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잠잠하던 10대 청소년들의 자살 소식이 다시 언론지상을 통해 보도되고 있다. 이 아이들이 말하는 공통점이 있다. 정도의 차이가 있겠지만 '폭력'이 바로 그것이다.

 하태민 글로벌사이버대 뇌교육융합학부 교수는 "우리 학교 현장은 정말이지 뭐라도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까지 왔다"며 "한국 교육에서 사람은 사라지고 결과만 남으면서 이 지경에 이르렀다"고 지적했다.

 강원도교육청과 강원뇌교육협회가 주최하고 국제뇌교육협회가 후원한 특별세미나가 30일 오후 2시 강원도교육청 대강당에서 개최되었다. '폭력예방 및 창의 인성교육'을 주제로 진행된 이날 세미나에는 평일 낮임에도 불구하고 400여 명의 시민과 교육관계자, 대학에서 교육학을 전공하는 학생들이 몰려 교육 문제에 대한 강원도의 뜨거운 관심을 반증했다.

▲ 하태민 글로벌사이버대 교수가 "아이들이 방학식하는 날의 사진인데, 이 모습이 개학날 사진이 되어야 하지 않겠느냐"며 결과가 아닌 학생이 중심이 된 학교 환경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 하태민 교수 "뇌과학, 뇌인지를 넘어 '가치실현' 추구하는 뇌교육 필요하다"

 가장 먼저 연사로 나선 것은 하태민 교수였다. '청소년 폭력예방 및 정신건강 증진을 위한 미래교육대안'으로 '뇌교육'을 제안한 하 교수는 "모든 행위의 주체인 사람이 우리 교육에서만은 제외되고 있다"며 "학생도 교사도 학부모도 사라진 우리 교육에 결과만이 남은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하 교수가 해결책으로 제시한 것은 바로 '뇌'였다. 하 교수는 “외국에서도 교육의 문제점을 해결하는 실마리를 뇌에서 찾고 있다"며 "교육 패러다임도 전환되어 이제 뇌과학과 교육이 접목되는 뇌융합시대가 오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미국을 비롯한 서구 선진국의 신경과학학회는 20여 년 전부터 신경과학자, 인지과학, 교육자들이 모여 새로운 교육에 도움을 주려는 연구와 모임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가입국의 대학이전 학생들의 평가한 결과를 거론한 하 교수는 "학업성취도 면에서는 우리나라 학생들과 교육 선진국으로 불리는 핀란드 학생들과 거의 비슷하다"면서도 "하지만 사회적 상호작용 능력은 우리나라가 OECD 국가 중 꼴찌"라고 말했다. 사회적 상호작용 능력이 떨어진다는 것은 주변과의 교류를 제대로 하지 못하고 결과적으로 폭력이 증가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 해결을 위해 하 교수가 제시한 것은 서양의 '뇌 기반 학습'에 한국의 '뇌교육'을 접목시킨 것이다. 그는 "뇌교육은 신체활동과 정서, 정체성이 하나로 통할 수 있게 하는 교육법"이라며 "뇌과학, 뇌인지 등에 기반을 둔 잠재능력 개발에 '가치실현'이라는 업그레이드된 한국의 뇌교육이 접목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 미국, 일본, 독일 등 선진국에서 뇌교육의 활용 사례를 발표한 이사벨 구즈만 국제뇌교육협회(IBREA) 미주지부 프로그램 디렉터

► 외국에서의 뇌교육…선진국과 개도국, UN이 주목하다

 이어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뇌교육을 알리고 있는 이들이 차례로 무대로 올랐다. 이사벨(Isabel Pastor Guzman) 국제뇌교육협회 미주지부 프로그램 디렉터가 ‘선진 교육현장에서 주목하는 뇌교육’을, 신주은 국제뇌교육협회 미주지부 팀장은 ‘UN이 주목하는 뇌교육’을 주제로 발표에 나섰다.

