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학원 광복의병연구소 주최로 지난 1월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는 신흥무관학교설립 100주년을 기념해 '동아시아 평화를 위한 새로운 한·일 관계의 모색'을 주제로 국제학술대회를 개최했다.

마지막 발표자인 정경희 국제뇌교육종합대학원 교수(국학학술원장)는 '한일 고대사상에 나타난 평화론'을 주제로 '항일'을 넘어서 적국인 일본까지도 용서하고 포용하는 큰 정신으로 승화시킨 우당 이회영 선생의 평화공동체론의 원천이자 일본 신도 전통에도 역력한 흔적을 남긴 한국선도의 홍익사상을 조명했다.

정경희 교수는 "한국선도와 일본신도의 고원한 생명사상과 홍익론이 재조명됨으로써 상처로 얼룩진 한ㆍ일 관계가 진정한 화해와 상생의 국면으로 나아가게 되기를 희망하며, 이를 통해 동아시아에 진정한 평화가 정착되기를 소망한다."고 했다.

<발표내용 본문>

한·일 고대사상에 나타난 평화론
머 리 말
一. 본질론:약동하는 ‘생명력’
1. 韓國仙道의 ‘1氣(3氣)論‘
2. 日本神道의 ‘造化3神論‘
二. 본질-현상론:‘본질’이 주도하는 ‘현상’
1. 한국선도의 ‘9氣(5氣)論’
2. 일본신도의 ‘神世七代論’

三. 인간론:‘본질’과 ‘현상’의 합일을 주도하는‘생명력’ 회복의 주체
1. 한국선도의 ‘性通-功完-朝天論’
2. 일본신도의 수행 표상에 나타난‘水昇火降-朝天論’
맺 음 말

머 리 말
한국 근대는 일제의 침략과 식민지지배에 맞선 한국인들의 고통스러운 자아탐색 속에서 시작되었다. 항일운동을 통하여 한국인들의 가슴속에 잠들어 있던 국혼이 되살아나게 되었으니, 항일운동의 다양한 입장과 노선 차이를 떠나 항일선열들이 보여준 대의와 살신성인은 만세의 귀감이 되고 있다. 우리는 항일선열에 큰 빚을 지고 오늘 이 자리에 서있다.

항일선열들의 헌신과 세계사적 조건 변화에 힘입어 천신만고 끝에 민족이 보존되었으나 다시 좌․우 이념 대립에 의해 민족이 두 동강이나 오늘에 이르고 있다. 근대 이래의 민족 문제를 아직까지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항일선열들에게 부끄러운 마음을 갖게 된다.

올해 2011년은 한일강제병합 100주년을 막 넘긴 시점이다. 항일선열들에서 시작된 민족의 문제를 아직까지 풀지 못하였으니 다시 한번 그분들의 문제의식으로 돌아가 보게 된다.
항일선열들에게 ’민족‘은 과연 어떠한 의미였는가? 항일운동에서 겉으로 드러난 ‘항일’이나 ‘극일’의 요소만을 본다면, 항일선열들의 고민을 깊이 살피지 못한 일이 될 것이다. 격렬한 무장투쟁을 위시하여 다양하게 전개된 운동은 ‘저항’의 모습을 띠었지만 결국은 ‘평화’를 위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항일무장투쟁의 금자탑으로 기억되는 新興武官學校를 설립하였으며 누구보다도 치열하게 항일운동을 펼쳤던 선각자 友堂 李會榮先生(1867년~1932년)도 종내 일본까지 끌어안는 한․중․일 평화공동체를 지향하였다. 인간 본성의 선량함과 상호부조성을 믿었으며, 公義를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바치면서도 남을 억압하지 않고 공의가 실현되는 진정한 평화사회를 지향하였다. 항일선열들의 평화론은 가해자를 용서하고 포용한데서 나온 승화된 정신이기에 더욱 빛을 발한다.

이러한 ‘항일평화운동’의 출발점이 大倧敎계를 중심으로 한 ‘한국선도’였고 한국선도의 사회사상이 곧 ‘弘益論’(‘弘益人間ㆍ在世理化論’, ‘功完論’)임은 주지의 사실이다. 일제후기로 가면서 항일운동의 노선 분립에 의해 그 정도가 약화된 측면은 있지만 항일운동의 정신적 구심으로서의 위상에는 시종 변함이 없었다.

광복 이후 남북 분단으로 자유주의와 사회주의가 대세가 되면서 남북 모두에서 선도의 홍익론은 사람들의 관심사에서 멀어져갔다. 항일운동도 '저항'이나 '민족'의 차원에서 이해되는 경우가 많았고 항일열사들이 도달한 용서와 평화의 승화된 정신은 잊혀지게 되었다.
항일평화운동의 입론점인 한국선도의 ‘홍익론’ 및 항일선열들의 숭고한 평화정신을 되짚어 보면서, 필자는 이러한 문제의식을 확장시킬 수 있는 새로운 접점으로서 ‘한국선도 홍익론의 일본 전승’의 문제를 살펴 보았다.

야요이(彌生)시대 이래 한국선도가 한반도 渡來人들과 함께 일본 고대사회로 전해져 일본신도가 되었으며, 그 과정에서 선도의 홍익론 또한 일본신도의 수행 체계 속에 꼭같이 나타나고 있는 점에 주목한 것이다.

한국선도 존재론은 존재의 ‘본질’을 ‘약동하는 생명력’로 보고 이러한 본질이 ‘현상’의 물질세계를 주도한다고 보았다. 특히 사람에 대해 내면의 본질로 자리한 생명력을 펼쳐 나의 생명력을 회복할 뿐아니라 전체사회의 생명력까지 회복하는 ‘홍익’의 주체로 바라보았다. 이러한 내용이 일본신도의 神觀이나 수행 표상에 고스란히 나타나 있음을 고찰하였다.

이러한 인식은 역사의 출발점에서 동일한 정신적 자산을 공유하였던 한․일 양국이 어떠한 사상적 분리의 과정을 거쳐 근대의 불행한 관계에 이르게 되었는지를 되돌아보게 할 것이다. 또한 무엇보다도 한․일 양국이 동일한 정신자산, 그것도 ‘홍익론’이라는 평화전통을 공유하고 있었던 사실을 통하여 한․일의 오랜 민족 갈등을 새로운 관점에서 풀어가는 단서를 제공하게 될 것이다.
一章에서는 한국선도와 일본신도의 ‘본질론’을 살펴보겠다.

한국선도의 ‘1氣(3氣)論’ 및 일본신도의 ‘1神(3神)論’을 통하여 양자가 공히 존재의 본질을 ‘약동하는 생명력’으로 보고 있음을 살펴 보고자 한다.

二章에서는 한국선도와 일본신도의 ‘본질-현상론’을 살펴 보겠다. 한국선도의 ‘9氣(5氣)論’ 및 일본신도의 ‘神世七代論’을 통하여 양자가 공히 존재의 본질에서 현상이 펼쳐져 나오며 ‘본질이 현상을 주도하는 것’으로 바라보고 있음을 살펴 보고자 한다.

三章에서는 한국선도와 일본신도의 ‘인간론’을 살펴 보겠다. 한국선도의 ‘性通-功完-朝天論’ 및 일본신도의 수행 표상에 나타난 ‘水昇火降-朝天論’을 통하여 양자가 공히 인간을 ‘본질’과 ‘현상’의 합일을 주도하는 ‘생명력’ 회복의 주체, 곧 ‘弘益’의 주체로 바라보고 있음을 살펴 보고자 한다. 

一. 본질론:약동하는 ‘생명력’

1. 韓國仙道의 ‘1氣(3氣)’論

한국선도의 으뜸 경전인『天符經』에서는 존재의 ‘본질’을 ‘一’로 보고 ‘一’을 이루고 있는 존재의 세 차원으로서 天․地․人 三元(‘三’)을 제시한다. 『천부경』의 철학을 역사에 대입한 선도사서『符都誌』에서는 천․지․인 삼원을 ‘虛達城(天)․實達城(地)․麻姑城(人)으로도 표현한다.(’一․三論‘)
대체로 ‘一’과 ‘三’은 동일시된다. 곧 ‘一’과 천(허달성)․지(실달성)․인(마고성) 삼원(‘三’)은 존재의 ‘본질’로서 불가분리성을 띠기 때문에 ‘一(三)’으로 표시될 수 있는 것이다.

한국선도에서는 모든 존재를 ‘氣’의 관점에서 바라보기에 ‘一(三)’ 또한 ‘氣’로 설명될 수 있다. 곧 ‘一’은 ‘一氣’로, ‘三’은 ‘三氣’로 표현될 수 있는 것이다. 三氣의 의미에 대해서는 ‘天氣=정보의식(정보․의식의 속성은 無․空이기 때문에 無․空으로 표현되기도 함), 地氣=질료․물질, 人氣=氣에너지’라는 해석이나 ‘天氣=빛光, 地氣=파동波, 人氣=소리音’라는 해석이 주목된다.

흔히 기라고 하면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느껴지는 에너지’ 정도로 생각하기 쉽지만 실제로는 ‘정보․의식’이나 ‘질료․물질’까지도 포함, 존재하는 모든 것은 기이다. ‘천기=정보의식=빛光, 지기=질료=파동波, 인기=氣에너지=소리音’는 이러한 관점의 해석이다.

