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을 쩝쩝 소리를 내고 먹으면 복이 달아난다.”
“어른이 수저 들기 전에 먼저 젓가락질을 해서는 안 된다.”
“밥 귀한 줄 모르면 사람 아니다.”

어릴 적 식사를 할 때마다 할머니가 귀가 닳도록 해주시던 말씀이었다. 누구나 어른들께 이런 교육을 받으며 자랐을 것이다. 나의 부모, 조부모가 해주셨던 이런 이야기들이 우리 선조들로부터 내려온 전통적인 밥상머리 교육이다.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라는 전래속담에서와 같이 우리 조상들은 세 살이 되면 버릇들이기를 시작했다. 이때 기본 생활습관으로 배우는 것이 수저 사용법, 어른에게 대답하는 법, 혼자서 옷 입는 법 등이었다. 

밥상머리 예절은 유아기 때는 주로 조모의 훈련을 받고 자라다가, 성장하면서 남아는 조부나 부친과 겸상을 하면서 식사예절을 익혀갔다. 아이들은 예닐곱 살부터 젓가락을 사용하기 시작하여 1, 2년을 지나면 능숙하게 사용할 수 있었다. 이 시기에 수시로 어른들의 간섭을 받으며 익혔던 식사예절은 다음과 같다.

- 밥은 오른손으로 먹어야 한다.
- 밥을 흘리거나  지저분하게 먹지 말아야 한다.
- 음식을 입에 물고 말하지 말며, 특히 식사 시 얘기를 하거나 웃지 말아야 한다.
- 어른이 먼저 수저를 들기 전에 아이가 수저를 잡지 말아야 한다.
- 특정 음식을 편식하지 말아야 한다.
- 음식을 먹으며 손과 발을 떨지 말아야 한다.

<소학>에는 “아이가 밥을 먹거든 오른손으로 먹는 것을 가르치라”고 명시되어 있다. 만약 왼손잡이가 되었으면, 조상의 가르침에 따르지 않았다 하여 불효라고 지탄을 받았다.

밥상머리 교육 속의  선조들의 지혜와 인성

또한, 사대부(士大夫)의 식사예절인 '식시오관(食時五觀: 식사할 때 지켜야 할 5가지)'은 대표적인 밥상머리 교육의 전통 중 하나이다. 식시오관이란 식사할 때 다음의 다섯 가지를 생각하라는 뜻이다.

첫째, 이 식사를 장만하기 위하여 얼마나 수고하였는가. 이 식사가 어디서 왔는가를 생각하라.
둘째, 내가 이 식사를 할 만큼 착한 일을 하였는가를 생각하라.
셋째, 많이 먹겠다고 욕심을 부리지 말아라.
넷째, 이 식사가 내 몸의 좋은 약이라고 생각하고 먹어라.
다섯째, 도를 닦기 위하여 식사를 하여라.

식시오관(食時五觀)의 내용은 식사 한 끼가 내게 오기까지의 수고와 고마움을 느끼며 식사하라는 의미다. 우리 선조들은 밥상머리 교육에서 더불어 사는 삶의 지혜와 인내, 배려 등의 사회성을 일깨워주었다.

온 가족이 둘러앉은 밥상은 단순히 생명유지를 위한 한 끼가 아니라 가족 공동체의 체험을 통한 전인교육의 장이었다. 조선 중기 대표적 명문가인 류성룡가(家)의 교육관은 '가족과 함께 식사하고, 식사 예절을 지킨다'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요즘 가족과 함께 식사하는 가정이 드물다. 아이들의 인성이 바로 서지 못한 큰 이유 중 하나는 가족이 함께 식사하고 식사 예절을 지키는 전통적인 문화가 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제대로 된 식습관은 건강한 아이를 만들어주는 것은 물론, 인성이 바른 아이를 키우는 지름길이다. 부모와 식사를 자주하면, 우울증이 줄고 아이들이 정서적으로 안정되어 음주, 흡연 등이 줄어든다는 조사결과도 있다.

밥상머리 교육은 예절, 나눔, 절제, 배려를 배우는 작은 예절 수업장이면서, 가족 간에 강한 유대감을 형성하고 행복감을 충전하는 시간이다. 건강하고 행복하고 인성이 바른 아이로 만드는 첫걸음은 가족이 함께 만나는 밥상에서 시작된다.
 

글. 김보숙 기자 bbosook70@naver.com  | [참고] <한국의 전통육아(신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