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도 공부지만, 아들이 자기가 가고 싶은 길을 잘못 찾아서 의욕이 없어 보였어요. 요리를 하고 싶어 하긴 했는데 인문계 학교라서 상황이 쉽지 않더라고요. 자신이 원하는 것을 할 환경을 찾아주고 싶었어요."

벤자민인성영재학교(이하 벤자민학교) 1기 김현곤 군의 어머니는 아들에게 입학을 권유했던 이유를 이렇게 밝혔다. 아들에게 처음 요리를 권했던 것도 어머니였다. 공부만 강요하다기보다는 적성을 살려주고 싶었다. 현곤이도 고민하다가 입학을 결정했고, 변화가 시작되었다.

▲ 김현곤 군과 어머니, 막내동생이 다정한 포즈를 취했다

"제가 성격이 좀 강해서인지 현곤이는 보통 제가 말하는 대로 잘 따르는 편이었어요. 그런데 벤자민학교에 입학한 이후로는 바뀌었어요. 반항이 아니라 의견을 말하기 시작한 거죠." 아들의 말에 귀 기울이면서 어머니는 '아, 현곤이가 자기 생각을 전할 힘이 있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현곤이가 레스토랑에서 아르바이트를 3개월 했었는데, 시간 활용을 잘할 수가 없어서 공부에 방해된다고 그만두겠다 하더라고요. 자기가 도전하고 체험해보면서 의견도 더 생긴 거 같아요. 그리고 자신의 성장에 도움될 수 있는지도 고려하고요. 실전에서 체험도 해봤으니 더 열심히 해서 자격증도 따고, 다른 것도 체험해보고 싶다고 했어요."

대구에 있는 요리학원에 나오기엔 교통이 불편하다. 학교에 다닐 때는 아침에 깨우기도 어려웠던 현곤이는 요즘 스스로 이른 시간에 일어나 버스를 타고 챙겨 나온다. 자기 주도적으로 생활해가는 모습에 아들이 대견하다.

"이전보다 친구 관계도 좋아졌어요. 한 번은 주먹 좀 날리면 좋겠다 싶을 정도로 답답할 때도 있었는데, 지금은 적극적으로 지내더라고요. 같은 지역에 벤자민학교 동생들이 있는데, 같이 대구대학교에 우리 얼과 말과 국학에 관해 설명하러 다녀왔었어요. 부끄러워하면서도 동생들 다독이며 하는 것을 보니 달라졌구나 싶더라고요.

다소 보수적이던 현곤이 아버지 김항백 씨는 벤자민학교에 진학한다고 할 때 망설이기도 했다. 그러나 현곤이의 변화를 보고 마음을 놓았다. 아들과 대화가 많지 않았는데, 요즘은 집 분위기가 많이 밝아졌다. 현곤이가 요구사항이 있을 때 무조건 해달라고 하는 게 아니라, 조목조목 논리적으로 이야기하는 것을 보며 아버지도 들어주곤 한다.

"현곤이는 삼 형제의 맏이예요. 흔히 '경상도 남자'하면 떠올릴 만큼 무뚝뚝한데, 엄마인 저도 그랬어요. 대화도 없고, 싸우는 듯한 어조로 대화했었죠. 그런데 요즘은 집에서 소통이 늘었어요."
현곤이는 10살 차이인 막내를 곧잘 챙긴다. 투닥거리던 둘째 동생과도 관계가 좋아졌다.
 "요즘은 제가 바빠서 늦게 오면 동생도 챙겨줘요. 이전엔 부탁하면 '내가 왜?' 했었는데, 지금은 직접 요리해서 밥도 잘 먹이고, 학교에도 데리러 가고 많이 의젓해졌어요."

벤자민학교에서 활동을 하면서 몸을 잘 쓴다는 것도 알았다. "이전에는 운동을 잘 해보지 않았었거든요. 그런데 몸이 가벼워서 민첩성도 좋고 흥미도 있어 하더라고요." 많은 경험을 하는 현곤이를 보며 어머니도 아들을 재발견하고 있다.

어머니는 아들이 자기가 행복하고, 사회에 공완할 수 있는 인재가 되길 바란다고 했다. "돈과 명예가 있으면 좋겠지만, 그것이 행복을 말해주진 않잖아요.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열심히 하다 보면, 그런 것들이 따라오지 않겠어요?"

▲ 벤자민인성영재학교 1기 김현곤 학생의 어머니 임미숙 씨가 아들에게 보내는 편지를 쓰고 있다.

- 어머니의 편지
"현곤아, 지금도 너는 충분히 열심히 잘하고 있어. 그런데 나도 대한민국 엄마인지라 욕심이 생겨서 다그칠 때도 있단다. 혼냈던 거 미안하고, 잘하고 있어서 고맙다. 좀더 힘내서 성장해 갔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