천․지․인 삼원은 모두 氣이며 단지 기의 형태만 다른 것으로 이해된다. 곧 기는 ‘천기(정보의식, 빛光) ↔ 인기(氣에너지, 소리音) ↔ 지기(물질, 파동波)’의 순으로 밝고 가벼운 차원과 어둡고 무거운 차원 사이에서 끊임없이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천기(정보․의식, 빛光), 인기(기에너지, 소리音), 지기(물질, 파동波) 삼원 중에서도 특히 ‘인기(기에너지, 소리音)’는 삼원을 調和시키는 중심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이는 물론 ‘인기’가 ‘천기’나 ‘지기’보다 우월하다는 의미는 아니다. 선도에서는 ‘一’이라는 삼원의 기본 바탕을 중시하므로 천․지․인기 삼원의 차이를 인정하면서도 서열성을 부여하지 않는 것인데, 이러한 ‘합일적․비서열적인’ 천․지․인관은 ‘天․地․人 合一觀’으로 명명된다.

한국의 오랜 역사 전통에서 한국인들은 ‘1氣(3氣)’를 존재의 본질로 이해하면서도 표현하기로는 주로 ‘삼신하느님(, 一, 三)’이라는 인격적이고도 친근한 표현방식을 사용해 왔다. ‘1기’는 ‘하느님(, 一)’으로, ‘3기’는 ‘삼신(三)’으로 인격화하되 양자의 불가분리성을 염두에 두고 ‘삼신하느님’으로 표현해 왔던 것이다.

또한 한국선도에서는 존재의 본질인 ‘1기(3기), 하느님(삼신)’이 시작되는 곳, 곧 우주의 한 점을 지적하여 ‘하느님나라(國)’ 또는 ‘天宮’으로 표현해 왔는데, 구체적으로는 ‘北斗七星 근방’으로 지적되었다. 상기한 바 존재의 본질인 ‘1기(3기), 하느님(삼신)’ 또는 ‘하느님나라(國, 天宮), 북두칠성 근방‘에서 시작된 원초적 기는 대체로 아래와 같이 표상화되어 왔다.


<자료1> 한국선도의 ‘1氣(3氣)’ 표상
1. 1氣(하느님, 一)의 표상화
2. 3氣(3)의 표상화

이상에서 한국선도의 ‘一․三論’을 통하여 존재의 ‘본질’로서의 ‘1기’ 또는 ‘3기’를 살펴 보았다. 상고시대 이래 한국사 전통에서는 ‘1기’형 표상물 및 ‘3기’형 표상물들이 널리 제작되었는데, 대표적인 실례를 들어보면 아래와 같다.
<자료2> 한국사 속의 ‘1氣’형 표상물 및 ‘3氣’형 표상물


1.‘1氣’형 표상물
① 배달국(紅山文化) 牛河梁 출토 玉璧과 玉龍
② 단군조선(夏家店下層文化)의 玉璧과 玉玦
2.‘3氣’형 표상물
① 배달국의 3태극 玉璧, 雙熊首三孔玉器
② 단군조선의 3태극 청동장식
③ 가야의 靑銅三環鈴, 環頭大刀 머리장식
④ 현대 한국사회의 3태극 문양

이상에서 살펴본 바 존재의 본질인 ‘1기(3기)’는 북두칠성 근방의 우주의 출발점에서 오는 근원의 氣에너지임을 알 수 있는데, 선도 전통에서는 그 의미에 대해서도 주목할 만한 해석을 하고 있다.

먼저 선도경전『三一誥』에서는 원초적 기에너지인 ‘1기(3기)’의 속성을 ’無善惡․無淸濁․無厚薄’으로 표현하였다. 天(정보, 빛)의 면에서 선악시비의 치우침이 없는 최초의 정보 상태(無善惡), 인(기에너지, 소리)의 면에서 청․탁이 생겨나기 이전의 최초의 기에너지 상태(無淸濁), 지(질료, 파동)의 면에서 후․박이 생겨나기 이전의 최초의 물질적 상태(無厚薄)으로 본 것이다. 물론 현상화(물질화)의 과정에서 ‘善惡․淸濁․厚薄’이 생겨난다고 본다.

’무선악․무청탁․무후박’이라는 고전적 해석은 현대에 이르러 ‘無我․無․空’으로 재해석되는 경우가 많다.
‘선악․청탁․후박’으로 대변되는 바, 고정되고 치우친 기준이 사라진 자리로서 곧 ‘무아․무․공’의 상태라는 것이다.

’무선악․무청탁․무후박’, ‘무아․무․공’이라는 해석은 다소 철학적이면서도 난해하게 받아들여질 수 있는 개념인데, 이러할 때 실제적인 ‘1기(3기)’의 느낌이 중요해진다.

‘부도지’에서는 ‘1기(3기)’를 ‘天符’로 개념화한다. ’1기(3기)‘는 모든 존재의 내면에 자리한 근원적인 기에너지이지만, 현상속을 전전하면서 살아가다 보면 잘 느껴지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내면에 분명히 자리하고 있지만 잘 자각되지 않는 근원의 기에너지는 북두칠성 근방에서 오는 근원의 기에너지와 교류할 때 비로소 깨어나고 자각되어진다. 사람들은 이러한 관계를 天符 곧, ‘符節’의 관계로 표현하였다.

‘하늘 먼 곳 북두칠성 근방의 우주의 출발점에서 오는 근원의 기에너지가 사람의 내면에 자리한 근원의 기에너지와 교감하여 符節처럼 하나가 될 때 사람 내면의 근원적 기에너지가 온전하게 깨어난다‘라는 의미에서 ’하늘의 符信(天符)‘으로 표현한 것이다. 이는 ’1기(3기)‘론에 대한 철학적 이해를 넘어서 수행적, 체험적 방식으로 접근한 개념이다.

또한 근대 이후의 ‘至氣’ , 또 현대의 ‘홀로 스스로 존재하는 영원한 생명력’ 이나 ’천지기운’ 이라는 해석도 수행적으로 접근한 개념이다. 이중에서 특히 ‘홀로 스스로 존재하는 영원한 생명력’이라는 해석은 평이하면서도 실제적으로 느껴지는 ‘1기(3기)’의 본질을 대단히 잘 표현한 개념이라고 할 수 있다. ‘1기(3기)’는 어떠한 언설로도 정확한 표현이 어려운 ‘약동하는 생명력’ 자체이기 때문이다.

2. 日本神道의 ‘造化3神論’

 

이처럼 한국선도에서는 모든 존재를 ‘氣’의 관점에서 바라보는데 일본신도에서는 이를 ‘가미神’로 표현한다. 신도에 의하면 우주에 존재하는 모든 것은 ‘신’인데 흔히 ‘八百萬神’으로 이야기되곤 한다. 꼭 8백만이 아니라 셀 수도 없이 많다는 의미, 또는 우주에 편만하여 있다는 의미로 ‘기’와 같은 의미이다.

한국선도에서는 우주에 편만한 ‘기’의 본질을 ‘1氣(3氣)’로 보았는데 신도에서는 ‘3神(또는 造化三神)’으로 칭한다. 한국선도에서도 ‘1기(3기)’를 ‘1(3), ’1神(3神)‘으로 의인화하기도 하니 실상 꼭 같다. 신도의 고전인『日本書紀』나『古事記』의 첫머리는 한결같이 ‘3神’에서 시작한다. 먼저『일본서기』에서는
옛날 하늘과 땅이 갈라지지 않아 음양이 나뉘지 않았을 때 계란과 같이 혼돈하였고 흐릿한 가운데 형상의 싹이 포함되어 있었다. … 天地가운데 一物이 생겨났는데 갈대싹과 같았으며 문득 변하여 神이 되었다. 國常立尊이라 일렀고 … 다음을 國狹槌尊, 다음을 豊斟淳尊이라 하였다. 모두 三神이다.… 또 말하였다. 高天原에 생긴 신의 이름을 天御中主尊이라 하며 다음은 高皇産靈尊, 다음은 神皇産靈尊이다.

라 하여 ‘國常立尊國狹槌尊豊斟淳尊 3神’, 또는 ‘아메노미나카누시노가미天御中主尊다카노무스비노가미高皇山靈尊칸무스비노가미神皇産靈尊 3神’을 제시한다. 다음 ‘古事記’에서는 천지가 처음 생겨났을 때 高天原에 나타난 신의 이름은 天之御中主神이며, 다음은 高御産巣日神, 다음은 神産巣日神이다. 이 세 중심신(三柱神)은 獨神으로 있다가 몸을 숨겼다.

고 하여 ‘天之御中主神高御産巢日神神産巢日神 3신’을 제시한다. 이러한 논의에 따라 대체로 일본신도의 ‘3신’은 ‘아메노미나카누시노가미天御中主尊(구니도코다시國常立尊과 같음)다카노무스비노가미高皇山靈尊칸무스비노가미神皇産靈尊 3신’으로 이야기된다.

