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우리가 직면한 시대는 우리에게 패스트 팔로어(Fast Follower)가 아니라 퍼스트 무버(Firtst Mover)가 되기를 요구한다. 물론 우리가 영위하는 모든 산업에서 퍼스트 무버가 돼야 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역사적으로 보면 지금 한국 경제는 전체적으로 '뒤따르는 자'가 아니라 '선도하는 자'가 될 준비를 해야 할 시기임이 분명하다."

- <퍼스트 무버> 본문 중에서

고종 때 조선 땅을 밟은 선교사이자 연희전문학교(현 연세대학교)를 설립한 호러스 언더우드(Horace Grant Underwood, 한국명 원두우)의 증손자 피터 언더우드(Peter Alexander Underwood, 한국명 원한석)가 도서 <퍼스트 무버>(황금사자)를 출간했다.

이 책은 한국, 한국인, 한국사회 미래를 위한 제안서로, 지금까지 한국이 지켜온 성공 방정식을 과감히 버리고 패스트 팔로어에서 퍼스트 무버 전략으로 나아가라고 당부한다. 또한, 교육 체계, 공동체 문화, 경제 구조, 리더십, 창의성과 경쟁력 등 그동안 우리 스스로 장점으로 여겨온 사회 각 부문의 이면에 숨겨진 아픈 진실을 낱낱이 파헤친다.

'한국에 뿌리를 둔 서양인(Korea rooted Westerner)' 피터 언더우드의 쓴소리가 설득력을 발휘하는 이유는, 그가 1885년 이후 127년간 서울에서 살고 있는 언더우드 가문 4대손이라는 사실뿐 아니라 한국에 대한 사랑, 존중, 그리고 영원한 한국인이라는 자부심이 행간 곳곳에 깃들여 있기 때문이다.

▲ 도서 <퍼스트 무버> 피터 언더우드 저 [사진제공=황금사자]


▣ 창의력을 키우는 교육시스템이 필요하다!

저자는 누군가가 자신에게 "미래 한국이 발전하는데 가장 큰 걸림돌이 무엇인가?"라고 물어본다면 역시 단연코 "한국의 교육시스템이다"라고 답할 것이라고 했다. 지금 고착화된 한국의 교육을 유지한다면 한국은 감히 단언하지만 미래로 전진하기 어려울 것이다.

지금까지 한국의 발전을 이끌었던 교육의 본질은 '교육의 열기'였다. 이 교육의 열기는 소중히 간직해야 할 귀한 유산이다. 하지만 미래 한국의 운명을 결정지을 교육의 본질은 '교육의 열기'가 아니라 '교육의 내용'이다.

새로운 시대의 핵심은 '창의력'이다. 이 창의력은 기존에 누군가가 풀어놓은 답을 베끼는 것으로는 절대 길러지지 않는다. 답을 찾는 능력(find the answer)이 아니라,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solve the problem)을 길러야 한다. 머릿속에 든 게 많은 사람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생각의 폭이 넓고 유연한 사람이 필요한 것이다.

▣ 권위주의와 돌격문화에서 벗어나 다양성이 존중되는 사회로!

권위주의와 돌격 문화는 한국에 너무나 큰 성공을 안겨줬다. 한국은 이 같은 일사불란함 속에서 눈부신 성장을 거듭했다. 그 결과 1990년대 중진국을 벗어나 선진국을 바라볼 수 있는 경제 대국으로 성장했다.

하지만 군림하는 문화야말로 앞으로 한국 경제와 사회가 발전하는 데 실로 큰 장벽이 될 것이라고 단언한다. 왜냐하면, 권위주의는 '패스트 팔로어' 시대를 대표하는 문화지 '퍼스트 무버'를 꿈꾸는 사회의 문화가 될 수 없기 때문이다.

미국 마이크로소프트 본사에 가보면 반바지를 입고 책상에 앉아 발톱 정리하는 사람들을 흔치 않게 볼 수 있다.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발톱 정리를 회사가 용인하느냐 여부가 아니다. 근무 시간 발톱 정리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이야기는 더더욱 아니다. 강조하고 싶은 것은 근무태도로 사람을 평가하지 않고 오로지 창의성과 실적만으로 사람을 평가하는 마이크로소프트의 기업 문화다.

우리가 마주해야 하는 사회는 누구도 정답을 알려주지 않는 미지의 세계다. 아무도 모르는 세계를 걸어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많은 사람의 집단 지성이 필요하다. 왕 하나만의 두뇌가 아니라 수만 명 대중의 지혜가 필요하다. 이것을 인정하기 시작하면 생각이 열리기 시작한다. 지금 한국에 필요한 문화는 바로 이것이다.

조직은 다양해야 한다. 여러 의견이 자유롭게 표출될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이 좀 산만해 보인다면 리더가 잘 조율하면 된다. 10분만에 끝나는 통일된 회의보다 좀 오래 걸려도 격론을 벌이는 회의가 미래 발전에 훨씬 도움이 된다. 예상되는 문제를 덮어놓고 회의를 끝내면 그 문제는 언젠가 반드시 '진짜 문제'를  일으키게 마련이다.


▣ 지금 한국에게 필요한 건 '속도'가 아니라 '나침반'

우리나라는 속도만으로는 해결 불가능한 수많은 문제를 안고 있다. 과거 패스트 팔로어 시대에는 일단 빨리 수행하는 것이 미덕이었다. 그 길이 정답이 아니어도 재빨리 다시 시도하면 실패를 딛고 올라설 수 있었다. 그러나 우리 경제의 규모와 질을 고려하면 우리는 이런 실패를 극복하기에는 너무 앞선 자리에 와 있다. 일단 빨리해놓고 보는 것이 결코 효율적이지 않은 시대가 되었다.

우리가 헤쳐가야 할 세계에는 예측 불가능한 영역이 훨씬 많아졌다. 선진국 대열의 나라들과 치열한 경제 전쟁을 수행 중이기 때문에 베어링증권과 리먼브러더스의 파산처럼 단 한 번의 실수로 기업과 국가의 운명이 바뀔 수도 있는 상황이다.

'백조는 하얗다'는 지식을 암기하기보다 '검은 백조(black swan)가 나타날지도 모른다'는 신중함이 더 필요하다. 우리에게 정말로 필요한 것은 '속도'가 아니라 '나침반'이다. '발사-조준-준비 (fire-aim-ready)'의 나라 대한민국은 이제 패스트 팔로어의 숙명에서 벗어날 때가 되었다.

신중함을 통해 제대로 된 방향을 설정하고 검은 백조를 막을 충분한 고려를 덧입힌다면, 한국의 속도주의는 세계에서 보기 드문 강점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