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 글은 제6회 한민족 역사·문화 청소년 글짓기 논술대회에서 고등부 장려상을 받은 안호진 학생(원묵고 2)의 글. 국학운동시민연합과 동북아역사재단,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가 공동 주최한 이번 논술대회에는 지난 7월부터 9월까지 전국 초·중·고등학교에서 총 816명이 참가했다.
-----------------------------------------------------------------------

 1997년, 중국의 조상신이 1명 더 늘었다. 중국이 중화삼조당을 세워 원래 한족의 조상신이던 황제, 염제에다가 치우를 추가한 것이다. 그러나 그동안 치우를 蚩尤라고 욕처럼 불러왔다. 그런데도 조상신으로 모신다고 한다. 어떤 민족도 자신의 조상신을 욕하지는 않는다. 따라서 치우는 원래 중국의 조상신이 아니다. 그렇다면 치우는 과연 누구일까? 바로 한족(漢族)에게 동이라고 불리던 우리 민족의 조상신이다.

 또한 고구려가 중국의 국가에게 조공을 했다는 이유로 중국의 지방정권이었다는 주장을 했다. 그러나 조공은 그때 당시 국제 평화를 위한 ‘국제 레짐(international regime)'이었다. 국제 레짐이란 국가 간 상호의존관계에서 나오는 행동과 사고를 의미한다. 그러므로 당시 조공은 오늘날 미국이 주체가 되어 운영되는 UN과 같은 것이었다. 따라서 고구려가 중국의 지방정권이었다는 주장은 UN에 가입한 중국을 비롯한 다른 국가들이 미국의 지방정권이라는 주장과 같은 말도 안 되는 것이다. 그러나 중국은 이런 말도 안 되는 주장을 하며 ‘동북공정’이란 프로젝트를 진행해왔다.

 그렇다면 우리가 동북공정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중국이 중화삼조당의 사례처럼 말도 안 되는 주장을 하고 있기 때문에 그 주장들을 일일이 반박할 필요가 없다. 괜히 당연한 것만 말하다보면 오히려 중국이 원하는 말을 하게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는 전체적인 대응을 해야 한다. 그 대응으로 우리는 중국의 동북공정에 흔들리지 않도록 우리민족의 역사를 굳게 세워야한다. 그런데 고대의 우리민족에 대한 사료가 많지 않아서 우리민족의 뿌리를 찾는 일은 쉽지 않다. 게다가 대부분의 사료들이 한족 사관들이 남긴 기록들이어서 지나치게 사관의 편견이 들어있다. 심지어 한족이 아닌 다른 민족, 즉 오랑캐라 불리는 민족들의 이름은 대부분이 욕 또는 짐승 등의 좋지 않은 뜻 뿐이다. 그러므로 이런 사료들을 기록 그대로 받아들여서는 안 될 것이다.

 이(夷), 즉 오랑캐는 한족이 자신들이 아닌 이민족을 부르던 말이었다. 그런데 우리는 흔히 여진, 거란 등을 오랑캐라고 부른다. 이것은 조선(이성계)의 건국 이후에 지나친 사대주의사상에 물들어 중국인 행세를 하던 사대부들의 잘못이다. 왜냐하면 숙신과 동호, 예맥은 모두 같은 민족이기 때문이다. 흔히 숙신은 여진, 동호는 선비, 예맥은 조선이라고 알려져 있다. 한족의 기록들을 보면 숙신과 동호, 예맥은 혼용되기도 하고 대체되어 쓰이기도 한다. 이것은 정착생활을 하는 한족의 사관이 유목민족의 생활을 잘 몰라 이들을 지역에 따라서 구분하다 생긴 오류일 것이다. 숙신과 동호, 예맥은 토템, 관습, 언어, 생물학적 체질이 같아서 구분할 근거가 부족하다. 게다가 숙신의 후예는 말갈, 여진으로 추정되고 있는데 [고려사]에 따르면 고려시대 때 까지만 해도 고려에서는 금(여진)나라사람들을 북인 또는 북조라고 불렀고 금은 고려를 형제의 나라로 여겼다. 이것은 현대에 우리가 남한, 북한이라고 부르는 것과 같은 의미를 지닌다. 따라서 여진과 고려 사이에 하나의 민족이라는 의식이 있었다는 증거가 된다. 또한 이러한 의식들은 몽골에게도 나타난다. 우리민족은 알타이에서 몽골, 만주지역을 지나 한반도, 그리고 일본열도까지 이동했다. 그리고 그 지역들을 각각 지배했다.

