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영정 앞에서 재산싸움을 하는 형제들, 아내가 죽었는데 화장실에서 큰소리로 웃는 남편, 자고 있는 것 같으니 딸에게 심폐소생술을 한 번 더 해달라고 애원하는 아버지, 엄마가 죽은 줄도 모르고 뛰어다니는 어린 아이...

우리나라 여성 장례지도사 1호 심은이 씨가 지난 10년간 현장에서 함께했던 삶의 마지막 모습들을 담아 ‘아름다운 배웅’을 펴냈다. 저자는 빈소의 다양한 풍경들을 퀼트처럼 엮어놓으며 ‘내 눈에 비친 고인들의 마지막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려 한다. 당신이 가장 멋진 이야기가 담긴 페이지의 주인공이 되길 바란다.’고 썼다.

‘아름다운 배웅’은 살아 있는 동안 가족과 주위 사람들을 더 많이 사랑하게 되길 바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고인을 하나, 둘 보내드리면서 그 시간에 다다르면 아무것도 남지 않음을 보게 된다. 그럴 때마다 생각한다. 오늘 하루 최선을 다하고 찌꺼기 없는 마음으로 살자고.’ 저자의 말처럼 이 책은 또한 죽음이 아니라 현재의 삶을 진지하게 돌아볼 기회가 되어줄 것이다.

마지막 길이 외롭지 않도록 배웅해드립니다, 아름다운 이색 직업 장례지도사

한때 간호조무사로 중환자실에서 근무했던 저자 심은이 씨는 영안실에서 올라온 직원들이 고인을 물건 다루듯 하는 것을 보고 고인에 대한 존중이 절실히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고 장례지도사가 되었다. 처음엔 자신의 직업을 이야기하면 도망가고 무서워하는 사람들 때문에 상처를 받기도 했지만 삶과 죽음이 다르지 않다는 것을 알기에 자신의 직업에 보람과 자부심을 느낀다.

저자는 생명이 떠난 고인에게 시신이나 시체라는 말을 쓰지 않는다. 이승의 삶이야 어떻든 마지막 길에서는 누구든 외롭게 떠나서는 안 된다는 생각으로 고인에게 정성을 다한다. 먼 길 아름답게 떠나도록 고인의 몸을 깨끗이 닦아주고 곱게 화장도 해준다. 살아생전 의족에 의지했던 고인에겐 다리를 만들어주고 세상의 빛도 보지 못하고 떠난 아기들을 위해서는 하얀 종이 관에 꽃도 꽂아준다.

“우리 아이 아직 안 갔지요? 이것 좀 같이 넣어주세요.”
빨간 장미 한 송이와 ‘사랑하는 딸에게’라고 적힌 편지를 내민다. 콧등이 시큰해졌다. 사산아이기 때문에 아기의 얼굴도 보지 못했을 터인데, 죽은 아기에게 사랑을 보내주는 아버진 처음이었다.
 - 태아에게 보내는 장미 한 송이

고인의 얼굴을 닦는 내내 아버지가 입관실 문을 열고는 애원한다.
“지금 잠시 자고 있는 것 같으니 다시 심폐소생술을 해주세요. 제발 다시 한 번만 더 해주세요.”
- 심폐소생술을 해주세요

유가족들과 상담하다 보면, 장의용품을 결정하는 부분에 있어서 “어차피 소각할 건데요. 뭐. 비싼 거 할 필요가 있나요?”라며 부모님을 화장한다는 말 대신 소각한다는 단어를 쓰는 상주들이 가끔 있다. ‘소각’이라니.
- 어차피 소각할 건데요 뭐

본문 중에서

어떤 직업이든, 재산이 많든 적든 우리는 결국 모두 같은 길을 가야 한다. 죽음에 닿는 길이다. 웰빙(well-being)이 당연하게 인식되는 것처럼 이제는 잘 죽는다는 의미의 웰다잉(well-dying)을 생각해야 할 때이다. 그렇기에 쉽지 않은 일이지만 마지막 떠나는 길을 배웅해주는 장례지도사라는 직업의 중요성이 다시 한 번 강조되는 시점이다. ‘아름다운 배웅’을 읽는 동안 죽음을 배웅하는 모습을 통해 삶의 의미를 되새기는 기회가 되는 것은 물론, 장례절차나 장례지도사라는 이색 직업에 관심 있는 사람들에게도 즐거운 시간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