일본신도에서 ‘3신’은 ‘造化三神’으로도 불리는데, 우주에 편만한 ‘神(氣)’이 지닌 ‘창조성(造化性)’을 강조한 표현이다. 한국선도에서 ‘1기(3기)’를 ‘造化主’로 표현하는 것과 같다.
한국선도에서는 ‘一’과 ‘三’을 동일시하고 대체로 함께 거론하는데 비해 記․紀에서는 ‘三’, 곧 ‘3神’만을 거론하였다. ‘一’과 ‘三’이 하나이기에 ‘一’로도 ‘三’으로도 표현할 수 있는데, 주로 ‘三’에 초점을 맞춘 것이다.

물론 ‘3신’ 중에서 ‘天御中主尊’에게 대표성을 부여하여 ‘天御中主尊’만으로 ‘3신’을 대표하기도 한다. 한국선도에서 천지인 삼원중 ‘인’ 차원에 ‘三元調和’의 역할을 부여하듯이 신도에서도 3신중 ‘天御中主尊’에 ‘三神調和’의 역할을 부여한 것이다.
‘天御中主尊’이라는 명칭중의 ‘中‘은 ’중심 또는 調和‘의 의미를 담은 것으로 볼 수 있다. 3신 중에서 ‘天御中主尊’이 主尊이 되었던 점을 통해서 한국선도 ‘一․三論’에 내포된 ‘三元調化論’이 신도에도 그대로 온축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렇게 ‘天御中主尊’으로써 ‘3신’의 ‘1신’적 속성을 표현하기도 했지만 후대에 이르러서는 신도에 中國道敎를 습합해 들이면서 도교의 ‘一’ 개념인 ‘太一’, ‘太上眞君上帝’, ‘元始天尊’, 紫微北極天帝‘ 등의 용어를 가져다 쓰기도 하였다.

이렇게 한국선도의 ‘1氣(天․地․人 3氣)’와 신도의 ‘天御中主尊 1神(神皇産靈尊․高皇山靈尊․天御中主尊 造化3神)’이 동일하다면 ‘天地人 3氣’와 ‘神皇産靈尊․高皇山靈尊․天御中主尊 造化3神’의 배대 여부가 궁금해지는데, 필자의 경우 ‘天-神皇産靈尊’, ‘人-天御中主尊’, ‘地-高皇産靈尊'으로 배대해 보고자 한다.

‘天御中主尊’을 ‘인’ 차원에 배대할 수 있음은 상기한 바이다. 조화삼신중 유독 ‘高皇産靈尊’이 세상을 통치하는 태양신 아마테라스를 도와 아마테라스의 아들에게 딸을 주어 혼인시키고 그 자손이 세상을 다스릴 수 있도록 돕는다
. 천지인 3기가 ‘천기(정보의식, 빛光)→ 인기(氣에너지, 소리音)→ 지기(물질, 파동波)’의 순으로 움직여 물질화(현상화)한다고 할 때 현상(물질)세계와 가장 밀접한 관련을 보이는 ‘高皇産靈尊’을 ‘地’ 차원에 배대해 보게 된다. 또한 ‘神皇産靈尊’이라는 명칭중의 ‘神’은 천지인 삼기 중에서도 ‘천기(정보의식, 빛光)’의 속성과 통하기에 ‘神皇産靈尊’을 ‘천’ 차원에 배대해 보게 된다.

이상에서 한국선도의 ‘1氣(天․地․人 3氣)’가 신도에 이르러 ‘天御中主尊 1神(神皇産靈尊․高皇山靈尊․天御中主尊 造化3神)’으로 표현되었음을 살펴 보았다. 한국선도에서는 존재의 본질인 ‘1기(3기)’가 비롯되는 우주의 한 지점을 ‘북두칠성 근방’으로 지적하는데, 일본신도 역시 ‘1신(3신)’을 북두칠성 자리로 인식한다.

신도의 ‘1신(3신)’ 사상은 6세기 이후 중국에서 전래된 불교 및 중국도교와 습합되기 시작하는데, 불교와 습합된 것이 ‘北辰妙見信仰’, 중국도교와 습합된 것이 ‘靈符信仰(鎭宅靈符信仰)’이다. 일본사회에 북신묘견신앙과 영부신앙을 전파한 인물은 백제 聖王의 제3왕자로 알려진 琳聖太子이다. 임성태자는 597년(일본 推古女王 5년, 백제 威德王 44년) 백제로부터 북신묘견신앙과 영부신앙을 가지고 도래하여 혼슈 山口縣 일대와 큐슈 熊本縣 일대를 중심으로 전파하였다.
원래 ‘북신묘견신앙‘은 밀교계 북두칠성신앙이다. 불교 이전의 전통적 신격들을 불교의 호법신 또는 대승보살로 끌어안은 사례의 하나로서 북두칠성을 ’北辰妙見菩薩‘로 호칭하고 있다. 신도의 ’1신(조화3신)‘ 신앙은 곧 북두칠성 신앙이었기에 불교신앙 중에서도 북신묘견신앙은 빠르게 일본사회로 수용될 수 있었다.
원래 ‘영부신앙’은 漢 孝文帝代(기원전 179년~기원전 157년) 道家 劉進平에 의해 창시된 중국도교계 북두칠성신앙이다. 여기에서는 북두칠성을 ‘太上神仙鎭宅靈符神’ 등으로 부른다.
6세기 이후 신․불․도 습합의 ‘북신묘견신앙’과 ‘영부신앙’은 신도의 중핵이 되어 1868년 메이지유신시기 신도의 원형 회복을 위한 ‘신불 분리정책’이 시행될 때까지 지속되었다. 이러한 ‘북신묘견신앙’ 및 ‘영부신앙’에서는 신도의 ‘1神(3神)'이 곧 북두칠성이라는 점을 명시한다. 가령 18세기의 북신묘견신앙서 ‘北辰妙見菩薩靈驗編’에서는

대저 北辰妙見은 하늘에 있어서는 太一北辰尊星이라 부르며 모든 별의 우두머리이다. 또 天御中主尊이라고도 하고 國常立尊이라고도 하니 本朝開闢의 祖神이다. 또 眞武太一上帝靈驗天尊이라 부르니 神仙의 시조가 되며, 妙見大菩薩이라 부르니 모든 보살의 우두머리이다. 太一上帝라 칭해져서는 유교에 존봉되고 太極元神이라 불리어서는 卜筮家에 尊信되었다.

고 하였다. 신도의 ‘1神(3神)’인 ‘天御中主尊(國常立尊)’이 곧 북두칠성(또는 북극성)이며 도교로는 ‘眞武太一上帝靈驗天尊’, 불교로는 ‘妙見大菩薩’, 유교로는 ‘太一上帝’, 卜筮로는 ‘太極元神’이라 불린다는 것이다. 이처럼 한국선도에서와 마찬가지로 신도 역시 ‘1神(3神)’을 북두칠성으로 인식하였다. 이상에서 살펴본 바, 한국선도의 ‘1氣(3氣)’ 및 일본신도의 ‘1神(3神)’의 관계를 표로 정리해 보았다.

<표1> 일본신도의 ‘造化3神論’ 의 미

한국선도 ‘1기(3기)’와 일본신도의 ‘1신(3신)’이 같은 개념임은 ‘1기(3기)’의 대표적 표상물인 ‘삼태극문’이 일본신도에 이르러 대표적 神紋인 ‘三巴紋’으로 널리 통용되었던 점에서도 알 수 있다.(<자료3-123>)
신도의 역사적 전개 과정에서 神紋은 家紋으로 전환되는 경우가 많았는데, 삼파문도 家紋이 되는 경우가 많았다. 특히 ‘一’字와 三圓이 합쳐진 諸家紋은 삼파문 계통으로 한국선도 ‘1기(3기)’나 신도 ‘1신(조화3신)’의 반영이다.

 

삼파문은 우주의 기에너지가 갖는 3차원의 속성을 추상화한 문양이지만, 이를 1명 또는 3명의 인격신으로 의인화하여 표현한 경우도 있다.(<자료3-567>) 문학적 상징성은 돋보이지만 우주의 기에너지가 갖는 緣起的 법칙성이나 운동성 등을 표현하기에는 삼파문 형태가 더 적절해 보인다.

<자료3> 일본신도의 ‘造化3神’ 표상물

이상에서 한국선도에서 존재의 ‘본질’로 바라보는 ‘약동하는 생명력’으로서의 ‘1기(3기)’가 일본신도에 이르러 ‘1신(조화3신)’으로 표현되었음을 살펴 보았다.

二. 본질-현상론 : ‘본질’이 주도하는 ‘현상’
1. 한국선도의 ‘9氣(5氣)論’

 

한국선도에서는 존재의 ‘본질’인 ‘1기(3기), 하느님(삼신)〔一(3)〕, 하느님나라(國, 天宮), 북두칠성 근방‘이 소용돌이치면서 ’현상‘, 곧 물질세계를 만들어내게 된다고 본다. 이른 바 ’존재 생성‘의 과정이다.

『천부경』및『삼일신고』에서는 ‘1기(3기)’가 펼쳐져 현상의 물질세계를 만들어내는 과정을 ‘9氣’로써 설명한다.(’一․三․九論‘) 곧 존재의 본질인 ‘1기(3기)’는 9차원, 곧 9氣〔天天(性)․天人(命)․天地(精)․人天(心)․人人(氣)․人地(身)․地天(感)․地人(息)․地地(觸)〕로 전변되면서 현상화(물질화)한다고 보았다. ‘1기(3기)’를 본질로, ‘9기’를 현상으로 본 것이다.

