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은 국학기공 시즌이다. 한 해 동안 부지런히 수련해서 동호회원과 기량을 겨룬다. 농사로 비유하면 어느 동호회가 수확이 좋은가를 비교할 수 있는 자리다. 그만큼 대회를 앞두고 들이는 정성은 수상의 영광을 좌우한다.

코리안스피릿은 11월 16일 정부 부처 국학기공 대회를 전후로 동호회 탐방에 나선다.

현재 교육부, 국방부, 경찰청 등 30여 정부 부처 공직자들이 ‘한국식 명상’으로 몸과 마음을 단련하고 있다. 이들의 건강은 단순히 한 사람의 건강이 아니라 나라의 건강상태다. 건강한 웃음으로 활기찬 공직문화를 만들어가는 홍익공무원을 만나보자.

▲ 국방부 국학기공 동호회원들이 2013 중앙부처 국학기공 경연대회를 앞두고 연습에 한창이다.

# 전문가 섭외가 중요하다

7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를 방문했다. 이날 방문증을 목에 걸고 찾은 곳은 국방부 국학기공 동호회다. 지난해 중앙부처 국학기공 대회 준우승팀은 올해 대회를 어떻게 준비하고 있을까? 궁금했다.

국방부 국학기공 동호회는 여러 동호회 건물 중 하나에 있었다. 1층에서 신발을 벗고 들어가면 오른쪽으로 남자와 여자 탈의실이 각각 있다. 흰색부터 검은색 도복, 개량복까지 다양한 옷이 걸려있었다. 마음에 맞는 옷을 입으면 된다. 복도 계단을 지나니 수련장이 모습을 드러냈다.

여느 수련장처럼 뇌와 지구 사진이 정면에 걸려 있다. 맞은 편에 큰 거울이 있고 창문을 열면 바람 소리가 들리니 수련하기 좋은 공간이었다.

동호회는 매주 주 3회(월수금) 운영된다. 11시 50분부터 40∼50분 동안 진행된다. 수련을 마치면 회원들과 구내식당에서 밥을 먹으면서 친분을 쌓는다.

이날 가장 먼저 수련장에 도착한 회원은 조훈석 주무관. 그는 한 달이 채 안 된 신입회원이다. 해보니 어떠냐고 물어보니 “몸이 부드러워진 느낌이고 전체적으로 유연해지는 것 같다”라고 조 주무관은 말했다.

이어 동호회장 최종근 대령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혼자 몸을 풀지 않고 회원들의 어깨부터 잡았다. 익숙한 손놀림으로 러브핸즈를 하며 대화를 나눴다. 회원들의 표정이 밝아진다.

평소에는 최 회장이 기체조와 명상을 지도한다. 그런데 경연대회를 앞두고 있어서 기공 전문가를 초청했다. 단무도 안국도장 신귀자 관장이다. 수련 시간도 연습을 위해 주 5일로 늘렸다고 한다.

▲ 지난해 중앙부처 국학기공 대회에서 국방부 국학기공 동호회가 부채기공으로 준우승을 차지했다.

총무를 맡고 있는 나미선 주무관은 매년 기공대회를 앞두고 전문가를 섭외한다고 밝혔다.

"지난 대회는 송준영 용산센터 원장님을 섭외했어요. 제가 하는 일이 주로 섭외하는 거예요. 부채기공도 그 분의 아이디어였죠. 부채도 남대문 시장에 가서 사왔어요."

신 관장이 기공 시연을 펼치자 너도 나도 카메라폰으로 녹화했다. 동작을 익히려면 반복해서 영상을 봐야 한다. 신 관장이 매일 나올 수 없기 때문이다.

이어 회원들은 기공을 따라 하면서 호흡과 동작, 의식을 하나로 일치시켜 나갔다. 경연도 준비하고 전문가에게 고차원의 수련도 배워 보고 일거양득의 효과다.

연습이 끝나면 축기 자세를 취한다. 기운이 모이는 자세다. 척추는 반듯하게 세우고 꼬리뼈를 당긴다. 호흡을 편안하게 내쉬면서 눈을 감는다. 이어 자신을 바라본다. 얼굴, 목을 지나 몸의 좌우 균형을 바라본다. 회원들의 표정이 진지하다. 한동안 시간이 멈춰버린 것을 느낀다. 이내 눈을 뜬다.

# 대회를 전후로 동호회 분위기는 ‘반전’

오늘은 김밥을 먹으면서 회원들의 소감을 들었다.

김구헌 중령은 국학기공으로 스트레스 관리에 도움을 받는다고 밝혔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풀 방법이 없잖아요. 어디 갈 수도 없고, 그래서 푸시업을 했어요. 하루에 1000번도 한 적도 있어요. 이제는 점심 때 수련하고 저녁에도 와서 절수련(단배공)을 해요. 그러면 장도 좋아지고 스트레스도 풀리는 것을 느껴요."

최미순 주무관은 안 해본 운동이 없다고 한다.

“다른 운동을 하기 전에 스트레칭을 하는데요. 기공으로 하면 도움이 많이 돼요. 그리고 이 운동을 소홀히 하면 몸이 많이 굳어지는 느낌이 들죠. 꾸준히 하면 몸이 좋아지는 것 같아요.”

손철봉 주무관은 2년 전에 몸이 너무 안 좋아서 수련을 시작했다. 지금은 건강해졌다고 웃었다. 올해 처음으로 대회에 나가는 최형주 주무관은 따로 운동하지 않지만 행복한 느낌을 받는다고 말했다.

▲ 국방부 국학기공 동호회원들이 단체로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왼쪽부터 김구헌 중령, 조훈석 주무관, 최미순 주무관, 나미선 주무관(총무), 최형주 주무관, 손철봉 주무관, 최종근 대령(회장)이다.

바쁜 시간을 쪼개면서 연습하는 국방부 국학기공 동호회. 이들에게 대회는 어떠한 의미가 있을까? 이에 대해 최 회장은 동호회 분위기가 달라진다는 점을 꼽았다.

“회원들의 마음이 하나로 뭉쳐지니깐. 한 마음으로 준비해서 다녀오면 형제처럼 친해지죠. 무대 위를 올라가는 것이 두려운 사람들이 많잖아요. 그런데 다녀오면 우울증도 해소되고. 자신감이 많이 생기죠.”

이번 대회는 우승할 생각이 없느냐고 물었다. 그런데 나 총무는 “우리가 욕심이 없어서 어떡하죠. 2등까지 해도 괜찮다”라며 웃었다.

동호회는 회원이 많을 때는 20명이 된다. 보통은 10명 안팎의 사람들이 출석해서 몸과 마음을 단련한다. 욕심을 부리지 않고 단합된 힘으로 대회를 준비하는 국방부 국학기공 사람들. 이들의 열전을 기대해본다.

2편에서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