쏟아지는 정보에 지치고, 부대끼는 사람에 시달린 현대인의 '뇌'와 '마음'이 백기를 들었다. 대한민국에 ADHD(집중력 결핍 과잉 행동 장애), 스트레스성 심인성 질환, 우울증 등 '마음의 병' 환자가 급증하고 있다. 한 초등학교 교사가 "요즘 한 학급 학생의 반 정도가 ADHD 증세를 보여요."라고 말할 정도이다.

 지난 4월 서울시 강남구 압구정 브레인타워에 개원한 비알집중력클리닉의 전열정 원장은 "잘못된 두뇌습관을 교정하고 뇌를 단련하여 건강한 마음을 가지게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라고 전했다.

의학을 전공하셨지만 연구원, 유엔에서도 일하시는 등 경력이 다양하시다고 들었습니다.
 "그런 셈이네요. 의대를 졸업을 하고, 병원과 연구원에서 일했고, 두뇌 촬영을 배우기 위해 미국 일리노이 대학에서 SPECT(single photon emission computed tomography, 단광자 단층촬영) 촬영 기법을 배우기도 했습니다. 국제뇌교육협회(IBREA)의 미주 지부에서 유엔 행사와 세미나, 학습장애자 대상 뇌교육 프로젝트 등도 진행했었어요. 이렇게 말하고 보니 정말 다양한 일들을 했네요. 하하하"

 

학부모를 대상으로 학습장애에 대한 열띤 강의를 펼치고 있는 전열정 원장
찾아오는 환자들이 의식적으로 성장하도록 힘쓰신다고요
 "네. 기본적으로 환자분에게 '장애'라는 말을 많이 안 쓰고 "당신의 뇌가 아주 완전하다."라는 말을 먼저 해줍니다. 병이라는 게 한번 나면 재발하기 쉬운데, 스스로 변화의 의지를 가지고, 뇌를 단련하여 자기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여 재발하지 않도록 하고, 의식을 성장할 수 있도록 이끌어드리는 데 관심이 많습니다."

 

의식 성장을 하게 하는 의사라니 새롭네요. 일반 병원이 아니라 정신질환에 특화된 클리닉을 개설한 이유가 있으십니까?
 "원래 정신과에 관심이 많은데, 요즘엔 약물 치료를 많이 하고 환자와의 소통이 많지가 않습니다. 또, 대체의학과 기존 의학을 접목하는 것에도 흥미가 많이 있었습니다. 기존의학을 업그레이드하고 싶은 마음이 컸는데, 뇌교육을 접하고 수승화강, 정충기장신명, 심기혈정과 같은 원리로 사람이 건강해질 수 있다는 것을 알고 반하게 되었습니다.
 지금 클리닉에서는 양·한방과 브레인 트레이너 협진 의료서비스를 제공합니다. 요즘에는 이런 마인드앤바디(Mind & Body)치료가 각광받고 있어요. 미국에서는 큰 대학병원도 부설로 피트니스 명상, 아로마 테라피 등 뇌와 몸과 마음 연결을 보는 의학이 많이 세워지고 있습니다."

요즘 집중력, 우울, 학습 장애 등 정신적 질환으로 힘들어하는 환자가 많다고 들었습니다.
 "네. 요즘 클리닉에 찾아오는 환자분들이 학생이 60~70%, 성인이 30~40% 정도 됩니다. 어른들은 스트레스로 인한 불면, 기억력 저하와 같은 증상으로 찾아오고, 아이들은 학습 장애나 학교에서 친구들과 많이 싸워서 병원에 가보라고 권해서 옵니다. 지능이 떨어진다거나 산만함, 의욕 저하로 오는 경우도 있고요."

원장님은 어려서부터 줄곧 인정만 받고 자라셨을 것 같은데, 그런 분들을 보면 와닿으십니까?
 "어머!(전 원장은 경쾌한 목소리로 웃었다.) 저도 어렸을 때 정말 산만했어요. 매일 지갑 잃어버리고 숙제도 까먹고. 의사가 되고 어렸을 때를 회상해보니까 ADHD까지는 아니지만 '부주의'하다고 할 수 있겠더라고요. 저도 뇌를 개발하는 프로그램을 스스로 체험하면서 많이 변화했어요. 그래서 ADHD 아이들의 입장에서 프로그램을 개발할 수 있었고요."

 

지난 4월 비알집중력클리닉 개원식에서 전세일 브레인트레이너협회장(CHA의과학대학 통합의학대학원장)이 축사를 건넸다.