『천부경』및『삼일신고』의 '一․三․九論'은『부도지』에 이르러 ‘三元五行論’으로 설명된다. 여기에서는 특히 존재의 ‘본질’인 ‘1기(3기)’가 음․양 이원적 분화 과정, 곧 ’2氣→4氣→8氣‘의 과정을 거쳐 현상의 9기(또는 5기)로 화하게 된다고 보았다.
본질인 ‘1기(3기)’는 명백한 삼원적 구조를 갖고 있지만 이것이 현상화하는 과정은 ‘음․양 이원적’ 분화 방식에 의하고 있으니, ‘일․삼․구론(삼원오행론)’ 속에는 ‘음양이원론’이 포함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1기(3기)’는 음․양 이원적 분화 과정, 곧 ’2기→4기→8기‘의 과정을 거쳐 4쌍의 ‘律․呂’(또는 ‘4天人․4天女’)로 화하게 된다. 이들 4쌍의 ‘律․呂’(‘4天人․4天女’)가 곧 물질계를 구성하는 4대 원소인 ‘공기(氣)․불(火)․물(水)․흙(土)’이다.

‘1기(3기)’를 ‘天符’로 개념하고 ‘氣․火․水․土 4대 원소’를 합하면 ‘氣․火․水․土․天符’ ‘5氣’(‘5行’)가 된다. ‘1기(3기)〔天符〕’에서 물질계를 구성하는 ‘氣․火․水․土 4대 원소’가 생겨나고 이들이 어우러져 현상(물질)세계가 만들어진다는 것이다.(‘三元五行論’)

이처럼 ’일․삼․구론‘이나 ’삼원오행론‘은 동일한 논의의 다른 표현이다. 존재의 본질을 공히 ’1기(3기)‘로 바라보되, 그 현상화(물질화)를 ’9기‘로 설명하느냐 아니면 ’5기‘로 설명하느냐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결국은 존재의 본질인 ‘1기(3기)’가 ‘9기’라는 9단계의 전변 과정을 거쳐 물질세계를 구성하는 5대 원소인 ‘5기’로 화하여 현상계(물질계)를 만들어내게 된다는 의미에 다름아니다. 상기 논의는 아래의 입체 도상으로 정리될 수 있다.

아래의 입체 도상들은 존재의 본질인 ‘1기(3기)’의 작용 결과 현상의 ‘9기(5기)’가 생성되는 과정을 잘 보여 준다. <자료1>의 펼쳐짐이 <자료4>라고 할 수 있다.
<자료4-1>은 천부경․삼일신고와 배달국 시기의 仙家 伏羲의 八卦․河圖를 결합한 것이다. 중심점인 ’天天(性):五(十)‘는 존재의 본질인 ’1기(3기)‘로 여기에서 현상계(물질계)의 8기가 펼쳐진다.
<자료4-2>는『부도지』의 ‘일․삼․구론(삼원오행론, 기․화․수․토․천부론)’이다. 중심점인 ‘天符’는 ’1기(3기)‘로 여기에서 현상계(물질계)를 구성하는 4대 원소인 ’기․화․수․토‘ 4기, 또는 ’4天女․4天人‘으로 상징화된 8기가 생성된다. <자료4-1>과 <자료4-2>는 같은 의미이기에 양자를 결합하면 <자료4-3>이 된다.

<자료4> 한국선도 ‘9氣(5氣)’의 표상화

 

 

이처럼 한국선도의 ‘일․삼․구론(삼원오행론)’을 통하여 본질인 ‘1기(3기)‘의 움직임과 작용에 의하여 현상인 ‘9기(5기)’가 펼쳐져 나온다는 점, 따라서 현상인 ‘9기(5기)’의 중심에는 언제나 본질인 ‘1기(3기)’가 ‘天符’ 중심점으로 자리하여 현상을 움직이고 있다는 점을 알 수 있었다.

본질은 본질대로, 현상은 현상대로 설명하는 논리적 정합성을 추구하자면 당연히 현상은 물질의 차원인 ‘8기’ 만으로 설명되는 것이 옳을 것이다. 그러나 ‘일․삼․구론(삼원오행론)’에서는 현상을 물질 차원의 ‘8기’로만 설명하지 않고 그 이면에 자리한 본질의 요소까지 드러내고 밝혀 총 ‘9기’로 설명하였다.

본질은 본질대로, 현상은 현상대로 설명하는 논리적 정합성 보다는 현상의 이면에 자리한 본질을 잊지 말라는 교훈적 의미를 더욱 중요하게 여긴 것으로 이것이 한국선도 ‘일․삼․구론(삼원오행론)’의 가장 큰 특징이다.

한국선도에서는 본질과 현상을 철두철미 하나로 보아왔던 것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9기(5기)’론을 단순히 ‘현상론’으로 표현하기 보다는 ‘본질-현상론’으로 표현하는 편이 더 정확할 것이다. 본질의 연장선상에서 현상을 표현하고 있다는 의미이다.

상고시대 이래 한국인들은 이러한 내밀한 교훈을 잊지 않고 기억하기 위해서 ‘9기’형 표상물 및 ‘5기’형 표상물들을 널리 제작하여 사용해왔다. 대표적인 예를 들어 보면 아래와 같다.

<자료5> 한국사 속의 ‘9氣’형 표상물 및 ‘5氣’형 표상물

 

 


1.‘9氣’형 표상물
① 배달국(紅山文化) 牛河梁 출토 玉器
② 단군조선의 靑銅八珠鈴
③ 가야의 은제 꾸미개, 토기
④ 백제의 수막

2.‘5氣’형 표상물
① 배달국(紅山文化) 牛河梁 출토 玉器
② 단군조선의 圓形有文靑銅器
③ 1세기 馬韓의 ‘巴紋漆器’
④ 가야의 巴形銅器 
백제의 수막새

이렇게 한국인들은 ‘본질에서 나오는 현상’을 담은 ‘9기’형, ‘5기’형 표상물을 제작하는 한편으로 ‘음․양 2기’형 표상물도 제작하였다.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1기(3기)’는 음․양 이원적 분화를 통하여 현상화하므로 ‘일․삼․구론(삼원오행론)’ 속에는 ‘음양오행론’이 하위 이론으로 포함되어 있고 이에 ‘음․양 2기’형 표상물도 제작하게 된 것이다.

‘음양이원론’, 또 그 확장 형태인 ‘음양오행론’은 본질과 현상을 함께 말하지 않고 철두철미 현상만을 말하고 있기에 ‘음․양 2기’형 표상물도 현상세계만을 표현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
<자료6> 한국사 속의 ‘음․양 2기’형 표상물

 

 

1. 7세기 나주 출토 木簡
2. 7세기 신라 感恩寺址 기단
3. 대한민국 국기속의 음양태극


한국 상고 이래 ‘9기’형이나 ‘5기형’ 표상물에 비해 ‘2기’형 표상물의 비중은 대단히 낮았다. 한국선도의 ‘일․삼․구론(삼원오행론)’에서는 본질과 현상을 하나로 보았기에 ‘본질에서 나오는 현상’을 표현한 ‘9기’형이나 ‘5기’형 표상물을 기준으로 삼았다. ‘음․양 2기’형도 제작되었지만 현상만을 표현하고 있기에 제한적인 용도로 사용되었으며 제작 빈도도 낮았다.

고고학적으로 보아도 한국선도가 시대 이념으로 기능하고 있던 상고 이래 삼국 이전까지의 시기에는 ‘1기’, ‘3기’, ‘9기’, ‘5기’형의 표상물들이 널리 발굴되지만 ‘2기’형 표상물은 드물다. 본질을 표현한 ‘1기’, ‘3기’, 또 본질과 현상을 함께 표현한 ‘9기’ 및 ‘5기’ 표상물들을 널리 제작하였던 반면, 단순히 현상만을 표현한 ‘2기’ 표상물은 거의 제작되지 않았던 것이다.

반면 ‘일․삼․구론(삼원오행론)’의 종주국이던 단군조선이 와해된 이후 삼국시대 무렵 부터는 중원 일대에서 극성하던 ‘음양오행론’이 역으로 한국사회로 유입되기 시작하면서 점차 ‘2기’형 표상물의 비중이 높아져가기 시작하였다.

이 과정에서 ‘일․삼․구론(삼원오행론)’에 의한 원형적 ‘9기’ 표상인 ‘삼원-팔괘형‘을 왜곡한 ‘음양-팔괘형’ 9기 표상이 만들어지게 되었다. 여기에서는 본질인 ‘1기(3기)〔천부〕’의 자리가 ’음․양 2기‘로 교체되는 큰 변고가 있었다. ‘1기(3기)‘가 있어야 할 자리에 ’음․양 2기‘가 놓인 것은 ’본질과 현상을 하나로 보고 양자를 분리시키지 않았던‘ 사고에서 ’현상 위주‘의 사고로 획일화되어간 사상적 변화를 보여준다.

