수많은 사람들이 천부경을 해석하기 위해 연구에 연구를 거듭했다. 

신라인 박제상이 쓴 징심록의 제1지 부도지의 기록에 의하면 인류가 타락으로 인해 마고성을 떠나올 때, 마고성의 장자인 황궁씨가 모든 형제 자손들과 마고성으로 돌아올 것을 서약하고, 이 천부(天符)를 믿음의 표식으로 나누었다는 기록이 있다. 한인, 한웅시대에서 단군조선까지 전해져 내려왔던 천부경은 47세 단군 고열가 할아버지의 폐관과 함께 잊혀졌다, 그러다 신라 말 최치원이 전서로 된 비석을 보고 한자로 번역한 것이 오늘날까지 전해지고 있다.

한민족 최초의 경전, 천부경이 최초로 외국인이 쓴 소설 속에 등장했다. 바로 레베카 팅클의 <마고성의 비밀>이다. 그리고 그보다 훨씬 전에 한국인이 쓴 소설 속에서도 천부경은 등장한다. 바로 이외수가 쓴 <벽오금학도> 이다. 두 소설 속에서 천부경은 어떤 의미를 담고 있는 것일까?

▲ 소설 <마고성의 비밀>과 <벽오금학도>

모두가 '하나'임을 깨닫게 하는 천부경

이외수의 소설 <벽오금학도>에서 천부경은 주인공을 선계(仙界)로 이어주는 연결고리이다. 주인공 강은백은 선가(仙家)의 도를 쌓은 농월당 할아버지의 손자로, 유년시절 신선의 마을인 ‘무영강’을 건너 ‘오학동’에 들어간 뒤 불과 며칠 만에 머리가 하얗게 센 채로 신선이 준 그림인〈벽오금학도>를 가지고 돌아온다. 선계를 경험하기 전, 그는 할머니로부터 할아버지가 마지막으로 오셨을 때 반드시 읽어보라고 권했던 <천부경해제> 에 대해 듣게 된다.

그 책에는 “우주의 삼라만상이 하늘님의 조화신공으로 이루어졌고, 하늘과 땅과 사람의 삼극이 그 근본에 있어서는 동일한 것이며, 사람의 마음이 태양에 근본하여 하늘과 같다는 원리를 밝혀 놓은 글”이라고 적혀 있었다.

<벽오금학도>에서 중요한 주제는 ‘편재(偏在)'이다. 선계의 상징인 오학동은 대상에 대해 아름다움을 느끼면 곧바로 그 대상과 자아가 완전히 합일되는 편재가 가능한 세계다. 편재는 너와 내가 구분되지 않고 하나로 합일된 의식이다.

이 ‘하나됨’의 의식은 <마고성의 비밀>에서도 드러난다. 주인공 노아가 우연히 선아의 강연회에 참석했을 때 선아는 ‘천부경’에 대해 강연한다. “다른 사람이란 없습니다. 본래 우리는 하나입니다. 이 ‘하나’가 여러 형태로 나눠지면서 각각의 개체로서 스스로를 체험하는 것입니다. 그것이 천부경의 메시지입니다.”

선아는 천부경을 봉독하면서 천부경 한 글자 한 글자에 실린 에너지를 전달해준다. <마고성의 비밀>은 천부경을 통해 모든 생명은 우주의 생명과 연결되어 있고, 우리는 신으로부터 왔다고 말하고 있다.

지구의 지축이 바로 역사적인 날, 사명자들은 벨락 위에서 천부경을 쉬지 않고 봉송한다. 벨락 정상의 에너지권을 가장 순수한 상태로 유지하여 지구의 위기를 막기 위해서이다. 천부경을 봉독하자 사명자들의 몸의 형태가 사라지고 투명하고 눈부신 신성의 빛으로 빛났다.

이는 천부경의 위력을 나타낸다. 천부경은 모든 것을 본래의 순수한 에너지의 상태로 되돌리는 힘을 갖고 있다. 타락하기 이전의 본래 상태, 천부경은 우주의 근본 에너지와 통할 수 있는 수신 장치이다.

▲ 천안 국학원 전시관에 있는 갑골문자 천부경 [사진=국학원 제공]

인류의 미래를 위하여 선조들이 남긴 하늘의 천서

소설 속의 천부경은 우리 모두가 하나이고 한 뿌리에서 나온 생명임을 알려주고 있다. 그러나 마고성의 지소씨의 변 이후 인간에게는 하나가 아닌 '너와 나는 다르다'는 분리 의식이 생겼다. 과학기술의 발달과 팽창한 물질문명 사회 속에서 인간은 서로 뺏고 경쟁하며, 두려움과 공포로 점점 더 불행해지고 있다. 이것이 지구촌 위에 살아가고 있는 우리의 모습이다.

천부경은 타락한 인간이 본래의 순수함을 회복할 수 있도록 우리의 선조들이 자손들에게 남긴 소중한 보물이다. 수대에 걸쳐 많은 사람들이 위험을 무릅쓰고 천부경을 지켜왔다. 천부경은 우리 모두를 ‘하나’의 자리에서 만나게 해줄 영적인 지도이다.

“단군의 나라에는 천부경으로 대표되는 위대한 정신문화가 있었다네, 이 문화 속에는 사람이 하늘과 땅을 품는 웅혼함과 만인이 만인을 사랑하고 만물을 보살피는 훈훈한 마음이 살아 있었지. 그 정신문화의 뿌리를 거슬러 올라가면, 인류의 시원에 대한 위대하고 아름다운 이야기, 우리 모두의 어머니, 마고의 이야기를 만나게 된다네.”

글. 김보숙 기자 bbosook70@naver.com | 사진. 국학원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