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가 대입과 고입전형에서 자기주도학습의 핵심방법 중 하나로 부각되면서 요즘 학부모님들에게 독서교육은 또 하나의 중요한 교육과정으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더구나 7차 교과과정에서 각 과목에 대한 저변지식이나 사고능력을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고, 서술형 평가 비중이 높아지고 있을 뿐 아니라 곧, 독서논술이 초등 정규교과화 된다는 말도 들릴 정도니 독서는 이제 단순히 소양교육의 차원이 아니라 입시에 절대적인 학습의 하나로 자리잡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이상한 점은 이런 폭발적인 관심과 실제 아이들이 보이는 결과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는 것입니다. 현장에서 교육을 담당하고 있는 분들은 대부분, 독서 역시 아이들간의 편차가 심해지고 있으며 중학교에 가면서 책을 읽지 않는 아이들이 더 많아지고 있다고 말합니다. 더군다나 책에 대한 거부감을 느끼는 아이들도 증가하고 있으며, 책이 주는 의미를 이해하거나 감동을 느끼지 못한 채 기계적으로 책을 읽기만 하는 아이들이 오히려 예전보다 더 증가한 것 같다며 걱정을 합니다.

 학습능력은 물론, 인생의 주요한 가치관을 형성하는데 절대적인 영향을 주는 독서는 단순히 대입의 도구로만 인식되어서는 안되는 정말 중요한 교육입니다. 독서는 아이들이 학창시절뿐 아니라 인생을 살아가면서 두고두고 지혜를 구할 수 있는 너무나 가치 있는 평생친구인 것입니다.
 독서를 평생 친구로 할 수 있는 아이, 책만큼 사람과 세상과의 관계를 진취적으로 할 수 있는 아이로 키우기를 원하는 학부모님들을 위해 오늘은 이 독서교육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합니다.

 독서교육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책읽기 자체와 책을 통한 교감과 표현입니다.
 그런데 가장 안되고 있는 것도 바로 이 3가지입니다. 아이들은 책을 읽지 않고, 읽는다고 해도 책의 내용과 교감하지 못하며, 책의 내용을 자신의 언어로 표현하는 것을 힘들어 합니다. 왜일까요?

 첫 번째 이유는 현재 대부분의 독서교육이 지나치게 논술 중심의 기능적 독서교육으로 변형되면서 책읽기 교육은 사라지고 논술 교육,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쓰기 교육만 남은 경향이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실제로 강남의 모학원은 책 읽을 시간이 없다는 부모의 말에 수업시간에 교사가 책 내용을 요약해주고 토론을 할 수 있도록 돕는다고 상담하고 있으며 좀더 많은 책을 읽기 위해  '속독'을 강조하기도 합니다. 그러다 보니 모두가 비슷한 생각을 한듯 똑같은 글을 씁니다. 실제 서울의 한 명문대에서는 비슷한 논술 답안지가 많아 채점이 어려웠다며, 아이들의 답안이 거기서 거기라는 말을 합니다. 이는 최근 교과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결과와 기록 중심의 독서교육 시스템, 독서기록에서도 나타나고 있는데, 교육관계자들 사이에서는 대학입시와 고입 전형의 양적평가에 대한 대안으로 제시된 독서기록이 오히려 학생들의 올바른 독서지도를 심각하게 왜곡시키고 있다는 비판이 높아지면서 바른 독서교육의 필요성이 계속 언급되고 있습니다.

 또 하나의 결정적인 이유는 독서논술의 지나친 조기교육과 글자교육일 것입니다.
우리나라에서 조기교육이 대세처럼 굳어지면서 유아기에 국어는 물론 영어, 수학도 웬만큼 배우고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아이들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유치원 시기는 물론 유치원 입학 전에도 어린이집 교육이나 학습지 등을 통해 독서교육과 함께 영어, 수학 교육이 이뤄지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재미있는 것은 부모들은 독서가 조기 교육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는 것입니다. 독서교육이 조기 교육, 사교육을 안 하기 위한 대안이라고까지 생각합니다.