삼국 이후 점차 ‘음양-팔괘형’ 9기 표상의 비중이 높아갔지만 고래의 ‘삼원-팔괘형’ 9기 표상의 전통 또한 면면히 이어져 오늘에 이르고 있다. 현재에 이르기까지 한국사회에는 ‘삼원-팔괘형’ 9기 표상(<자료7-1>) 및 ‘음양-팔괘형’ 9기 표상(<자료7-2>)이 공존해오고 있다.

<자료7> 한국사 속의 원형적 9기 표상(‘삼원-팔괘형’) 및 삼국 이후의 9기 표상


(‘음양-팔괘형’)
1. 한국선도의 원형적 9기 표상(‘삼원-팔괘형’)
① 조선시대 벼갯모
② 조선왕실 殿庭에서 사용된 立鼓(建鼓)
③ 현재 한국관광 상품 책갈피

2. 삼국시대 이후의 9기 표상( ‘음양-팔괘형’)
① 조선말 나전칠기 금속 장식물
② 조선말 청화백자연적
③ 현재 한국관광상품 자개명함갑

이상에서 살펴본 바 한국선도의 ‘본질-현상론’인 ‘일․삼․구론(삼원오행론)’, 또는 ‘9기(5기)’론은 추상적인 담론으로 보일 수 있지만 실상은 우리 인간과 인간들이 어우러져 만들어 내는 전체사회에 대한 깊은 통찰과 실천적 메시지를 담고 있다.

본질인 ‘1기(3기)’는 ‘무선악․무청탁․무후박, 무아․무․공’의 속성을 지닌 약동하는 생명력 자체로서 ‘분리될 수 없는’ 차원이지만 현상 차원은 음․양 이원적 분화 방식에서 나오는 ‘분리’를 기본 속성으로 한다. 밤과 낮, 남과 녀, 육지와 바다 등 이원적 분리가 주조를 이루고 있는 것인데, 이처럼 현상의 ‘분리’된 세계를『삼일신고』에서는 '선․악, 청․탁, 후․박’의 세계로 설명하였다
. 많은 분리적 요소 중에서도 이 세 측면을 대표로 제시한 것이다.

본질의 생명력이 현상을 주도하고 있다면 현상의 분리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본질의 생명력이 작동할 때 현상의 분리된 요소들은 상보 작용을 하면서 ‘調和’를 이루어가기 때문이다. ‘1기(3기)’〔天符〕를 ‘調和點’으로 해석한 것은
바로 이러한 의미이다.

이렇게 본질인 ‘1기(3기)’의 생명력이 현상의 이원적 분리를 ‘調和’시켜 가는 방식에 대해 현대 선도에 이르러 ‘(1) 공전과 자전, (2) 공평과 평등, (3) 구심력과 원심력의 방식’이라는 해석이 등장하였다.

본질인 ‘1기(3기)’의 생명력은 ‘무선악․무청탁․무후박, 무아․무․공’으로도 표현되는 바 무심한 緣起의 법칙으로서 치우침이 없으니 ‘全體性’ 또는 ’公性‘을 갖는다고도 할 수 있다. 본질의 생명력은 아무런 방향없이 그냥 흐르는 것이 아니라 ‘全體性’과 ‘公性’을 기준으로 흘러 현상의 이원적 분리를 조화시켜가게 된다는 것이다.

요컨대 본질의 생명력이 흘러 현상의 분리와 대립을 조화시켜 나가는 방향은 ‘全體’와 ‘公’의 방향인 것인데, 이를 좀 더 자세하게 풀어서 ‘공전을 우선하는 자전’, ‘공평을 우선하는 평등’, ‘구심을 우선하는 원심’으로 해석한 것이다.

이는 존재계 전체에 적용되는 원리일 뿐아니라 존재계의 일부인 우리 인간이나 인간사회에도 꼭같이 적용되는 원리이기에 더욱 의미심장하게 다가온다. 우리 인간사회의 수많은 분리와 대립을 조화시킬 수 있는 기준으로 이러한 ‘全體’와 ‘公’의 기준, 보다 구체적으로는 ‘공전을 우선하는 자전’, ‘공평을 우선하는 평등’, ‘구심을 우선하는 원심’을 되새겨보게 된다. 이것이 곧 선도 실천론의 핵심인 ‘弘益人間․在世理化’론의 구체적인 강령이 될 것이다.

요컨대 한국선도의 ‘본질-현상론’인 ‘9기(5기)’론에서는 ‘본질’에 의해 ‘현상’이 주도되며 ‘본질’과 ‘현상’이 하나일 수 밖에 없음을 분명하게 제시한다. ‘본질’과 ‘현상’의 균형을 잡기가 쉽지 않고 눈에 보이는 '현상'에 빠지기가 쉬운 우리 사람들에게 ‘본질’에 대한 명확한 기준은 잠들어있던 내면의 생명력을 깨우고 더하여 ‘현상’을 변화시켜가는 지침이 되어 주기에 더없이 귀하고 소중하다. 내면의 생명력이 ‘현상’을 움직이고 변화시키는 원리는 ‘全體’와 ‘公’의 기준에 의한 ‘공전과 자전, 공평과 평등, 구심력과 원심력’의 원리라고 할 수 있다.

2. 일본신도의 ‘神世七代論’

 

이상에서 살펴본 바 한국선도의 ‘일․삼․구론’(‘삼원오행론’)은 일본신도에도 그대로 녹아들어 있다. ‘본질’인 ‘1기(3기)’가 일본신도에서 ‘1신(3신)’으로 의인화되었듯이, ‘현상’ 또한 여러 신들로 의인화되고 있다.
먼저『일본서기』에서는 ‘1신(3신)’에 이어 ‘4쌍의 남녀신(8신)’이 나오고 이들에 의해 국토․산천․신․인간이 만들어지고 구체적인 일본사가 전개된다고 하였다. 곧

다음 신이 있었다. 泥土煮尊과 沙土煮尊이라 한다. 다음 신이 있었다. 大戸之道尊과 大苫邊尊이라 한다. 다음 신이 있었다. 面足尊과 惶根尊이라 한다. 다음 신이 있었다. 이자나기노미고토伊弉諾尊과 이자나미노미고토伊弉冉尊이라 한다.…모두 八神이다. 乾坤의 道가 서로 섞여 이 남녀를 생성하게 된 것이다. 一書에는 말한다. 남녀가 짝을 지어 출생한 신은 먼저 泥土煮尊과 沙土煮尊이 있다. 다음으로 角樴尊과 活樴尊이 있다. 다음으로 面足尊과 惶根尊이 있다. 다음으로 伊弉諾尊과 伊弉冉尊이 있다.

고 하였다. ‘4쌍의 남녀신(8신)’ 중에서도 특히 마지막 쌍인 ‘이자나기노미고토伊弉諾尊’과 ‘이자나미노미고토伊弉冉尊’가 부부가 되어 창조를 주도하는 것으로 설명되는데, 이는 ‘4쌍의 남녀신(8신)’ 모두가 음․양의 분화를 의미하지만 특히 ‘이자나기․이자나미’에 음․양 분화의 대표성을 부여한 것으로 이해된다.

이러한 설명 방식은 선도사서『부도지』의 설명 방식과 놀랄 정도로 흡사하다. 곧『부도지』에서는 ‘1기(3기)’〔天符〕의 움직임에 의하여 ‘氣․火․水․土’ 4대 원소가 생겨나는데 이들 4대 원소는 4쌍의 ‘律․呂’(또는 ‘4天人․4天女’), 곧 8기로 이루어졌다고 하였다.

이렇게『일본서기』는 한국선도의 ‘9기(5기)’론과 꼭같은 구조를 가지고 있는데, 이는 ‘神世七代’로 불린다. 곧 ‘國常立尊(天御中主尊)’으로부터 이자나기노미고토伊弉諾尊과 이자나미노미고토伊弉冉尊까지를 ‘神代七代’라고 하였으니, 國常立尊(天御中主尊)․神皇産靈尊․高皇産靈尊 3신을 3代, ‘4쌍의 남녀신(8신)’을 4代로 본 것이다. 한국선도의 ‘본질-현상론’인 ‘9기(5기)’론과 관련하여 일본신도의 ‘본질-현상론’인 ‘神世七代論’을 정리해보면 아래와 같다.

<표 2> '일본서기'의 ‘본질-현상론’: ‘神世七代論’


 

** ● : ‘神世七代’

‘일본서기’의 ‘신세칠대론’은『고사기』에 이르러 다소 다르게 설명된다. 곧

(天之御中主神․高御産巣日神․神産巣日神 3柱神 이후에: 필자주) 국토가 생성되지 않아 기름처럼 해파리처럼 떠다닐 때 갈대싹 모양으로 생겨난 신이 宇摩志阿斯訶備比古遲神․天之常立神이었다. 이들 2柱神은 獨神으로 있다가 몸을 감추었다. 위의 5柱神(天之御中主神․高御産巣日神․神産巣日神․宇摩志阿斯訶備比古遲神․天之常立神: 필자주)은 別天神이다. 다음이 國之常立神과 豐雲野神이다. 이 2柱神 역시 獨神으로 있다 몸을 숨겼다. 다음은 宇比地迩神과 여신(妹) 須比智迩神이다. 다음은 角杙神과 여신 活杙神이다. 다음은 意富斗能地神과 여신 大斗乃辨神이다. 다음은 淤母陀流神과 여신 阿夜訶志古泥神이다. 다음은 伊邪那岐神과 여신 次妹伊邪那美神이다. 國之常立神으로부터 伊邪那美神까지를 神世七代라 한다.(2柱神은 獨神이니 각각 1代이고 다음 남녀쌍 10명의 神은 각각 2신을 1代로 삼는다.)

