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 마음먹기에 달려있다지만, 마음을 먹는다는 건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연인과 헤어져 상처를 입었을 때, 대학에 떨어져 낙심했을 때, 일이 뜻대로 풀리지 않아 의기소침할 때, 중요한 일을 앞두고 불안할 때 마음은 마냥 뜻대로 움직여주지 않는다. 우리는 상처받고, 슬퍼하고, 좌절하고, 낙담한다. 이러한 순간에 나의 마음이 평정을 찾을 수만 있다면, 나의 감정이 이성이 지시하는 방향으로 움직여주기만 한다면 삶은 지금보다 조금 더 평화로워지지 않을까.

영국의 심리치료사이자 명상 지도자인 데니스 포슬은 《마음의 진화》를 통해 영원한 ‘비밀의 정원’, 마음으로 들어가는 길을 안내한다. 이 책에서 저자는 변덕스럽고 균일하지 않은 마음의 실체를 규명하고, 원하는 방향으로 마음의 진로를 바꾸는 기회와 방법을 제공한다. 

《마음의 진화》, 한문화

《마음의 진화》의 원제는 《The Mind Gymnasium》, 즉 ‘마음 훈련소’다. 제목이 말해주듯이, ‘더 나은 나’는 단순히 책을 읽는 것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몸과 마찬가지로 단단한 마음을 만들려면 훈련이 필요하다.


《마음의 진화》는 마인드컨트롤을 강조하지도, 트라우마나 관계의 상처를 순순히 위로하지도 않는다. 이 책의 독특함은 여기에 있다. 대신에 《마음의 진화》는 독자의 적극적인 참여를 요구한다. 미로에서 길을 찾으려면 끝없이 기록하고, 평가하고, 탐구해야 하는 것이다.

“혹시 전문가가 ‘나’를 평가한 다음 적절한 해답을 손에 쥐어주기를 바란다면 애초에 기대를 접는 편이 낫다. 여기서는 오직 나만이 나를 평가할 수 있다. 다른 사람도 많은 도움을 줄 수는 있지만 나를 가장 잘 아는 전문가는 바로 나 자신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이 과정을 손쉽게 이끌어주는 것이 이 책의 임무고, 잘 감당하는 것은 독자의 임무”라고 못 박는다. 이를 위해 가장 먼저 할 일은 바로 ‘나’에 대한 탐구다. 자기 자신에 대한 진지한 탐구 없이는 우리 마음은 한 발짝도 움직일 수 없다. 총 세 개로 나누어진 구성 가운데 첫 번째 부분이 ‘자기 평가’인 이유다.

‘자기 평가’는 삶 전반을 돌아보면서 오늘의 내가 어떻게 형성됐는지를 치밀하게 탐구하는 장이다. 이 평가는 모든 영역에 걸쳐 있다. 출생 전부터 시작해서 정체성, 몸, 지능, 인간관계 등으로 넓고 깊게 뻗어나간다. 어둠에 잠겨 있던 한 개인의 역사를 바닥에서부터 촘촘히 걷어 올린 다음, 밝은 빛 속에 던져 놓는다. 물론 이렇게 드러난 자아를 탐구하고 훈련하는 것은 온전히 ‘나’의 몫이다.

2부 ‘마음에 대한 탐구’에서는 마음을 통찰했던 다양한 이론들의 세계가 펼쳐진다. 심리학, 철학, 생물학, 물리학, 교육학 등을 갈무리해 마음에 관한 이론들을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있다. 이를 통해 마음이 단순한 심리의 문제가 아니라 몸과 마음, 과거와 현재, 나와 타인, 인간과 우주 등 온갖 결들이 뒤엉킨 영역임을 깨닫게 된다.   

‘자기 평가’와 ‘마음에 대한 탐구’를 거치면 3부 ‘마음의 훈련소’로 이어진다. 여기서 등장하는 훈련법들은 상처를 치유하고, 갈등을 해결한다. 나아가 우리 마음의 안팎을 넘나드는 생생한 방법들로 이끈다. 특히 각 훈련마다 구체적인 목표, 참여자, 공간 등을 설정해 자신을 탐구하고 탐색하는 데 최적화하도록 구성했다.

마음을 치밀하게 탐구하고, 치열하게 훈련하는《마음의 진화》는 ‘마음의 병’을 앓는 현대인들에게 성찰과 위로의 힘이 되어줄 것이다. 실제로 이 책은 영국에서 처음 출간된 이후 미국과 유럽 등에서 “서구를 사색하게 만든 자아 탐구 바이블”로 불리며 꾸준히 사랑을 받고 있다. 물론 독특한 책 구성이 국내 독자들에게는 다소 낯설게 다가올 수 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그 과정을 통해 내가 누구이며 왜 존재하는지, 진정한 소통이 무엇인지, 어떻게 성장하고 변화할 것인지를 깨닫게 된다는 사실이다. ‘마음의 진화’는 그렇게 이루어진다.

《마음의 진화》, 한문화, 데니스 포슬 지음, 이상춘  옮김, 440쪽, 값 25,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