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학 수련을 하는 사람들이 꼭 가보고 싶어하는 곳 중 하나가 미국 애리주나 주 세도나이다.  세도나는 세계에 손꼽히는 명상지라는 점에서 세도라는 알고 나면 가고 싶어진다. 세도나시는 1902년 무렵 이곳에 거주한 세도나 쉬네블리(Sedona Schnebly)라는 여성의 이름에서 유래됐다. 당시 주민 수는 200여 명에 불과했다. 1920년부터 서부영화 촬영지로 조금씩 알려진 이후 지금은 약 1만5000여 명이 거주한다.  전 세계 20여 개의 볼텍스(지자기가 강한 곳) 가운데 다섯 개가 세도나에 있는 것으로 확인된 후 전 세계에서 명상가들이 몰려오고 있는 지역이다.

요즘에는 화가ㆍ사진가 등 많은 예술인을 비롯해 심리학ㆍ철학ㆍ종교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자주 찾는다. 에워싼 붉은 바위산들과 기묘한 바위들, 그리고 아름답고 평화로운 풍광, 황홀한 낙조, 게다가 사람의 몸에 좋은 기까지 충만한 곳이 이곳 세도나이니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기에 충분하다.  휴양지로도 각광받을 만하다. 

이런 이유로만  단학인들이 세도나를  찾는 것은 아니다. 세도나에는 한국식 명상 수련을 하는 마고가든이 있기 때문이다. 마고가든은 아름답고 특별한 땅이다. 일지 이승헌 글로벌사버대학교 총장은 1997년 거부할 수 없는 신비한 인연과 인간사랑 지구사랑 운동을 펼칠 세계 영성운동의 새로운 중심지를 오랫동안 찾던 중에 이곳에 정착하게 되었다고 한다.  홍익인간 정신에 기반을 둔 한국식 명상을 세계로 펼쳐나가도록 하는 중심지이다. 이곳에 가면 우리나라의 홍익인간 정신이 국수주의 이념이나 낡은 정신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다. 한국에 이런 위대한 철학이 있다는 것을 안 외국인들은 '원더플'을 연발하기 때문이다.

몇 년 전부터 가보고 싶었던 미국 아리조나 주의 세도나(Sedona). 그곳에서 2006년 8월 초 일주일을 보냈다. 세도나의 하늘은 우리의 가을 하늘을 떠오르게 한다. 그만큼 높고 푸르고 아름답다. 사막지대라 후텁지근하지 않다.  햇볕을 쬐면 뜨겁기만 하고 그늘에 들어가면 상쾌하다. 붉은 바위산도 볼만 하다. 푸른 산은 우리에게나 해당한다. 세도나를 한 번도 떠나보지 않은 본토박이에게 '산이 푸르다'고 한다면 아니다고 할 것이다. 산은 붉다. 봐라 세도나 저 산들이 붉지 않느냐.  

호텔과 마고가든에서 지내면서 세도나 이곳저곳을 돌아보았다. 마고가든은 한국식 명상을 하러 미국 전역에서 많은 사람들이 찾아온다. 이들에게 한국식 명상을 알려주고 아리랑, 천부경, 한국 문화를 알려준다. 그들은 생활한복으로 된 수련복을 입는다. 그들은 처음으로 접해본 한국 문화일 것이다.

마고가든에는 단군상이 있다. 마고가든 단군상은 1999년 한국에 세워진 통일기원 국조단군상 369기 가운데 258번째에 해당한다.   먼 미국 땅에서 국조단군상을 보니 인디언들이 떠오르며 그들과  오랜 세월을 두고 인연이 이어져왔던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일지 이승헌 글로벌사이버대 총장은 이곳에 단군상을 세운 이유를 이렇게 설명한다. "이곳 마고가든에서 지구인운동을 구상했지만, 그 뿌리에는 단군과 홍익인간 정신이 있다. 그래서 이곳에 단군상을 세운 것이다." 

이 총장은 그후 지구인 정신에 공감하는 여러 사람들과 함께 세도나를 단순한 관광지가 아닌 인간사랑 지구사랑 운동의 중심지로, 세계 영성운동의 중심지로 만들 계획을 세우고 기반을 닦아 나갔다. 이승헌 총장은 지구인운동을 더욱 구체화하여 지구평화시스템으로 만들었다. 세도나마고가든에서 위기에 처한 인류와 지구를 살리기 위한 대안이 나온 것이다.   