고 하였다. ‘別天神’ 단계와 ‘神世七代’ 단계로 구분하고 있음이 눈에 띠는데, 먼저 3신 ‘天之御中主神․高御産巣日神․次神産巣日神’과 獨神 형태의 2신 ‘宇摩志阿斯訶備比古遲神․天之常立神’까지를 ‘別天神’ 단계로 보았다. 다음 獨神 형태의 2신 ‘國之常立神․豐雲野神’과 남녀신 형태의 5쌍(10신)
‘宇比地迩神․妹須比智迩神, 角杙神․妹活杙神, 意富斗能地神․妹大斗乃辨神, 淤母陀流神․妹阿夜訶志古泥神, 伊邪那岐神․妹伊邪那美神’까지를 ‘神世七代’ 단계를 보았다
. 2명의 獨神을 각각 1代로, 5쌍 남녀신을 각각 1代로 계산하여 총 7代로 계산한 것이다.
이러한『고사기』의 인식은 18세기 神․道 습합의 영부신앙서『鎭宅靈符緣起集說』
의 인식과 일치하여 많은 시사를 받게 된다. 『진택영부연기집설』에서는

본래 北辰尊星이라는 것은 하늘이 이미 개벽하여 둥근 것이 나타나 그 가운데 一點의 神이 앉아 있는 것이다. 神道에서는 이를 國常立尊이라 한다. 이 일점의 御神, 곧 하늘의 주인을 北辰尊星이라고 부른다. 이 一點의 御星이 또 陰․陽을 낳으시니 日․月인 것이다. 이 별이 또 五를 생하여 五星이 되게 하고 五行이 이루어지니 이를 神道에서는 地神五代라고 한다.

고 하여 ‘北斗七星(國常立尊 또는 天御中主尊 또는 3神)→ 陰․陽 → 日․月→ 5地神(‘木․火․土․金․水 5星’ 또는 ‘木․火․土․金․水 5行’)의 과정을 설명하였다. 한눈에『고사기』의 인식과 같음을 알 수 있고 이에『고사기』해석에도 도움을 받게 된다.

먼저 ‘別天神’ 단계의 경우, ‘3신’ 이후의 ‘2신’은 음․양 분화의 원리를 상징한다. ‘3신’과 ‘3신’이 현상화할 때에 적용되는 ‘음․양’ 원리를 ‘5신(3신+음․양)’으로 묶고 ‘別天神’ 단계로 설정하였다.
다음 ‘神世七代’의 경우이다. ‘3신’에서 현상세계가 나왔다고 하더라도 현상세계는 철두철미 음․양의 원리에 의하고 있다. 현상의 물질세계에서 日․月은 대표적인 음․양의 상징이고, ‘5星’이나 ‘5行 또한 음․양의 원리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이러한 ’음양오행론‘으로 바라볼 때 ‘獨神 형태의 2신’은 ‘日․月’로, 남녀신 형태의 5쌍은 ‘5星’ 또는 ‘5行’으로 이해된다.

한국선도에서 ‘1기(3기)’는 ‘나눌 수 없는 존재의 본질’이라는 의미에서 그저 ‘1기(3기)’ 또는 ‘천부’라고 부른다. 중심의 ‘1기(3기)〔천부〕’와 주변의 ‘8기’를 합해 ‘9기’로 보게 된다.(‘일․삼․구론’, ’삼원오행론’) 『일본서기』또한 이러한 접근법을 그대로 따랐고, 이에『일본서기』의 ‘신세칠대론’은 본질과 현상을 모두 포함한 개념이었다.

반면『고사기』에서는 ‘본질’은 ‘別天神’으로, ‘현상’은 ‘神世七代’로 구분하고서 ‘현상’의 ‘신세칠대’는 철저한 ‘음양오행론’으로써 바라보았다. 특히 현상의 ‘음양오행론’에 초점을 맞추어 서술하고 있다.

‘일본서기’의 ‘神世七代論’이 ‘일․삼․구론(삼원오행론)’에 충실한 입장이라면, 『고사기』의 ‘別天神-神世七代論’은 ‘일․삼․구론(삼원오행론)’중의 하위이론인 현상론, 곧 ‘음양오행론’에 더욱 초점을 맞춘 입장이라고 할 수 있다. 한국선도의 ‘일․삼․구론’(’삼원오행론’) 및『일본서기』의 ‘신세칠대론’을 기반하여『고사기』의 논의를 정리하면 아래와 같다.

<표 3> 󰡔고사기󰡕의 ‘본질-현상론’: ‘別天神-神世七代論’

** ○: ‘別天神(5神)’, ● : ‘神世七代(12神)’

 

이상에서 한국선도의 ‘일․삼․구론(삼원오행론)’이『일본서기』에서 ‘神世七代論’으로, 또『고사기』에서 ‘別天神-神世七代論’으로 나타나고 있음을 알아 보았다. 『일본서기』의 ‘神世七代論’이 ‘일․삼․구론(삼원오행론)’의 원형을 반영한 것이라면『고사기』의 ‘別天神-神世七代論’은 ‘일․삼․구론(삼원오행론)’의 하위 현상론인 ‘음양오행론’에 더욱 초점을 맞추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고사기』의 방식이 더 후대적인 인식이라고 볼 수 있다.

  신도문화 전통에는 한국에서와 마찬가지로 ‘일․삼․구론(삼원오행론)’을 반영한 ‘9氣’형 표상물과 ‘5氣’형 표상물, 그리고 ‘음양오행론’을 반영한 ‘음․양 2氣’형 표상물들도 널리 전승되어 오고 있다.  먼저 ‘9기’형 표상물의 경우, 신도 북두신앙의 발원지인 큐슈 구마모토熊本 일대를 중심으로 한국선도의 ‘9기’형 표상과 꼭같은 표상이 神紋, 고대 건물터, 기와, 각종 기물 등으로 전승되어 오고 있다. 현재에는 대체로 ‘九星紋’으로 불리는데, 주변부의 8輪에 비해 중앙의 1輪이 현저히 큰 점이 특징이다. 한국선도 ‘일․삼․구론(삼원오행론)’의 가장 큰 특징중 하나인 ‘본질의 현상 주도성’을 강조한 표현으로 보인다. 여기에서도 한국선도의 원형이 일본으로 오롯이 전해졌음을 확인할 수 있다.(<자료8-1-①․②>) 神紋이 家紋化하였던 역사적 관행에 따라 가문으로도 사용되었다.(<자료8-1-③>)

  神․道 습합의 영부신앙에서는 ‘靈符神’을 ‘3神’의 모습으로 표현하기도 했지만, ‘팔괘에 둘러싸인 북두칠성’과 같이 ‘9기’ 형태로도 표현하였다.(<자료8-1-④>)

‘5기’형 표상물로는 우선 ‘四頭石斧’가 주목된다. 한국선도의 十字形 ‘5기’ 표상물들과 같은 계통으로 시기는 繩文時代 晩期 ~ 彌生時代 中期 무렵이다.(<자료8-2-①>) 가야의 대표적인 ‘5기’형 표상물인 파형동기는 일본으로도 널리 전파되었고 자체 제작도 이루어졌다. 가지가 5~6개인 파형동기들도 여럿 출토되었는데 ‘5기형 파형동기’의 변형태로 이해된다.(<자료8-2-②>)

<자료 8>일본신도의 ‘9氣’형 표상물 및 ‘5氣’형 표상물

 

'9기’형이나 ‘5기’형 표상물 외에 ‘음․양 2기’형 표상물도 있다. 상기한 바와 같이 한국선도에서 ‘9기’형이나 ‘5기’형 표상은 ‘일․삼․구론(삼원오행론)’을 반영한 것이었고, ‘음․양 2기’형 표상은 ‘일․삼․구론(삼원오행론)’의 하위 현상론인 ‘음양오행론’을 반영한 것이었기에 ‘음양 2기’형 표상의 비중은 대단히 낮았다.

 한국선도의 이러한 면모는 일본신도에서도 그대로 확인된다. 일본신도 전통에서 ‘三巴紋’이 대표적 神紋이라면 ‘二巴紋’은 드물게 발견되며, 그나마 ‘삼파문’과 함께 짝을 이루고 있는 경우가 많다.

 가령 일본의 신사나 사찰에 전해진 북의 경우, 單鼓의 기본 문양은 삼파문이다. (<자료9-1>) 반면 雙鼓는 ‘三巴紋鼓’와 ‘二巴紋鼓’가 쌍을 이룬 형태인데, 둘중에서 삼파문고가 우선시되었다. 가령 四天王寺에 전해진 雙鼓 꼭대기에는 각각 태양 형태의 ‘9기’ 표상물이 장식되어 있는데, 三巴紋鼓 위의 것은 황금색, 二巴紋鼓 위의 것은 은색으로 三巴紋鼓가 우선시되었음을 짐작케된다.

