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술국치 100년을 맞은 올해 한일병합에 이르기까지 주요 5개 조약의 불법성에 대한 문제 제기가 어느 때보다 활발했다. 저명한 국제법학자인 이장희 상임대표를 만나 한일강제병합조약의 불법성 문제와 지난 100년간 끌어왔던 한일과거사 청산 그리고 아시아 평화를 위한 새로운 100년 설계에 대해 들어본다.  

지난 8월 12일 서대문형무소역사관에서 한일시민대회 기자회견을 한 이장희 대표.

한일강제병합조약에 이르기까지 국권을 빼앗은 5개 조약에 대한 의견은
조약에는 성립요건과 효력요건이 있다. 성립요건의 핵심은 ‘조약체결권자에 의한 진정한 의사의 합치’이다. 정당한 조약체결권자가 강박이 아닌 자유로운 의사표시에 의해 의사합치해야 한다. 그러나 이들 조약은 성립요건을 갖추지 못해 조약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 없는 조약을 근거로 식민지화한 것이 불법이고 그런 조약을 근거로 해서 체결한 1909년 9월 4일 청·일간 간도 조약도 무효이다. 1905년 외교권을 이양한 을사늑약이 성립요건을 갖추지 못해 진정한 체결권자인 대한제국의 의사가 아니라는 것이다. 을사늑약 체결 당시 프랑스의 국제법학자 프란시스 레위도 “이것은 원천 무효”라고 주장했다.

대부분 식민지 조약이 의사에 반해서 성립되는 것이 아닌지
합법성을 주장하는 측의 논리는 당시 국제법에 의하면 식민지주의가 일반적이었기 때문에 국가에 대한 강박과 국가대표에 대한 강박을 구분해서 국가에 대한 강박은 조약 성립이 유효하고 국가대표에 대한 강박은 무효라는 것이다. 그러나 국가에 대한 강박도 결국 어떤 자연인에 대한 강박이 될 수밖에 없어 구분 자체가 불가능하다.

한국의 불법무효론과 일본이 기존에 유지했던 유효부당론이 우리 국민에게 미치는 가장 큰 차이는 무엇인가
오늘날 일본군 ‘위안부’ 문제나 강제동원자, 원폭피해자 문제 등이 해결되지 않는 근본적인 이유가 한일관계 5개 조약의 불법성, 강제성, 원천무효를 인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자기들이 합법적으로 한국을 식민지화했기 때문에 지배기간 동안 한국 국민이 강제 동원되거나 피해를 보는 것이 국민으로서 당연히 져야 할 의무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병합조약 자체가 불법이었기 때문에 불법적인(illegal) 식민지배 동안 한국인에 대한 약탈, 동원, 피해를 보상해야 한다.

일본은 한일간 개인보상 문제는 끝났다는 주장을 하고있다
1965년 우리가 무상 3억 유상 2억 불을 받으면서 청구권협정 제2조에서 “양국 및 그 국민 간의 청구권에 관한 문제가 완전히(completely), 그리고 최종적(finally)으로 해결(solved)된 것을 확인한다.”고 되어 있다. 양 정부가 해결되었는데 왜 시민단체가 시끄럽게 하느냐고 한다. 그러나 이것은 정부가 가지고 있는 ‘외교적 보호권’을 포기하는 것이지 일본군 ‘위안부’, 징용자 등 피해자 개개인이 일본정부에 갖는 권리가 포기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 국제법 논리이고 일본 국제법학계도 인정한다. 우리 국민인 피해자가 일본 법원에 일본정부를 상대로 소송하면 받아준다. 그러나 일본 실정법이 고쳐지지 않기 때문에 기각된다. 예를 들어 일본 원호법은 일본국적인 사람은 보상해도 외국인은 보상하지 않는다. 그러나 일본정부는 피해보상을 할 수 있도록 실정법을 바꾸지도, 특별법을 만들지도 않고 있다.

일본정부가 한일병합조약의 불법성을 인정할 때 예상되는 정당한 배상액 규모는
우리는 아직 실태조사도 되어 있지 않다. 예를 들면 북한은 100억~150억 불을 요구한다. 최근에도 식민지배에 대해 우리나라와 같이 협정하고 나서도 다시 엄청난 배상을 받은 사례가 있다. 이탈리아가 1911년~1943년까지 리비아를 식민지배한 것에 대해 2008년 8월 30일 공식 사과하고 문화재를 반환하고 50억 불을 투자형식으로 배상했다.

한일시민단체가 함께 나서고 있는데 앞으로의 방향은
2001년 남아공 더반선언에서 “식민지배와 노예제도는 인도에 반하는 범죄”라고 규정하고 아시아 아프리카를 괴롭혔던 강대국들에게 수용토록 했다. 이제 아시아판 더반선언을 채택해 서명을 받고 이를 일본정부가 수용하도록 압박하고 우리 정부에도 요구해야 한다. 사실 우리 국회와 정부가 미온적이다. 한일 간 조약의 불법성을 인정케 하는 것이 근본적이다. 그다음 단계는 일본 지도층의 역사인식 대전환이다. 이건 시간이 걸린다. 그러므로 압박할 수밖에 없다. 일본은 유엔 상임이사국 진출 등 국제사회에서 역량을 키우고 싶어 한다. 그러나 진정한 반성과 과거사 청산이 없는 일본은 국제사회에서 도덕적 비난을 받고 있다. 독일은 진솔하게 청산하고 통일을 이뤄 유럽통합의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다. 일본이 왜 그런 역할을 하지 못하는가 답답하다. 아시아가 통합하지 못하는 것은 일본이 과거 역사에 대한 청산이 없는 것과 한반도 분단, 이 두 가지가 핵심원인이다. 한반도가 분단되니 이 조그만 나라 주변에서 4대 강국이 군사훈련을 하고 있다. 이념적 논쟁을 끝내고 통일이 되어야 한다.

일본총리의 미온적인 담화에도 일본 우익의 반발이 크다. 일본의 변화가능성은
일본은 국제 규범을 따를 수밖에 없는 상황에 와 있다. 지금 조금씩 양보하고 있다. 변화가능성은 50대 50이라고 본다. 종전 후 동경군사법정에서 철저하게 청산하지 못해 A급 전범 19명이 석방되고 그들이 일본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모든 영역에 영향을 미쳤다. 과거를 반성하기보다 정당화하려는 역사 왜곡을 계속하고 있다. 만나 본 일본의 젊은 국회의원과 지식인 중에 극우적인 사고를 하진 사람이 많아 우려된다. 일본의 평화세력, 양심세력이 커져서 역사적 주체 세력이 바뀌어야 한다. 일본 자체만으로는 변화가 어렵다. 변화를 위한 강력한 압박이 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