 그러나 독서 역시 조기교육의 문제점을 그래도 가지고 있습니다.
 독서는 아이들이 글과 그림을 통해 추상의 세계를 다루는 것입니다. 장난감과 책을 보는 것의 제일 큰 차이는 장난감은 실체인 반면 책은 실체의 상징, 즉 심볼을 다룬다는 점입니다. 따라서 바른 독서교육을 위해서는 아이의 뇌에서 심볼을 제대로 다룰 수 있는 나이가 언제인가 아는 것이 중요합니다. 아이들은 만 1세가 되면서 추상적인 개념이 형성되기 시작하지만 아직 지극히 초보적인 것이어서 적어도 3세는 되어야 상상을 할 수 있습니다. 글을 보고 제대로 독서를 하는 시기는 이보다 훨씬 늦어 초등학교 2학년부터나 가능하며 이것도 발달이 빠른 여아의 경우입니다. 이렇게 글을 통해 추상의 세계로 진입하는 시기는 상당히 늦게 찾아옵니다.

 아이들의 뇌 발달시기를 무시한 채 지나치게 일찍 시작하는 독서교육, 특히 활자교육 중심의  독서교육은 학년이 올라갈수록 효율성이 낮을 뿐 아니라 오히려 많은 문제점들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불안증상과 공격성, 교류장애, 책 중독증세이며 심해지면 경계성 자폐와 초독서증을 보이기도 합니다. 근래 이에 대한 증세를 느끼는 걱정하는 부모들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습니다.
 
 유럽, 미국, 이스라엘 등의 선진국에서는 초등학교 취학 전 문자 및 수 교육이 금지되어 있고 일부 국가는 위반 시 형사 처벌까지 할 정도로 유아 시기의 독서교육은 매우 신중합니다. 특히 영재교육법으로 널리 알려진 이스라엘이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읽기, 수학, 과학 등 모든 영역에서 1, 2위를 하는 핀란드의 경우에도 초등학교 입학 전 유치원 단계에서는 문자 교육조차 철저히 금지되어 있습니다. 태어나자마자 영어나 수학, 독서 교육 경쟁을 하는 나라는 한국과 일본 정도인데 일본도 근래에는 교육의 방향을 선회하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이 시기에는 집중력과 창의성을 기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데 문자 교육이 오히려 집중력을 해치는 것이 조사결과 정도가 아니라 회현상으로도 드러나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면 어떻게 하면 아이에게 바른 독서교육을 시킬 수 있을까요?

 교육은 짧게 잡아도 12년, 길게 잡으면 20년이 넘는 아주 긴 프로젝트입니다. 흙도 밟아보지 않은 아이에게 땅이란 단어부터 가르치는 것은 순서가 뒤바뀐 것이며 이런 방법은 결코 성공할 수 없습니다. 모든 교육이 그렇듯 성공적인 독서교육 역시 아이들의 뇌에 대한 이해를 기반으로 한 아주 긴 호흡의 접근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시작 역시 가정이며 부모님입니다.

영아를 위한 독서지도 (0 ~ 4세)

 공부를 하는데 필요한 대뇌피질은 3세 이후 발달하므로 이 시기에는 책을 읽히지 않는 게 좋습니다. 이 시기 지나치게 빠른 독서교육으로 아이의 뇌를 자극하는 것은 오히려 정상적인 뇌 발달을 방해합니다. 이 시기에 가장 필요한 것은 엄마와의 애착형성을 위한 스킨쉽과 놀이, 그리고 세상에 호기심을 만족할 수 있도록 많은 것을 보고, 듣고, 냄새맡고, 느끼고, 말하고, 표현하게 하는 것입니다. 아이가 스스로 그림책을 보는 것은 좋지만 오랜시간 책을 보게 하거나 TV, 교육용 영상을 보는 것은 삼가도록 지도하는 것이 좋습니다. 영상매체는 아이가 생각하고 주도적으로 정보를 받아들일 수 있는 시간을 주지 않으며 상상력을 대행해주므로 뇌가 수동적으로 정보를 인지하게 하는 습관을 들이므로 특히 유의해야 합니다. 나무를 그림책이나 TV를 통해 설명으로 알게하지 말고 직접 보고, 만지고, 냄새맡게 하십시오. 나무 주위에서 뛰어놀다 그 그늘에서 쉬면서 나무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상상하게 하고 아이와 이야기 하십시오. 이 시기에 가장 좋은 공부이며 이후 학습을 안정적으로 할 수 있도록 대뇌번연계를 비롯한 두뇌피질의 건강한 발달을 촉진할 것입니다.