 주지하듯이 ‘三巴紋鼓’는 본질인 ‘1기(3기)’을 의미하고, ‘二巴紋鼓’은 현상인 ‘음․양 2기’를 의미하는데, 한국선도 이래 ‘본질을 현상보다 우선시하던’ 전통에 의한 것으로 이해된다.(<자료9-2>)

<자료 9>일본북에 나타난 ‘음․양 2氣’형 표상의 제한적 의미

 

이상에서 한국선도 ‘일․삼․구론(삼원오행론)’의 ‘본질-현상론’인 ‘9기(5기)’론 및 하위 ‘현상론’인 ‘음․양 2기’론이 일본신도의 ‘神世七代論’에 널리 반영되고 있었음을 살펴 보았다. 또한 ‘9기’형 표상(또는 ‘5기’형 표상)의 비중에 비해 ‘음․양 2기’형 표상의 비중이 낮았던 점을 통해 한국에서와 마찬가지로 일본신도에서도 본질이 현상에 우선되고 있었음을 알 수 있었다.

 

   三. 인간론:‘본질’과 ‘현상’의 합일을 주도하는 ‘생명력’ 회복의 주체

1. 한국선도의 ‘性通-功完-朝天論’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한국선도와 일본신도에서는 우주의 근원적 氣에너지〔‘1기(3기)’, ‘1신(3신)’〕의 약동하는 ‘생명력’을 존재의 ‘본질’로 보고 이러한 본질적 생명력이 ‘현상’의 물질세계에서도 굴곡됨없이 드러나야 한다고 보았다.

  이러한 존재론에서 인간은 과연 어떠한 의미인가? 한국선도에서는 ‘1기(3기)’의 펼쳐짐인 ‘9기(5기)’의 안에서 사람(人)과 만물(物)이 생겨난다고 보았다. 또한 이렇게 생겨난 사람과 만물 중에서 유독 사람만이 본질인 ‘1기(3기)’를 온전하게 갖추었고 만물은 치우치게 갖추었다고 보았다.

  사람만이 본질인 1기(3기)’를 온전하게 갖추었다고 하였으니, 사람의 ‘본질’은 ‘1기(3기)’, ‘본질-현상’은 ‘9기(5기)’라 할 수 있다. 앞서의 <자료1>이나 <자료4>는 우주의 모습인 동시에 사람의 모습이기도 한 것이다.

  사람에 있어 본질인 ‘1기(3기)’는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척추선을 따라 존재하는 상․중․하 3단전에 3개의 기적 결집체(丹田) 형태로 존재하고 있다. 머리 뇌의 상단전에는 ‘1기(3기)’ 중에서도 ‘天氣(정보․의식)‘가 자리하고 있다. 가슴 심장의 중단전에는 ’1기(3기)‘ 중에서도 ‘人氣(氣에너지)‘가 자리하고 있으며, 배 子宮 하단전에는 ’1기(3기)‘ 중에서도 ‘地氣(물질․질료)‘가 자리하고 있다. 물론 천․인․지 3기가 하나이기에 천․인․지기가 자리한 상․중․하 3단전 또한 본질적으로 하나이다. 상․중․하 3단전에 자리한 ‘1기(3기)’의 움직임에 의해 ‘9기(5기)’로 이루어진 사람의 실제적인 형상이 나타나게 된다.

  사람들은 누구나 할 것 없이 상․중․하 3단전에 ‘본질’로서의 ‘1기(3기)’를 갖고 있지만, ‘본질’이 주도하는 삶을 살아가기는 그리 녹녹치 않다. 원래 ‘본질’과 ‘현상’은 하나로서 ‘본질’이 주도가 되어 ‘현상’을 움직이는 것이 정상이다. 그러나 ‘본질’은 멀고 ‘현상’은 가까운지라 ‘본질’을 잊고 ‘현상’을 쫓다보니 ‘현상’의 이원적 분리와 대립 상태에 갇혀버리기 쉬운 것이다.

  ‘본질’을 놓치고 ‘현상’적 분리와 대립 상태에 갇힌 사람들의 모습을『삼일신고』에서는 ‘선․악, 청․탁, 후․박을 뒤섞어 함부로 내닫는다’고 표현하였다. 현상적 ‘분리’가 주는 대립적 세계관을 그대로 수용하여 극단으로 치닫는 사람들의 모습을 떠올리게 된다.

  이러한 문제에 대한 해답은 당연히 ‘현상’ 위주의 삶에서 ‘본질’이 ‘현상’을 주도하는 삶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사람의 내면에 ‘본질’이 온전하게 갖추어져 있기에 ‘현상’에 치우친 삶을 돌이키기만 하면 된다는 것이다. 한국선도에서는 그 구체적인 방법으로 ‘性通→功完→朝天’의 3단계 방법론을 제시한다.

  이중에서 첫번째 ‘성통’은 수행법, 두번째 ‘공완’은 실천법이며 세번째 ‘조천’은 최종적인 존재의 ‘회귀’이다. 먼저 ‘성통’은 ‘止感․調息․禁觸 수행’의 과정을 통해 내면의 본질적 생명력을 깨우는 단계이다. ‘止感’은 뇌 상단전의 天氣(정보 또는 無․空)가 오염된 정보의 작용을 그치고 ‘본질의 정보’를 회복하는 것이다. ‘調息’은 가슴 중단전의 人氣(氣에너지)가 오염된 기에너지의 작용을 조절하여 ‘본질의 氣에너지’를 회복하는 것이다. ‘禁觸’은 배 하단전의 地氣(질료 또는 몸)가 오염된 몸의 감각을 금하여 ‘본질의 몸’을 회복하는 것이다.  이렇게 ‘지감․조식․금촉’을 통하여 나의 의식(머리 상단전, 천)과 마음(가슴 중단전, 인)과 몸(배 하단전, 지)에서 본질적 생명력이 깨어나는 것은 개인 차원에서 생명력이 회복되는 것이다. 선도에서는 ‘지감․조식․금촉’을 통한 개인의 생명력 회복은 ‘개체 차원’의 것으로 한계가 있다고 본다. 하나로 엮여 있는 존재계에서 개체와 전체는 다르지 않으니 나의 생명력 회복에서 나아가 전체의 생명력이 회복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생명력을 회복한 개인의 ‘대사회적 실천’을 통하여 전체의 생명력은 회복되어지는데, 선도 전통에서는 이를 ‘功完’이라 불렀다. ‘공완’은 ‘깨달음의 실천’에 관한 부분으로, 상고시대 이래 주로 ‘弘益人間․在世理化’ 또는 ‘光明理世’ 등으로 개념화되어 왔다.

한국선도에서는 ‘개인 차원의 생명력 회복(성통)’과 ‘전체 차원의 생명력 회복(공완)’을 하나로 본다. 곧 ‘개인 차원의 생명력 회복(성통)’ 여부는 ‘전체 차원의 생명력 회복(공완)’에 의해서 검증받고 또 완결될 수도 있다고 하니, 한국선도의 수행 기준은 동서고금의 어떤 수행전통에 비해서도 가장 엄격한 경우라고 할 수 있다.

  개체의 생명력 회복을 넘어서 전체의 생명력이 회복되었다는 것은 사람들의 내면 깊이에서 움직임을 시작한 ‘본질’의 생명력이 ‘현실’ 속으로 걸림없이 펼쳐졌다는 의미이다. 내면의 ‘본질’이 ‘현상’을 주도하게 된 것이다.  여기에서 선도에서 인간을 바라보는 입장이 명확하게 드러난다. 사람은 자신 내면의 생명력을 깨움으로써 나의 생명을 살리고 더 나아가 전체사회의 생명을 살리는 존재이다. 내면의 ‘본질’을 깨워 ‘본질’과 분리된 ‘현상’을 교정함으로써 ‘본질’과 ‘현상’을 하나로 합일시키는 존재인 것이다.

이렇게 ‘공완’의 과정을 통하여 개인의 내면에 자리한 본질적 생명력이 전체 세상 속으로 온전히 펼쳐지게 된다. 내면의 진실(본질)과 세상의 진실(현상)이 하나가 되어 어떠한 어긋남도 없는 단계이다. 곧 ‘홍익인간․재세이화’가 이루어진 상태를 의미한다.

