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세 때 경북 예천에서 인천의 한 방적공장으로 끌려갔던 김모(80) 할머니는 작업 중 졸았다는 이유로 감독관이 눈을 찔러 왼쪽 눈의 시력을 잃었다.

# 강원도 양구 출신 장모(84) 할머니는 14세 때 “학교 다닐 아이들을 모은다”는 일본 경찰의 말에 속아 춘천의 한 방적공장으로 보내졌다. 할머니는 공장에서 탈출했지만 집 앞에서 붙잡혀 다시 끌려갔다.

일본 제국주의가 강점기에 10대 초중반 어린 소녀들은 물론 9세 여아까지 무차별적으로 끌고 가 탄광과 공장에서 중노동시켰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국무총리 소속 ‘대일항쟁기 강제동원 피해조사 및 국외 강제동원 희생자 등 지원위원회(이하 위원회)’는 14일 조선인 여성 노무자 강제동원 피해 사례로 결정된 1,039건(피해자 1,018명)을 조사 분석한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보고서는 일제 강점기 조선인 여성 노무자의 평균 동원 연령은 16.46세였다.
특히 공장으로 동원된 여성 노무자들은 평균 연령이 13.2세에 불과했다. 당시 노동 가능 연령을 14세로 규정한 일본법도 어기는 만행이었다.

여성 노무자의 강제동원을 직종별로 보면 공장 동원이 614건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탄광(143건), 농장(121건), 토건작업장(17건) 순이었다.

피해자 가운데 27명은 동원된 현장에서 사망했다. 이 가운데 14세 미만 아동이 9명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위원회 관계자는 “어린 나이에 동원된 피해자들이 피해 사실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사회적 편견 등으로 피해 사실도 신고하지 않아 실태 파악이 어려운 실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