유아를 위한 독서지도 (4 ~ 6세)

 이 시기는 인간의 사고와 자아인식과 조절 기능을 담당하는 전두엽이 주로 발달하므로 초보적인 학습이 가능한 시기입니다. 그러므로 느끼고, 표현하는 것에 생각하고, 조절하는 연습이 덧붙여질 시기입니다. 세상을 느끼는 것 외에 자신에 대해 느끼고 조절하는 연습과 함께 또래 등으로 관계를 넓혀가며 여전히 세상을 오감으로 배울 시기입니다. 그러므로 책을 읽어주는 것을 본격적으로 시작하되 책에 대해 함께 이야기하고 그 책의 내용을 현실에서 연습해보면서 세상과, 사람들의 관계형성에 여전히 교육의 중심을 실어야 합니다. 책 내용을 현실과 연계해 체험하는 것도 좋습니다.

 유아들은 5분 이상 집중력을 발휘하는 게 쉽지 않습니다. 아이들의 흥미를 자극해 집중할 수 있는 책을 선택하는 게 가장 중요하므로 무조건 아이가 좋아하고 관심있어 하는 내용의 책을 고르되 남들이 좋은 책이라고 해서 혹은 꼭 읽어야 한다고 해서 아이에게 강요하는 일은 절대 없어야 합니다. 오히려 독서에 대한 흥미를 떨어뜨리기 때문입니다. 특히 급하게 독후활동을 강요하는 건 금물입니다. 또한, 활자교육이 독서교육이 아닙니다. 활자를 익히느라 독서의 즐거움을 잃게 하는 것은 거위의 배를 가르는 것과 같습니다. 또 한가지, 이 시기 영상매체에 대한 조절은 특히 중요합니다. 특히 초보적인 인터넷 게임을 할 수 있는 시기이므로 학습을 위해 인터넷 게임과 접하게 하는 것은 신중하셔야 합니다. 책을 몇 권 읽었는가, 몇 시간 읽었는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 책에 대해 아이가 어떻게 느끼고, 생각하고, 상상하는가를 이야기하고 교감하는 것, 표현하고 현실에서 해보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잊지 마십시오.

초등 저학년을 위한 독서지도 (7~10세)

 전두엽에서 입체공간적 인식을 해주는 두정엽, 언어이해 기능을 하는 측두엽까지 뇌발달이 진척되어 학습이 가능한 시기입니다. 이 때부터는 본격적인 읽기·쓰기 훈련을 할 수 있습니다. 시간에 대한 개념이 생기고 사건을 순서대로 계열화할 수 있기 때문에 생활 주변의 현실적인 대상에 흥미를 보입니다. 따라서 실생활을 바탕으로 상상이 가미된 동화나 친구 사이 우정을 그린 책을 추천하는 게 좋습니다.

 역시 엄마나 아빠가 책을 많이 읽어주는 것은 아이의 안정적인 정서를 위해서도 매우 좋으며 책내용에 대해 함께 이야기 하고 사고 퀴즈를 내보는 것도 좋습니다. 예를 들면 내가 만약 주인공이었다면 이때 어떻게 했을까와 같이 상상의 기회를 주는 것이 좋습니다. 스스로 흥미가 있는 책을 골라 읽도록 하며 점차 독서량도 늘려가도록 유도하며, 함께 도서관이나 서점에 가보는 것도 좋습니다.