 이들이 모두 우리민족이라는 근거로는 첫째, 우리민족이 세운 나라들의 이름에 대부분 태양 또는 금속의 의미가 담겨있다. 여진이 세운 금과 거란이 세운 요(쇠)도 그러하고 고구려에서 구려가 구리를 나라이름으로 표기한 것이라고 한다. 아사달, 조선, 서라벌, 일본, 부여, 백제는 모두 태양의 의미가 들어있다. 그 이유는 우리민족이 태양을 숭배하는 토템이 있었고 금속을 다루는 기술이 뛰어났기 때문이다. 또한 금속기술이 당시에 그만큼 중요하고 최첨단인 기술이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둘째, 앞에서 언급했던 것처럼 고려시대 때 까지만 해도 서로를 하나의 민족으로 인식해왔다. 게다가 원나라 역사서인 [원사]를 보면 원나라 황제가 고려를 얼마나 아꼈는지가 나온다. 원래 원나라는 대항하는 나라는 초토화시키고 항복하는 나라는 제후로 받아 들여왔다. 그러나 고려는 원나라에 대항했음에도 원나라 황제는 고려에게는 항복할 때까지 기다려주었다. 그리고 원나라 황제는 고려왕이 아프다고 하면 친히 약재를 보내줄 만큼 고려를 아꼈다. 그리고 몽골사람들은 지금도 한국 사람들을 하나의 민족으로 인식한다고 한다. 그리고 [일본서기]에 나오는 일본신화를 보면 일본의 조상신이 한반도에서 온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금나라를 세운 여진의 아이신자오뤄 아골타(愛新覺羅 阿骨打)와 후금을 세운 아이신자오뤄 누르하치(愛新覺羅 努爾哈赤)가 신라의 귀족 또는 왕족이었다고 [금사]에 전해진다.

 셋째, 우리민족들에게 공통된 신화소가 있다. 신화는 역사가 후손들에게 구전되기 쉽게 하기 위해서 꼭 알려줘야 할 핵심만을 요약한 것이다. 즉, 민족의 뿌리를 알 수 있게 해준다. 그런데 부여 건국신화는 우리가 잘 알고 있는 고구려의 건국신화와 거의 비슷하다. 고구려 건국신화는 부여 건국설화에 약간의 윤색이 가해져있을 뿐이다. 또한 이 신화들은 몽골의 알랑-고아 설화와도 비슷하다. 물론 신화가 비슷하다고 모두 같은 민족은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세 나라의 신화들은 세계의 다른 나라들에게는 없는 독창적인 것이다. 그러므로 이들의 뿌리가 같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몽골, 한국, 일본은 민족적 뿌리가 같다. 그런데 한국과 일본은 계속 정치, 경제, 역사적으로 대립해왔다. 그러나 중국의 동북공정에 대응하기위해 한국과 일본이 학문적으로라도 화합해야한다. 그러고는 힘을 합쳐서 우리민족의 역사를 바로 세워야할 것이다.

 그리고 해외에서는 이미 동북공정의 영향을 받아서 발해가 중국사라고 설명하거나 심지어 고구려 또한 중국사라고 설명하는 책들도 많이 있다고 한다. 따라서 우리는 정리된 우리민족의 역사를 세우고 그것을 여러 외국어로 번역하여 해외에 널리 알려야한다. 그리고 우리가 흔히 북방민족이라고 하며 이민족으로 분류하던 민족들의 역사서들을 보면 이들이 우리가 우리민족국가라고 잘 알고 있는 고구려, 신라, 고려 등과 하나의 민족이라는 의식이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므로 [원사], [북사], [요사], [금사]등의 우리민족의 역사서들을 한국어로 번역하여 한국의 일반사람들도 우리민족을 제대로 볼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