2006년 돌하르방이 미국으로 가서 인류 평화를 염원하는 한국 전통의 '평화수호신'으로 우뚝 세워져 화제가 됐다. 당시 애리조나주 세도나 한국민속문화촌건립위원회 위원장을 맡았던 이 총장이  세도나 한국민속문화촌 입구에 돌하르방 두 기를 세웠다. 이는 제주특별자치도가 기증한 것. 세도나 한인회가 주축이 된 민속문화촌건립위는 2002년부터 한국의 홍익사상을 이념으로 하는 평화의 상징인 한국민속문화촌 건립 사업을 시작, 2단계 사업인 정보센터와 돌하르방 제막을 완성했다.

2006년 내가 미국에 갔을 때는 민속촌 건립 중이었다.  그후 얼마 되지 않아 돌하르방을 세운 것이다. 제주의 돌하르방은 앞으로 한국과 미국의 평화 가교자로서 민속문화촌을 지키며 세도나시를 방문하는 연간 500만 명에 이르는 세계 각국의 관광객들에게 한국과 제주를 알린다. 당시 이 총장은 "돌하르방은 한미 평화의 가교 역할은 물론 세계 평화, 나아가 홍익인간의 정신을 온누리에 펼치는 빛을 발할 것"이라고 돌하르방에 큰 의미를 부여했다. 인디언 성지에 세운 돌하르방. 

세도나는 미국 원주민인 인디언들이 살던 곳이며 그들의 성지가 있다. 인디언들의 문화 유산을 곳곳에 활용하여 세도나의 정체성을 드러내고 세도나다움을 추구한다. 사막지대를 상징하는 선인장을 넣어 만든 자동차 번호판에는 아리조나주의 개성이 엿보였다.

세도나는 풍광이 무척 아름답다. 말로만 듣던 풍광을 직접 보면 과연 그렇구나, 누구나 동감한다. 사진으로 보던 그 풍광 그대로 사람을 사로잡는다.  그것만이 아니다.  세도나시를 둘러보고 고층 건물이 없다는 데 놀랐다. 빌딩이라고 불러도 고작 2층 건물이다.  세도나시에서는 3층 이상 고층 건물을 지을 수 없다.  고층 건물이 없어서 누리는 혜택은 아주 크다.  어느 곳에서나 푸른 하늘과 붉은 산을 볼 수 있다. 이곳에 한 번이라도 와본 사람이라면 금방 느끼게 될 것이다. 조망권이 사람에게 얼마나 중요한 권리라는 것을. 

건물색깔도 주변의 자연과 잘 어울리는 색으로 채색되어 있다. 주위에 붉은 색이 많으면 건물도 붉은 색으로 칠해 생경한 느낌을 주지 않도록 한다. 뒤에 바위가 많으면 건물도 바위와 같은 무늬를 넣어 조화를 이루도록 했다. 노란색 인 맥도날도 심벌마크가 녹색으로 되어 있는 곳이 이곳 세도나이다.  건물의 간판도 크기를 다투거나 위압적이지 않다. 건물에 어울리는 적당한 크기에 사람들에게 꼭 필요한 것만 알려준다. 휘황찬란하게 불을 밝혀 사람을 끌어들이는 것도 아니다. 그저 건물과 주위 환경에 맞게 붙였으되 그 기능을 충분히 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시내에 현수막 하나 볼 수 없었다.

세도나를 돌아다니는 동안 이런 느낌이 들었다. 세도나 사람들은 자연을 빌려 쓰고 있다.  살아 있는 동안 자연을 빌려 쓰는 존재가 인간이라면 조심스럽게 쓰고 그대로 돌려주어야 할 의무가 있는 것 아니겠나. 크게 생각하면 자연 속에서 자연과 함께 살아가는 한 생명으로 인간이 살고 있는 듯하였다. 지구 전체를 이렇게 빌려 쓰다 훼손하지 않고 그대로 물려준다면 환경 문제는 적지 않게 줄어들 것이다.

그렇게 사는 세도나 시민들에게서 평온함과 행복이 묻어나는 것을 느꼈다. 이런 곳에서 만나는 사람마다 귀하고 반갑다. 신령스런 땅에서 만나니 사람도 신령해지는 듯하다. 인간 사랑 지구 사랑을 절로 느낀 곳이었다.

그래서 세도나는 자주 가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