초등 고학년을 위한 독서지도 (11~13세)

 두뇌피질의 발달이 상당히 진척되어 어느 정도 추상적인 내용도 읽을 수 있는 시기이며 의미 중심의 읽기를 시작할 시기입니다. 분석적이고 비판적인 사고가 발달하므로 ‘이해력 독서’가 시작될 수 있어 주제를 발견하고 의견을 덧붙일 수 있는 시기이므로 지적 호기심을 충족시켜줄 수 있는 책들을 읽는 게 효과적입니다.
 책을 읽은 후에는 아이와 책의 중심생각이나 흐름에 대해 함께 이야기해 보는 것도 좋습니다. 이때 유의할 점은 추궁하고 평가하듯 묻지 말고 마치 엄마에게 책 내용을 이야기해주듯 유도하는 것입니다. 이 시기 독서가 학습으로 받아들여지면서 아이들은 정말 책을 읽어야 하는 중학생 이후 독서와 멀어지기 때문입니다. 우수한 아이의 경우 또래끼리의 토론도 가능합니다. 같은 책을 읽고 생각이 어떻게 다른지 비교하는 것은 좋은 연습입니다. 또한, 지나친 거부감이 없다면 독서기록이나 독서일기를 시작해보는 것도 좋습니다. 아이가 좋아하는 예쁜 노트나 수첩을 엄마와 함께 사서 독서일기를 쓰는 것은 매우 좋은 독후활동이 됩니다. 아이가 선호하는 책을 중심으로 독서계획을 세우되 만화책이나 일부 분야의 책에 치우치지 않도록 약속을 정해 독서지도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중학생을 위한 독서지도 (14~16세)

 이 시기는 아이의 뇌가 거의 어른의 뇌와 비슷한 수준으로 성장하며 사춘기가 시작되는 시기입니다. 신체적으로나 심리적으로 불안정하므로 자신과 비슷한 상황에 있는 인물을 다룬 성장소설을 추천해주면 심리적 불안을 해소할 뿐 아니라 타인의 삶을 자신과 비교해봄으로써 정신적 성숙에 큰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특히 이 시기의 책 읽기는 학습능력 향상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는데 이때의 독서는  인생에 있어 가치관을 형성함으로써 정신적 성숙에 큰 영향을 끼칠 뿐 아니라 고등학교 진학 후 수능 준비에도 큰 도움이 됩니다. 문제는 이 시기부터 일부 부모님들이나 아이들이 독서에 대한 관심이 학습에 비해 상대적으로 약해지면서 책을 읽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아직 수능의 무게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이 시기 문학, 철학, 역사, 과학, 수학, 예술 등 모든 분야에 책을 읽도록 조언하는 것이 좋습니다. 비율로 이야기하자면 문학 : 사회 : 과학수학의 비율을 1 : 1 : 1 정도면 어떨까요.

 어느 TV에 나온 안철수 씨의 말이 기억납니다. 리포터가 어떻게 그렇게 공부를 잘 하는 자녀를 두었냐, 공부를 어떻게 도와주냐는 질문에 안철수 씨는 그 특유의 미소와 진지함으로 이렇게 답했습니다. “자신은 책을 읽지 않으면서 아이에게만 책을 읽으라고 하면 아이는 절대 읽지 않습니다. 저는 책을 읽으라고 하지 않고 제가 함께 책을 읽었습니다. 그리고 함께 그 책에 대해 한동안 이야기했습니다.”

 정말 훌륭한 독서교육인 것 같습니다.
 오늘 마음에 드는 책을 한권 골라 나부터 읽으면서 나의 아이가 어떤 세상과 만났으면 좋겠는지, 어떤 책을 읽게 하고 싶은지 골라 보십시오. 10대, 가장 치열하고 아름다운 이 때, 더 많이 읽고, 더 많이 느끼며 자신의 꿈을 명상하게 하십시오. 대입전형에 필요하다거나 공부에 도움이 될 것 같아서만이 아니라 말입니다.

 

 

 임경희 소장 약력

▣ 고려대 전산과학 졸업 (수학교육 부전공)

▣ 전 입시학원 이과수학강사

▣ 국제뇌교육대학원대학교 겸임교수

▣ BR잉글리쉬 & 해외캠프 본부장

▣ BR뇌교육 영재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