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리아 뮬러 교장은 호아낀 로데스노 학교의 교장으로 발령받던 날 경호원을 지원받았다. 말이 학교이지 소년원 혹은 감옥이 아닐까 싶었다. ㅁ자 형태의 학교는 안전을 위하여 각 층, 교실마다 철창이 둘러쳐져 있고, 층마다 2~3명의 경찰이 배치되어 있었다. 학교 벽은 학생들이 한 그라피티(낙서)들로 가득 차 있었고, 학생들은 학교에서 마리화나(마약)를 피우고, 심지어 교실에 불을 지르려다 경찰에 체포되기도 했다. 학생들이 학교에 오는 이유는 마약을 구하기 위해서였다. 

결국 부임한 지 16일째 되던 날 일이 터지고야 말았다. 갱단에 들어간 학생들이 들이닥쳐 뮬러 교장을 감금·폭행했다. 죽이겠다는 협박도 서슴지 않았다. 이미 전임 교장은 갱단 학생들에 의해 피살된 학교였다. 
 
중남미 엘살바도르는 내전이 종식된 지 20여 년이 흘렀지만 여전히 사회는 불안하고 경제는 어려운 상황이다. 국민의 25% 이상이 미국 등 해외로 돈을 벌기 위해 이민을 갔고, 많은 청소년들이 특별한 노력 없이 외국에서 부모가 보내주는 돈으로 생활했다. 엘살바도르의 가장 큰 문제는 폭력이었다. 엘살바도르는 세계에서 살인율이 높은 나라 중의 하나로 인구 10만 명 당 70명이 폭력으로 사망했다.
 
엘살바도르 학교 내 갱단이나 그라피티는 흔한 광경이지만 호아낀 로데스노 학교는 특히 심각했다. 엘살바도르 국영방송이 이 학교의 모습을 뉴스로 보도하기도 했다. 
 
“우리 학교가 이런 상태라는 걸 공개되는 것이 싫었지만 인정해야 했습니다. 학생들에게 폭행당했던 날 인생이 끝나는 줄 알았습니다. 너무 무서웠죠. 그렇지만 학생들을 포기하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유엔공보국 정식지위 NGO기관인 국제뇌교육협회(IBREA, 협회장 이승헌)가 2011년 유엔에서 개최한 뇌교육 세미나에 21개 국가의 유엔 대표부가 참석하였다. 세미나 후 엘살바도르 유엔 대사가 미주뇌교육협회에 연락해 엘살바도르 공립학교에서 파일럿 프로젝트를 해보지 않겠냐는 제의를 해왔다. 협회는 2011년 5월부터 7월까지 엘살바도르 수도 외곽의 폭력문제가 심각했던 디스트릭토 이탈리아 공립학교에 2명의 뇌교육 전문가를 파견했다. 이들이 현지 교사 24명과 3개월 동안 뇌교육 프로그램을 실시한 결과, 학생들의 결석률 및 성차별 감소, 자신감 향상, 스트레스 감소 및 정서 상태 증진 등의 효과가 두드러졌다. 그 해 9월 유엔총회에서 엘살바도르 뇌교육 파일럿프로젝트 사례가 소개되며 각국의 유엔 대사 및 교육 관계자들이 주목했다.  
 
▲ 엘살바도르에는 현재 180개 학교에 선생님과 전 학생들에게 뇌교육 수업을 필수로 배우고 있다.
 
2012년 5월 엘살바도르 부통령(교육부 장관 겸직)은 공식적으로 한국 정부에 교육 원조를 요청했다. 한국 교육부는 ‘글로벌 교육원조사업’의 일환으로 글로벌사이버대학교와 함께 2012년 9월부터 2013년 2월까지 엘살바도르 내에서도 폭력 및 마약, 범죄 등 가장 심각한 학교 4개를 선정 뇌교육 프로그램과 컨설팅을 했다. 그중의 하나가 호아낀 로데스노 학교였다.
 
“뇌교육은 우리에게는 유일한 희망이었습니다. 학교상황이 워낙 어려웠기에 뇌교육 강사들이 얼마나 두렵고 무서웠을지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그들이 일과가 끝나고 숙소로 돌아가는 걸 보면서 혹시 내일 한국으로 돌아간다고 하면 어떡하나 걱정스럽게 지켜보곤 했죠.”
 
전문가들은 주 2~3회 8주간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학교 안에서도 가장 문제인 학급을 선정해 학생들을 지도했다. 이후 매일 수업 시작 전 45분씩 뇌체조, 명상, 호흡, 비전 정하기 등의 뇌교육 수업을 시행했다. 
 
뇌교육 프로젝트를 3개월간 시행한 4개 학교 모두 기대 이상의 성과를 보였다. 우선 인성 부분에서 학교폭력이 눈에 띄게 줄어들었고, 마약에 중독되었던 학생들이 중독에서 벗어난 사례도 나타났다. 고학년 학생들이 점령하던 학교 내 공동구역을 저학년 학생들도 함께 나눠 쓰도록 배려하고, 경찰과 대치하던 학생들이 경찰과 함께 교통안전 캠페인을 벌이기도 했다. 
 
호아낀 로데스노 학교는 뇌교육을 도입한 이후 학업성적에서도 탁월한 효과를 보였다. 수학능력평가에서 10점 만점에 3점대로 꼴찌였던 학교가 뇌교육 수업 후 9점이 넘으며 전국 학교에서 1등을 차지했다.
 
“프로젝트를 시작한 지 두 달이 되었을 무렵 학교 분위기가 달라진 것이 느껴졌습니다. 우울하고 어둡던 학교가 조금씩 밝아지는 것이 보였죠. 그때 뇌교육을 전국에 확대해야 한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4개 학교 교장은 엘살바도르 교육부에 이 같은 변화를 보고하고 모든 학교에 도입할 것을 강력하게 요청했다. 이에 교육부는 지난 6월 ISBM(엘살바도르 교육부 산하 교사 단체), 국제뇌교육협회와 MOU(양해각서)를 체결하고 엘살바도르 전 학교에 해당하는 약 1,800개 학교에 뇌교육을 확대 보급하도록 했다. 현재 뇌교육을 지도할 수 있도록 교육과정을 제공하고 자격증도 발급하고 있다.
 
 
▲ 글로리아 뮬러 교장선생님이 지난 8월 엘살바도르의 뇌교육의 기적 사례를 발표하러 한국에 방한했다.
 
“우울했던 학생들이 긍정적으로 바뀌고, 미처 알지 못했던 가능성을 뇌교육을 통해 발견하고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우리 학교의 성공 사례를 전파해 사람들에게 널리 알리고 여러 곳에서 이런 프로젝트가 도입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교육자로서 저의 의무라고 생각합니다.”
 
글로리아 뮬러 교장은 지난 8월 18일 국제뇌교육협회가 주최한 ‘2013 청소년 멘탈헬스 심포지엄’에서 이 같은 사례를 발표하기 위해 한국을 방문했다. 그는 한국에 머무는 동안 서울 오주중학교와 상경초등학교를 방문해 뇌교육 수업을 참관했다. 경기 영상과학고등학교와는 자매결연과 뇌교육 국제교육 협약을 체결했다. 또 문용린 서울시 교육감을 만나고 국회를 방문하여 교육원조를 해준 한국에 감사함을 전했다.
 
▲ 문용린 서울교육감과 글로리아 뮬러 교장선생님이 뇌교육 관련하여 미팅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