 

비알집중력클리닉은 어떤 프로그램을 주로 운영하십니까?
 "집중력 학습 클리닉, 스트레스 심인성질환 클리닉, 척추 통증 클리닉 세 가지를 주로 하고 있습니다. 집중력 장애 개선을 위해서는 학습 발달이 늦거나 사회적으로 어울리지 못하는 아이들, 혹은 기억이나 집중력이 저하된 성인이 주로 찾아옵니다. 그런 분들은 먼저 배경 뇌파, 학습뇌파, 심리 검사 등으로 뇌기능 검사로 원인을 찾아내고, 프로그램 운영으로 두뇌와 신체의 기능을 통합적으로 개선합니다.

 요즘은 이유없이 아파서 오는 사람이 많은데요, 그런 분들은 스트레스 지수가 높습니다. 스트레스 검사와 근육긴장도 테스트로 긴장을 이완시킬 수 있는 여러 요법을 진행합니다. 요즘 고령화시대가 되면서 젊고 건강하게 오래사는 비결로 화두가 되고 있는 장생(長生)도 두뇌 노화방지와 기억력 향상을 하는 프로그램으로 처방이 가능합니다. 최근 KBS 방송국에서도 취재해갔었어요.

 통증클리닉에서는 체형적으로 접근합니다. 무릎, 발목 등 관절이 안좋은 것도 체형이 안 좋은 경우가 많습니다. 체형과 자세교정을 통해 척추 측만, 오십견 등을 교정합니다."

보통 증상이 개선되는데 얼마나 걸리나요?
 "개인차가 있기는 하지만, 많이 산만한 ADHD 아이는 3~6개월, 자신감 결여나 우울한 경우에는 3~6개월, 인지나 발달이 늦은 경우 1년 정도 프로그램을 받으면 많이 개선됩니다. 지능이 낮은 아이의 경우에도 지능 검사 점수는 절대적이지 않기 때문에 집중력이 높아지면 수행력 높아져서 자기 능력에서 최대한 결과를 낼 수 있게 도와줄 수 있습니다. 혹은, 다른 장점을 찾고 깨워주기도 합니다."

마음의 감기라는 '우울증'도 문제가 심각하던데요.
 "네. 우울증을 진단하는 문항이 있는데, 일단 6개월 이상 우울한 기분 때문에 일상 생활에 잠을 못잔다, 사람을 안 만난다 등의 장애가 있고 업무를 못할 정도라면 우울증으로 진단할 수 있습니다. 이런 경우에는 병원을 찾거나 개선을 위한 노력을 해야 하죠. 일반적으로 약물로 치료를 많이 하는데, 이런 경우에는 왜 우울해졌는지 원인을 찾지 못하고 습관 교정이 안되어서 재발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래서 이런 환자를 만나면 뇌교육으로 무의식을 교정하고 근본적인 치료를 하고 있습니다. 반복되는 인지 습관을 교정하기 때문에 재발 비율이 많이 낮습니다."

많은 환자분을 만나셨을텐데, 치료 후에 가장 뿌듯했던 사례가 있나요?
 "이런 건 환자 보호 차원에서 자세히 말하기 힘든데(웃음). 한분, 한분 호전되면 참 기쁘고 감사해요. 한 아이는 어머니와도 대화를 잘 안해서 발달이 늦은 것인가 부모님 걱정이 크셨는데, 아이가 편하게 느끼도록 잘 놀면서 가이드해주고 언어에 대한 부담을 덜어주니까 나중엔 말문이 술술 열리더라고요.
 또, 사회 부적응으로 자퇴했던 아이가 치료를 받고는 검정고시 합격해서 친구들과 잘 지내는 것 보고 참 보람찼어요."

융합 클리닉을 꿈꾸시는 것 같은데, 앞으로 생각하시는 모습이 있나요?
 "(잠시 생각하더니)통합 의료의 새로운 문화를 만들고 싶습니다. '뇌'로부터 근본적으로 치료하는 새로운 의료 문화를 만들고, 의사들에게도 새로운 시각을 가질 수 있는 교육의 장(場)이 될 수 있게 하고 싶어요. 의사도 각각 뇌를 잘 쓰는 브레인 트레이너가 되는거죠.
 지금은 의사만 약을 처방하는 수동적인 의료 시스템인데, 모든 국민이 뇌를 잘 써서 스스로 건강해지는 건강 문화의 모델을 만들고 싶습니다."

 

 안경너머로 동그랗게 뜬 눈에 다소 동화같은 면이 있는 전열정 원장은 흔히 떠올리는 '의사'의 이미지와는 달리 솔직하고 털털했다. 그래서 더 믿음이 갔다. "이 사람이라면 내 마음을 열어도 되겠다." 싶을 정도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