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나 지금 생각이 복잡한데, 좀 있다 말하면 안 될까요?"

쉽게 화내고 돌아서서 후회하던 작은아들이 달라졌다. 이제는 마음을 추스를 수 있게 조금만 기다려 달란다.

벤자민인성영재학교(이하 벤자민학교) 김상훈 학생(17ㆍ경북 영천)의 어머니 이정향 씨는 아이가 학교에 입학한 후 성격이 많이 달라졌단다. 마음의 여유를 찾고 스스로 감정을 조절하기 시작한 것이다. 초등학교 때는 주의가 산만하다고, 중학교 때는 선생님에게 소리를 질러 학교를 자주 찾아가야만 했던 엄마는 아들의 변화가 놀랍기만 한다.

▲ 김상훈 군의 어머니 이정향 씨. BR뇌교육 경북 영천지점 원장으로 벤자민학교 1기 김현곤, 전도승 학생의 관리 선생님기도 하다. (사진=김상훈 군 제공)

올해 초 고등학교 진학을 앞두고 상훈이는 너무 불안해했다. 중학교 때 전교 300명 중에서 10~12등을 했는데 고등학교에 가서는 성적을 더 올려야 한다는 압박감이 컸다. 고등학교에 가서도 지금처럼만 하면 서울소재 대학은 가능할 것 같았지만, 상훈이는 무조건 서울대를 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아버지가 안 계신 상훈이에게 사립대학 등록금은 부담스러웠다.

불안해하는 상훈이에게 이정향 씨는 벤자민학교 입학을 권유했다.

"차라리 1년 쉬면서 네가 진정 뭘 원하는지 찾아보지 않을래? 학벌이 전부는 아니잖니? 1년 동안 스스로 답을 찾고 가면 더 쉽지 않을까?"

"엄마! 나 의지력이 약한데 끝까지 잘할 수 있을까? 혼자서 할 수 있을까?"

오랜 세월 두 아들을 홀로 키운 엄마는 강했다. 아무것도 안 하고 방에 누워만 있어도 무언가 생각은 하지 않을까, 그렇게 놀고 나면 뭘 해보겠다는 생각은 할 것이라는 마음으로 불안해하는 아들을 학교에 보냈다.


벤자민학교 생활하며 조금씩 자신감 찾아

상훈이가 3살 때 아버지가 돌아가셨다. 상훈이에게 아빠에 대한 기억은 사진 속에만 있다.

"상훈이가 딱히 내색은 하지 않는데 아빠 없는 그리움이 컸던 것 같아요. 누군가 아빠 목마 타고 가는 모습을 보면 한참 바라봐요. 어떨 때는 자다가 일어나 울기도 하고요."

초등학교 때는 말을 더듬어 1년간 언어 교정 치료를 받기도 했다. 배우고 익히는 속도가 빨라 공부도 곧잘 했지만, 상훈이는 아는 것이 나와도 결코 손을 들고 나서지 않았다. 잘난 척한다고 할까 봐, 말을 더듬을까 봐, 항상 주변을 의식했다. 아버지의 빈 자리만큼 자신이 부족하다고만 생각했다. 

▲ 사진 왼쪽부터 김상훈 군과 어머니 이정향 씨, 형 왕훈 군

그러나 벤자민학교 다니면서 상훈이는 조급해하던 마음을 내려놓고 여유를 찾았다. 대학입시를 향해 오로지 공부만 하던 생활에서 한 발 뒤로 물러나 자기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찾고, 한 번 해보자는 마음이 생기면서 실천하게 되었다. 그렇게 조금씩 자신감이 쌓여갔다.

“어른들과 대화하는 것도 편해진 것 같아요. 예전에는 선생님이나 저랑 대화하면 압박감을 느껴 답답하고 불편해했는데, 이제는 먼저 다가와 이야기를 꺼내요. 그리고 상대방의 말도 더 주의 깊게 듣는 모습도 보입니다.”

이 씨는 이제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일이라면 사람이 적든 많든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조리 있게 하는 상훈이가 자랑스럽다.

"이타심은 컸지만, 자존감이 부족했던 상훈이는 스스로에게 자신도 생겼어요. 벤자민학교에서 강조하는 홍익의 가치를 상훈이도 이제 깨우친 것 같습니다.“


벤자민 학생들, 학교와 사회의 차이를 몸으로 부딪히며 배워가


이정향 씨는 BR뇌교육 경북 영천지점 원장으로 벤자민학교 1기 김현곤, 전도승 학생의 관리 선생님이기도 하다. 이 씨는 정기적으로 학생들을 만나 벤자민 프로젝트나 학교생활에 대해 지도해 주고, 아이들을 관리한다.

“많은 아이가 학교 입학 후 얼마 되지 않았을 때는 막연히 설레고, 가만히 있으면 누군가 해주겠지, 있으면 변화겠지 라는 생각이 있었던 것 같아요. 밤늦게까지 게임을 하거나, 학원을 빠지고, 운동 등록해 놓고 가지 않고, 아침에 늦잠 자는 등 예전 습관대로 살면서요.”

이를 지켜보는 부모들의 마음은 오죽했으랴, 아이를 저렇게 둬도 괜찮겠냐고 연락이 오곤 했다. 이 씨는 고민하는 부모에게 한결같이 말했다. 기다려주자고.

▲ 지난 5월 벤자민 학교 워크숍에 참석한 김상훈 군(사진 왼쪽). 이날 세월호 참사로 유명을 달리한 안산 단원고 2학년에 재학 중이던 故 이재욱 군의 명예 편입학식이 열렸다. (사진=강만금 기자)

“얼마 안 있어 아이들이 이래서 안 되는구나 스스로 변화하려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워크숍 때 학교생활에 후 달라진 점을 프레젠테이션하기로 했다면서 도와달라고 찾아왔었죠.”

잘하고 싶어 하는 아이들에게 이 씨는 냉정하게 피드백했다.

“벤자민학교 1년 기간 중 단 한 달이라도 네가 계획한 대로 살았으면 학교생활은 성공한 거다. 벤자민 학생들끼리 서로 잘하려고 경쟁하지 말고 자신과  경쟁해라.”

벤자민 학생들은 이제 문을 들어설 때 인사부터 달라졌다. ‘나는 인성영재다!’ 벤자민 학생으로서의 자부심과 책임감 그리고 긍지로 가득 차 있다.

“누군가가 짜놓은 시간표대로 살던 아이들이 갑작스럽게 주어진 많은 시간을 관리하지 못해 혼란스러워하죠. 어른들도 쉽지 않은 시간 관리가 아이들은 얼마나 어려울까요? 학교에서는 5분 지각하는 것이 대수롭지 않은 일이었지만, 아르바이트하는 곳에서 5분 지각은 절대 있어서는 안 될 일이죠. 학교와 사회의 차이를 아이들은 몸으로 부딪히며 배워나가고 있습니다.”

[기사 클릭] 벤자민인성영재학교 1기 김상훈 군 인터뷰
"벤자민학교 입학 후 상상조차 해보지 않은 다양한 경험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