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는 분량이 1/2, 수업시간은 1/3로 축소되었다. 고조선에 관한 기술은 여전히 2~3페이지에 불과하며, 2007년 단군조선 건국을 '역사적 사실'로 확정했으나 예전 표현을 답습한 교과서도 3종이나 있다

 

올해 고등학교 국사교육은 국사와 근·현대사를 한국사 한 권으로 통합하여 분량이 1/2로 축소되었다. 주당 평균 6~7시간 배우던 내용을 주당 2시간 정도에 배우게 된다. 또한 근·현대사 중심으로 편성되어 총 지면의 2/3를 차지한다. 검인정 교과서들을 살펴보면 선사시대부터 삼국시대까지 고대사는 총 400여 페이지 중 약 30페이지로 기술하고 있다. 반만년 역사라고 하나 정작 우리 역사 중 3,400여 년, 약 80퍼센트를 단 몇십 페이지로 배우는 것이다. 특히 우리 역사의 뿌리이자 민족정신의 출발이 되는 고조선의 역사는 여전히 단 두세 페이지에 소개한다.

교육관계자에 따르면 “교과 과정이 국어 영어 수학에 집중하는 형태로 바뀌어 이들 과목에 대한 단위시간 비중이 늘어난 반면, 사회·과학탐구의 비중이 대폭 축소된데 따른 결과”라고 한다.
국사는 역사적 사실을 모두 기재하는 것이 아니라 역사전개에 있어 의미가 있는 사건들을 중심으로 기술하고 있다. 무엇이 중요하고 덜 중요한지 결정하려면 우리 역사를 관통하는 민족정신, 얼은 무엇인지 명확해야 한다. 얼이 빠진 국사교육은 수많은 역사지식을 쌓을 뿐 얼빠진 국민을 만들 수밖에 없다. 우리 역사를 관통하는 우수한 정신문화를 알면 자긍심과 함께 역사가 새롭게 보인다.


우리 역사에서 고조선, 즉 단군조선이 중요한 이유는 우리 민족의 정신적 기반을 이루는 홍익정신의 발현이 바로 단군조선에서 비롯되었기 때문이다. 단군조선은 고래로부터 내려오는 홍익정신을 건국이념이자 통치철학으로 하여 세워졌다.

홍익인간의 이념이 중심이 된 우리 민족의 문화원형에 불교문화가 혼합되고 그 위에 유교문화가 입혀지고 다시 서양문화가 덧입혀져 오늘에 이르렀다. 지배계층이 내세운 통치철학이 바뀌어도 그 근저에는 홍익정신이 있었고 위기 때마다 국난극복의 구심점으로 발현되었다. 이제 순수한 문화원형을 복원하고 당당했던 국가체계를 세우기 위해 고조선의 사회이념과 가치관, 문화와 주변국과의 대외관계 경제수준 등 그 역사를 찾아 채워 넣어야 할 것이다.

반만년 역사 중 80%를 30페이지에 수록
역사를 관통하는 민족정신, 얼 배워야

그러나 단 두 페이지로 상생과 평등 평화, 조화와 화합을 지향하는 우리 고유의 정신과 유려한 선을 자랑하는 고조선 청동검과 중국 청동검의 차이, 현대에도 재현하기 어려운 청동거울의 문양을 비롯한 뛰어난 단군조선의 문화를 설명할 수는 없을 것이다. 고조선 영역은 신석기문화의 4대 지표인 거석문화권과 빗살무늬토기문화권, 채도문화권, 세석기문화권이 세계에서 유일하게 교차하는 뛰어난 문화지역이었다. 그러나 우리 인식 속 고조선은 어떤 모습인가?

2005년 국립중앙박문관이 용산으로 확대 이전 당시 고고학 연표에 고조선의 건국시기를 기재하지 않았고 지방 박물관 역시 마찬가지였다. 국학운동시민연합, 우리역사바로알기시민연대 등 시민단체가 문제를 제기했고 박물관 측은 “초창기(조선총독부 시절)이래 고조선 건국을 기재한 적이 없다.”고 답했다. 일제의 통치기구인 총독부 시절부터 기록하지 않았다는 것은 일제가 한민족의 역사를 축소하고자 한 것인 데 우리 박물관이 이를 그대로 계승한다는 것은 민족의 혼을 버린 어처구니없는 처사라고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
고조선 건국을 ‘역사’로 보지 않고 모호한 신화적 기술이나 민족자긍심을 고취하기 위해 조작된 기록으로 보는 기존 사학계의 시각이었다. 이후 전국적인 서명운동과 국민 여론에 따라 고고학 연표는 수정하였으나 국사 교과서 곳곳에서 건국시기와 문화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2007년 정부는 고등학교 국사교과서에서 “고조선이 서기 전 2333년에 건국되었다고 한다.”고 모호한 수동태적 표현에서 “건국되었다.”고 명백히 했다. 그러나 검인정을 받은 미래앤컬쳐, 천재교육, 지학사 3종은 여전히 “하였다고 한다.”라고 기재했다. 또한 고조선의 성립은 청동기 문화 위에 전개된 우리나라 최초의 국가라는 내용과 함께 청동기의 상한을 서기 전 15세기로 잡아 700여 년을 공백으로 두었다. 이후 개정을 거쳐 현행 교과서는 서기 전 2,000년~1,500년으로 개정하였다.

또한 고조선의 철기시대 개막에 대한 기록을 보면, 단국대 윤내현 교수는 ‘고조선 연구’에서 “고조선 후기(서기 전 10세기)에 이미 다양한 철기가 폭넓게 사용되었다.”며 호미, 반달칼, 단검, 활촉, 낚시 바늘 등의 출토지를 밝혔다.

그러나 현행 국사교과서는 몇 차례 개정을 거쳐 서기 전 5세기로 통일하었다. 반면 “서기 전 2세기경 위만이 집권한 뒤 고조선은 본격적으로 철기문화를 받아들였다.”고 기재함으로써 같은 책 속에 모순된 내용으로 혼란을 가중하고 있다.

국사 교과서 개정 때마다 우리는 끊임없이 우리 역사에서 식민사관을 걷어내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이제는 축약된 국사 교과서를 통해 일본강점기 사이토 총독이 교육시책으로 “조선인 청소년으로 하여금 그들의 역사, 전통문화를 모르게 하라.”고 한 제국주의적 망언을 실행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걱정된다. 하루속히 정신을 차려 우리 역사를 바로 세워야 할 것이다.             

<국학신문 4월호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