 하버드 케네디 스쿨에서 석사 학위를 받고 이후로도 주요 국제기구에서 활약해왔던 IBREA 디렉터 이사벨은 "결과를 만들어내는데 능했던 나는 나름 성공적인 경력을 쌓으며 살아왔다"며 "그런데 어느 순간 내 몸과 마음과 정신이 다 제각각 분리되어있다는 것을 느꼈다"며 개인적인 이야기로 강의를 시작했다.

 이사벨은 "그런데 한국에서 온 '뇌교육'을 만나 이 세 가지가 따로따로가 아니라 하나로 연결될 수 있음을 체험했다"며 "이는 서구 교육의 문제이기도 한데, 현장에서 만나는 많은 이들에게 몸과 마음, 정신이 하나가 되는 뇌교육을 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사벨은 미국, 독일, 일본 등 주요 선진국에서 뇌교육이 빠르게 도입되고 있는 현황을 소개했다. 현재 미국은 350개 학교에서 뇌교육을 진행했다. 지금까지 10,000여 명의 교사가 뇌교육 연수를 받았고 3만 명 이상의 학생이 뇌교육을 받았다.

 일본은 조금 특별하게 시작되었다. 일본 아이치 현에서 뇌교육은 브레인트레이너가 된 한 명의 학부모가 자신의 딸이 다니는 학교에서 방과 후 프로그램으로 제안한 것이 시작이 되었다. 현재 해당 지역 16개 초등학교 중에 5개 초등학교가 뇌교육이 도입되는 성과를 이뤘다.

 독일은 노동부 직업교육으로 지원받아 트레이너 양성에 중점을 두고 있다. 이사벨은 "독일은 교육부의 기본 교육 방침이 뇌교육의 교육 방향과 일치하는 점이 많다"며 "앞으로가 매우 기대되는 곳"이라고 강조했다.

 'UN이 주목하는 뇌교육'을 발표한 신주은 IBREA 미주지부 팀장은 UN과의 협력관계를 통해 실제 저개발국가들을 중심으로 뇌교육이 현장에서 어떻게 이뤄지고 있는지를 설명했다.

 신 팀장은 "국제뇌교육협회(IBREA)는 지난 2001년 창립자인 이승헌 회장이 UN에서 새천년평화회의의 개막 연설을 한 이후 NGO로 정식 등록하여 활동하고 있다"며 "매년 UN이 제시하는 안건에 대해 유엔정책개발에 참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신 팀장은 "특히 지난 2011년에는 UN의 안건이 '교육'이었는데, 당시 중남미 국가인 엘살바도르에서 3개월 동안 진행된 뇌교육 프로젝트가 큰 성과가 나오면서 다양한 국가에서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며 "현재 아프리카 라이베리아에서 뇌교육을 진행하고 있고, 필리핀 8개 학교에서도 뇌교육 도입 의사를 밝힌 바 있다"고 전했다.

 UN이 저개발국가, 개발도상국의 지원에 집중하는 만큼, 현재 IBREA가 UN과 함께 협약하여 뇌교육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국가들은 대부분 치안이 불안하다. 지난해 엘살바도르에서는 학부모의 절반 이상이 지역 갱단(폭력조직)에 가입되어 있거나 갱(조직폭력배)으로 활동하고 있었다. 갱에 벌써 가입된 아이들도 있었고 마약을 하는 아이들도 있었다.

 신 팀장은 "엘살바도르 외교부와 MOU(양해각서)를 맺고 뇌교육 프로젝트를 진행했는데, 학교 교문에 법무부 소속 차량이 우리를 데리고 왔다갔다할 정도로 치안이 불한한 나라였다"며 당시의 상황을 회고했다. 신 팀장은 "그런 엘살바도르에서도 뇌교육을 통해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며 "지역을 양분하고 있는 두 갱단이 힘을 합해 뇌교육 프로젝트의 일환인 수영장 짓기를 시작했다"고 전하기도 했다.

 이날 특별세미나에는 엘살바도르에서 뇌교육을 받고 인생이 180도 바뀌었다는 이탈리아 디스트릭토 학교의 라우라 칼데론(17)도 참석해 뇌교육으로 변화한 자신의 삶에 관해 이야기해 큰 박수를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