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92년 6월 1일은 홍의 장군 곽재우가 임진왜란에서 첫 승리를 거둠으로 현재 '의병의 날'로 지정되었다. 장군은 임진왜란이 일어나자 열흘도 안 된 4월 22일, 고향 의령에서 기의(起義)하여 곧 바로 정암진(鼎巖津) 전투에서 승리, 왜군의 전라도 점령의지를 분쇄하였다. 그의 부대는 조선 최초의 의병으로 호남ㆍ호서의병보다 한 달, 김면(金沔)ㆍ정인홍(鄭仁弘) 부대보다는 50일 정도 빨랐다. 그만큼 집중하고, 준비하고, 열렬했다는 뜻이다. 그러나 조선 최고의 명장 신립 장군이 이끄는 정규군은 6월 초(음 4월26일~28일) 충주의 탄금대 전투에서 전몰하며 천추의 한을 남긴다.

▲ 원암 장영주 작

 

 

 

 

 

 

 

 

 

근세 조선말, 전남 함평의 심남일(1871~1910) 의병장은 "아침에 적을 치고 저녁에 조국의 산에 묻히는 것"이 의병의 본뜻이라고 했다. 상해 임시정부 2대 대통령, 백암 박은식은 "나라는 멸할 수 있어도 의병은 멸할 수 없다. 의병은 우리 민족국가의 정수(精粹)이다."라고 했다. 의병은 한민족의 국수(國粹)로서 대한민국은 의병의 정신을 이어온 나라이다. 그분들의 혼을 기리는 6월6일 현충일은 모두 그 뜻을 기리는 날이어야 한다. 1949년 6월 26일, 평생을 독립운동에 모든 것을 바친 김구 선생이 동란을 막고자 동분서주하다가 흉탄에 쓰러지셨다. 이듬해, 6월 25일, 북한 김일성의 기습남침으로 동족상잔의 세기의 비극을 벌여 지금에 이른다. 그러기에 6월은 유ㆍ무명의 가슴 뜨거운 의사, 열사들이 민족의 명을 잇기 위해 부단히 자신의 생명을 바침’을 휘날리는 태극기로 기리는 달이다.

세종대왕께서는 단군시절의 가림토 한글을 하늘의 스물여덟 별 밭에 영롱하게 심어 놓았다. 고종 황제는 재위 20년인 1883년 3월 6일, 단군시절의 자부선인으로부터 유위자로 이어온 우주 진리를 태극기에 담아 국기로 제정, 반포하였다.(훈민정음연구소 반재원 소장) 본래 태극도설(太極圖說)은 중국이 아닌 민족의 관점으로 우주를 터득하는 '절대적 가치' 명제이다. 신라 제31대 신문왕이 아버지 문무대왕의 뜻을 이어 서기 682년에 준공한 '감은사(感恩寺)'의 돌계단에 태극도형이 새겨져있다. 이로부터 388년 뒤인 1070년, 지금 중국 땅인 송나라 신종 때의 주렴계(周濂溪)가 처음으로 태극도설을 거론한다.

국기(國旗)에는 한 나라의 역사, 민족성, 소망이 담겨 있기에 가히 '나라의 얼굴'이라 할 수 있다. 지구상의 200여개의 국기는 하나같이 해, 달, 별처럼 보이는 시각적 존재이거나 또는 평등, 자유, 독립 등 상대적 가치의 상징으로 일관되어 있다. 예컨대 캐나다의 국기는 중앙에는 나라나무인 붉은 '단풍나무 잎'을, 양쪽의 붉은색은 대서양, 태평양을 뜻하여 그들의 넓은 국토를 그리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국기에는 초록색의 바탕에 칼과 함께 "알라 외에는 신(神)이 없고, 무함마드는 예언자이다."라는 《코란》 1절이 씌어 있다. 사막의 땅에서 초록은 생명의 색이고, ‘코란이냐 칼이냐’를 선택하라는 뜻이 반영된 것처럼 느껴진다.

이에 비하여 대한민국 태극기 중앙의 둥근 원은 하늘의 양기와 땅의 음기가 조화를 이루어 ‘하늘’, ‘땅’, ‘생명’이 온전히 ‘하나(一)’라는 뜻이다. 눈에 보이지는 않으나 수기는 올라가고 화기는 내려오는 틀림없는 생명의 우주질서인 ‘수승화강(水承火降)’의 상징이다. ‘수승화강’이 단절되면 모든 생명은 소멸되니, 끝없이 반복되고 있다는 천부경(天符經)의 ‘만왕만래(萬往萬來)’를 새겨 넣은 시각화된 진리의 디자인이다. 4괘 역시 우주 변화의 골격으로 천도(天道), 지리(地理), 음기(陰氣), 양기(陽氣)가 ‘순환하는 하나(一)’임을 표현한다. 우리의 아기들에게 "도리도리 짝짝꿍(道理道理 作作宮)"을 각인시켜주는 것은 ‘너는 하늘과 땅이 하나로 깃든 거룩한 궁전’ 임을 알려줌이다. "건지곤지 짝짝궁(乾知坤知 作作宮)"은 "아가야, 하늘(하늘 건 乾)을 알고, 땅(땅 곤 坤)을 알면 네가 바로 천지인이 하나로 어우러진 궁전이란다."라는 가장 큰 진리를 걷기 전부터 알려주는 '문화' 이다. 태극기에 깃들어 대를 이어 풀려나오는 위대한 천재교육이다.

세계적인 소설가이자 신부인 25시의 작가 ‘게오르규’(1918~1992)는 깊고 예리한 시각으로 우리의 태극기를 보았다. "한국의 국기는 유일한 것으로 어느 나라 국기와도 닮지 않았다. 거기에는 세계 모든 철학이 요약돼 있다. 태극기는 멋지다. 거기에는 우주의 대질서, 인간의 조건과 생과 사의 모든 운명이 그려져 있다."
‘칼 세이건(1934~1996)’은 천문학자답게 “별이 그려져 있는 미국의 국기나 태양을 상징삼은 일본이나 대만의 국기, 그리고 반달이 그려져 있는 이슬람국가들의 그것에 비해 한국의 태극기는 우주 그 자체를 상징하는 것으로서 매우 특징적이며 나아가 태극기의 그런 상징성과 특징이야 말로 세계주의적인 보편성을 지니는 것이다.” 라고 말하고 있다. 북한은 건축 초에는 태극기를 국기로 삼다가, 곧 김일성의 지시에 의하여 지금의 붉은 별이 그려진 인공기로 대신하고 있다. 대국으로 발 돋음 하는 중국의 국기 또한 다섯 개의 별이 모인 ‘오성기(五星旗)’로 정치적 이념 달성을 위한 표상이다.

태극기를 통하여 ‘보이는 세상 너머의 보이지 않는 우주의 심오한 질서’를 이토록 ‘아름답게 표현’ 할 수 있음은 민족의 뛰어난 두뇌의 성능과 지혜임을 증명한다. 6월 10일은 우리의 이처럼 뛰어난 정신과 문화를 온전하게 전해주신 국조(國祖) '단군 왕검'의 탄신(음력 5월2일) 4382주년이 되는 날이다. 혈맥으로 유구하고 거룩하게 전승되어온 우리의 DNA를 스스로 귀하게 알아 은혜를 갚아야 할 '호국보훈의 달' 6월이다.

(사)국학원 원장(대), 전국민족단체협의회 대표회장 원암 장영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