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무척 많아 시끄러운 곳에서도 엄마들은 아이가 하는 말을 알아 듣는다. 사랑에 빠진 연인도 마찬가지. 이렇게 혼잡한 속에서도 특정한 사람의 목소리를 잘 들을 수 있는 것은 바로 뇌의 움직임 때문이라고 한다.

네  목소리는 들려

외국에서는 칵테일 파티가 자주 열린다. 파티에서 여러 명이 각자 대화를 나누게 되면 공간 속 음압레벨이 올라간다. 그러면 같은 주파수를 지닌 음파(목소리)가 겹치게 되면서 소리가 강해지거나 약해지는 ‘음향간섭’이 일어난다. 그래서 사람들은 점점 더 목소리를 높여 이야기를 하게 되고, 점점 더 시끄러워진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이렇게 시끄러운 와중에도 함께 이야기를 나누던 사람에게 집중하면 목소리를 알아 듣고 대화를 나눌 수 있다. 이런 현상을 두고 학자들은 '칵테일 파티 효과(Cocktail Party Effect)'라고 이름 붙였다.

최근까지는 특정한 소리만 골라 들을 수 있는 사람의 능력은 ‘선택적 지각(selective perception)' 때문이라 생각했다. 심리적으로 자신에게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소리만 선택해서 ‘집중’하게 된다는 것이다.

주파수에 따라 춤추는 뉴런

그러나 실제로는 뇌의 움직임이 이런 현상을 일으킨다는 연구결과가 지난 19일 국제학술지 ‘네이쳐(Nature)’ 인터넷판에 발표되었다. 뇌가 같은 장소에서 동시에 들리는 여러 목소리 중 한 사람의 목소리만 처리하기 때문이다.

샌프란시스코 캘리포니아 대학 니마 메스가라니(Nima Mesgarani)와 에드워드 창(Edward Chang)은 실험에 자원한 중증 간질환자 3명의  뇌 움직임을 관찰했다. 환자들은 수술을 위해 뇌 청각 영역(측두엽)에 전극을 삽입한 상태에서 녹음된 음성을 들었다.

그들의 뇌 반응을 관찰하자 특정 주파수에 반응하는 뉴런(neuron) 그룹의 움직임을 볼 수 있었다. 높낮이에 따라 뉴런의 움직임도 바뀌었다. 연구진은 자료를 모아 두뇌의 움직임을 스펙트럼 사진(spectrogram)으로 바꾸는 알고리즘을 개발했다.

뇌는 한 번에 하나의 소리에 집중한다.

연구진은 새롭게 개발한 알고리즘으로 '칵테일 파티 효과'도 실험했다. 자원자들에 특정 단어를 알려준 뒤, 서로 다른 문장을 동시에 말하는 두 남녀의 목소리를 들려 주었다. 그리고 어느 한 사람이 특정 단어를 말하면, 그때부터는 그 사람의 목소리에만 집중하라고 했다.

그 뒤 자원자의 두뇌 영역 움직임을 살펴보자, 다들 남녀 둘 중 한 명에만 집중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집중 대상은 자원자마다 달랐다. 하지만 특정 단어를 듣는 순간, 실험대상자의 뇌는 일제히 그 단어를 말한 사람 목소리를 처리했다.

이 연구원들이 개발한 알고리즘이 음성 인식 시스템에 도입되면, 소란한 실내에서도 특정한 음성을 판별할 수 있게 된다.

책임자인 에드워드 창(Edward Chang) 교수는 "음성인식장치의 한계 극복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했다. 또한 "노화나 주의력 결핍 장애, 자폐증 등을 겪는 뇌가 언어를 어떻게 처리하는지 알아내는 데 이번 연구를 응용한 뇌 언어 처리 분석 프로그램이 도움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