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용 동화책에 나타난 단군왕검의 건국이야기. <사진=<단군신화>이형구 글, 솔거나라출판사>

<삼국유사>를 지은 일연(一然)은 “역사가 오랜 나라일수록 역사책의 첫머리는 신화로 시작한다.”고 했다. 실증사학자들도 고대신화가 민족의 기원이나 여러 민족의 결합, 국가의 성립, 자연재난, 전쟁 등 역사적 요소를 상징적으로 나타낸 중요한 사료임을 인정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단군왕검의 건국이야기 속에는 태양숭배의 천손민족과 토템 신앙의 지손민족이 결합했다는 역사적 사실과 함께 농경의 시작 등이 담겨 있다. 무엇보다 홍익인간 재세이화라는 중요한 건국이념이 드러난다. 건국 이전에 우리 민족을 하나로 묶는 중심철학이 있었고 모든 사람이 어우러져 조화로운 세계를 건설하겠다는 이상(理想)이 있었음을 나타낸다. 환웅과 웅녀의 결합은 우리 민족이 혈연중심보다 이상공동체였음을 표명한 것이다.

일본 식민사학자들은 역사적 요소는 철저히 무시한 채 <삼국유사>에 실린 내용을 곰이 인간으로 변할 수 없다는 과학적 사실 때문에 역사가 아닌 ‘믿을 수 없고 허황한’ 신화라고 왜곡했다.

그럼 우리 청소년은 건국이야기를 어떻게 접하고 있을까? 강남의 대형서점에서 유소년용 도서 속에 담긴 단군왕검의 건국이야기를 살펴보았다. 대다수의 서적은 <삼국유사>의 단군왕검 이야기, 즉 환웅, 곰과 호랑이, 쑥과 마늘, 동굴수행과 웅녀의 변신, 단군의 탄생을 다뤘다. 어린이용 책에는 그림으로 곰과 호랑이가 사람이 되고자 요청하는 모습, 곰이 웅녀로 변신하는 모습을 싣고 뒷부분 부모와 함께 학습하는 단락에서 역사적 요소를 풀었다. 건국정신인 홍익인간, 토템 신앙, 쑥과 마늘의 의미, 단군이 1,500년간 다스렸다는 의미 등을 자세히 실은 것도 있으나 홍익인간에 대한 언급조차 없는 책도 있었다.

일부는 단군왕검 이전의 이야기가 실린 책도 있었다. <단군은 어디에서 왔을까>(권태문 저)는 우리 창세신화를 다룬 신라 박제상의 <부도지(符都誌)>의 내용까지 담고 있다. <단군의 조선>(송언 저)에서는 환웅이 정착하기까지 생겨난 수많은 일화가 담겨 있다. 또한 <우리 문화의 무대에서 놀아보자>(이덕일 저)에서는 고조선의 다뉴세문경 등 청동기 유물의 우수성과 뛰어난 청동기술 등을 생생하게 적어 우리 선조의 지혜를 배울 수 있게 했다.

유소년 역사교육 더욱 신중해야

반면 <한국문화는 중국문화의 아류인가>(최준식 윤지원 허재욱 이강민 김윤정 송혜나 최준 양제욱 공저)의 한국사 연대표는 고조선의 건국기록 없이 서기 전 400년 철기시대 시작, 서기 전 108년 고조선 멸망부터 시작한다. <치우대왕과 단군의 나라>(박영규 저)의 경우 “치우가 호랑이 부족, 헌원이 곰 부족과 관련되었다.”는 내용과 함께 “학자들 가운데는 단군신화의 곰과 호랑이 이야기가 중국에서 만들어져서 우리나라에 흘러든 것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는 주장을 담기도 했다. 대학생의 연구과제로 검토할 수는 있으나 어린이용 도서에서는 혼란의 소지가 다분하다 할 것이다.

유소년기에 받아들인 정보는 무의식에 남아 학습을 받아들이는 잣대가 된다. 합리적 판단 이전에 형성된 이미지 정보가 평생을 좌우한다는 측면에서 유소년기의 올바른 역사의식 형성은 매우 중요하고 신중을 기해야 할 것이다. 유물 유적의 발굴과 활발한 고대사 연구를 통해 신화적 차원에 머물고 있는 건국역사를 분석하고 입증하며 신화 이면에 담긴 의미를 찾아내는 노력과 교육이 절실하다. 

<국학신문 5월호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