  사람 내면의 ‘본질’이 현실세계를 주도하여 하나가 될 수 있다는 것은 내면의 ‘1기(3기)’가 온전히 발현되어 우주의 ‘1기(3기)’와 같아졌다는 의미이다. 기에너지의 순도가 같아지면 하나가 될 수밖에 없다.  성통과 공완의 과정을 거쳐 내면의 ‘1기(3기)’가 온전히 발현되면 어느 시점에 사람의 상․중․하 3단전에 자리한 ‘1기(3기)’가 뇌 상단전 ‘천궁’ 위의 天門穴을 빠져나가 북두칠성 근방의 존재계의 ’천궁‘과 합일하게 된다. ’본질‘인 ‘1기(3기)’가 ‘본질-현상’의 ‘9기(5기)’로 화하였다가 다시 ‘본질’인 ‘1기(3기)‘로 돌아가게 되는 것이다.   『삼일신고』에서는 이를 ‘性通하고 功完한 후 하느님나라( 國, 天宮, 북두칠성 근방)로 돌아가는 것(朝, 또는 朝天)이라고 하였다. 한국 고대 이래 적지 않은 조천 관련 전승이나 유물․유적 등은 상고 이래의 ‘조천’ 사상을 증명해 주고 있다. 이처럼 존재의 ’생성’ 과정을 거슬러 오르는 존재의 ‘회귀’ 과정은 ‘성통’과 ‘공완’의 지난한 과정을 거쳐 최종적으로 ‘조천’으로 완결된다. 생명은 한 번의 대순환을 마치게 되지만, 생명의 한량없는 속성으로 인해 다시 새로운 순환을 준비하게 되는데 한국선도에서는 이를 ‘시작도 끝도 없는 하나’로 표현하였다.

  이상에서 한국선도의 ‘성통→공완→조천’의 3단계를 살펴 보았는데 관건은 다름아닌 ‘공완’이다. ‘성통’은 시작점의 의미가 있으며 ‘공완’은 본론에 해당하는데 ‘나를 넘어서 전체의 생명력을 살린다는(홍익인간․재세이화)’ 전체적 규모로 인해 실천이 쉽지 않다. 다음 조천은 공완 이후의 자연스러운 귀결점에 불과하다.   이렇게 ‘공완’이 관건이 되고 있듯이, 사람의 본질은 자신의 내면에 자리한 생명력을 현상 세계에까지 거침없이 펼쳐내어 세상을 살리는 ‘약동하는 생명력 자체’인 것이다.

  2. 일본신도의 수행 표상에 나타난 ‘水昇火降-朝天論’

이상에서 한국선도가 사람을 ‘나를 넘어서 전체의 생명력을 살리는 존재’로 바라보고 있음을 알아 보았는데, 일본신도의 경우는 어떠한가? 상기한 바와 같이 신도에서는 존재의 ‘본질’을 ‘1신(3신)’으로, ‘본질-현상’을 ‘神世七代’ 또는 ‘別天神-神世七代’로 바라보는데, 이에 따르면 모든 존재는 ‘1신(3신)-神世七代’내에 존재하게 된다. 

 그럼에도 記․紀에서는 神世七代 이후의 많은 신들을 이야기한다. 곧 8신의 대표격인 이자나미․이자나기는 국토․산천․초목을 위시하여 아마테라스天照大神, 츠쿠요미月讀神, 스사노오素戔鳴尊 三貴子神 등을 낳았고, 아마테라스 등도 신들을 낳았다고 한다. ‘본질-현상’인 ‘神世七代’ 단계 이후에 등장하는 국토․산천․신들은 ‘神世七代’의 작용 결과 만들어진 사람(人)이나 만물(物)들로서 현상 안에서 생멸하는 존재들로 볼 수 있다.   

 

여기에서 ‘1신(3신)-神世七代’ 단계의 신과 이후 단계의 신이 구별되어야 함을 알 수 있다. 물론 선도나 신도의 氣學(神學)에서 존재하는 모든 것은 ‘氣(神)’이기는 하지만, ‘1신(3신)-神世七代’까지는 기에너지의 법칙 차원이며 이후는 법칙의 결과물이기에 구별되어야 하는 것이다.

신도에서는 ‘神世七代’의 작용에 의한 결과물인 사람과 만물 중에서도 특히 사람에 대하여 북두칠성의 신령스런 빛이 내려앉은 특별한 존재로 바라본다. 곧 18세기의 神․道 습합의 영부신앙서『鎭宅靈符緣起集說』에서는    

 

五行으로 사람이 生하고…사람의 生하는 곳은 五星이 化하여 와서 사람으로 되었다. 一點의 星, 太一(북두칠성: 필자주)의 신령스런 빛(靈光)이 하늘에서 내려와서 사람에 命하니 공자는 이를 ‘命天謂性’이라고 하였다. 이 별이 사람에 명하여 一身을 지켜줌을 運이라 하며 또 一身의 主를 心이라고 한다. 그 太一이 五星을 列子로 一身에 갖추었기 때문에 一心에 五常을 포함하고 있음을 仁․義․禮․智․信이라고 한다. 儒子는 明德이라 하고 불가에서는 佛性이라고 한다.

  고 하였다. ‘5神(5星, 5行)’에 의해 사람이 생겨났는데, 이러한 사람에게 ‘1신(3신’(북두칠성)의 신령한 빛이 갖추어져 있으니 이를 ‘心’이라고 하며 유교의 性(明德, 五常)이나 불교의 佛性과도 같다고 하였다. 이렇게 사람 속에 ‘1신(3신)’의 신령함이 갖추어져 있다는 것은 한국선도에서 사람의 본질을 ‘1기(3기)’로 바라보는 것과 같다.

  한국선도에서는 사람 내면의 이러한 완전함을 전제한 위에서 이를 드러내는 3단계 과정으로 ‘성통→ 공완→ 조천’을 제시한다. 신도에서는 이러한 류의 단계가 제시된 경전이나 문헌자료는 없지만, 고대 이래 신도 전승을 담고 있는 유물․유적들을 통한 간접적인 유추가 가능하다.

  필자는 그 대표적인 유물자료로서 ‘妙見菩薩’의 수행적 표상에 주목해 보고자 한다. 앞서 살펴 본 바와 같이 신도의 ‘1신(3신)’은 신․불 습합 단계에 이르러 ‘묘견보살’로 표현되었다. 일본신도의 묘견보살은 전형적인 불교 보살의 이미지 대신 신도의 최고 신격인 ‘1신(3신)’의 이미지로 제작되었는데, 특히 신도의 수행관을 함축적으로 담고 있다.

  일본의 묘견보살상은 역사적으로 여러 차례의 이미지 변화를 겪었지만 정형화된 패턴은 있다. 대체적으로 묘견보살은 거북뱀(龜蛇)에 올라서 있으며 양손에는 日輪․ 月輪을 쥐고 있는데,(<자료10-1>) 일륜 중에는 三足烏가, 월륜 중에는 蟾兎(두꺼비와 토끼)가 그려져 있는 경우도 있다.(<자료10-2>) 또한 머리위에 ‘8輪’형 光背를 두르거나(<자료10-4>) 전신에 ‘8륜’ 광배를 두른 경우도 있다.(<자료10-2>)

 

 

 

 

 

중세 막부시대에 이르러서는 묘견신앙이 日蓮宗을 중심으로 주로 무사계층에서 신행되면서 거북뱀 위에서 칼을 들고 있는 武神의 이미지로 표현되기도 하였으며,(<자료10-3>) 메이지유신 이후 神․佛 분리정책에 따라 불교적 부분은 과감히 탈색되고 완연한 신도 신격으로서의 이미지를 갖추어 현재에 이르고 있다.(<자료10-4>)  

이상에서 살펴본 바, 묘견보살의 3대 표상으로 (1) ‘발치의 거북뱀(龜蛇)’, (2) ‘양손의 日輪(日中三足烏)․月輪(月中蟾兎)’, (3) ‘머리위 또는 전신의 8輪 光背’를 들 수 있다. 무엇보다도 이들 표상은 신도수행의 단계적 진전 과정을 보여주는 표상물로서 의의를 갖는다.

  선도 전통에서 거북이나 뱀(龜蛇)은 地(水)를, 해(삼족오)와 달(두꺼비와 토끼)은 天(火)을 상징하며 양자가 쌍으로 있을 때에는 ‘수․화기의 순환, 곧 ’水昇火降’의 법칙을 상징한다. 발치의 거북뱀과 머리쪽의 일․월은 위치상으로도 정확하게 ‘수․화기’의 순환을 가리킨다.

  한국선도의 ‘기․화․수․토․천부 5기’론에서는 본질인 천부가 조화의 중심점이 되어 기․화․수․토 4대 원소를 뒤섞어 현상의 물질세계를 움직인다고 하였다. 4대 원소중에서도 가장 핵심적인 양대 원소는 ‘水氣’와 ‘火氣’이다.

  중앙의 ‘天符’를 중심으로 하여 水氣(地氣)는 오르고 火氣(天氣)는 내리는 ‘水昇火降’ 현상이 원활하게 일어날 때 나머지 ‘土’ 원소와 ‘氣’ 원소도 저절로 순환, 4대 원소는 저절로 조화를 찾게 된다. 5기 순환의 관건은 중앙의 천부를 중심으로 한 수승화강인 것이다.

  수승화강은 존재계 전체, 곧 대우주의 원리이기도 하지만 소우주인 인간에게도 해당된다. 곧 신장에서 생겨난 수기가 등뒤의 督脈을 타고 뇌 상단전으로 올라가 머리가 시원하게 된다. 심장에서 생겨난 화기는 가슴 앞쪽의 任脈을 타고 배 하단전으로 들어가 배가 뜨거워지게 된다.

이때 가슴의 중단전은 ‘天符’ 조화점이 되어 상단전과 중단전의 수․화기의 중심을 잡아주게 된다. 한국선도에서 천․인․지 삼원의 중심을 ‘인’ 차원에 두는 ‘인차원 중심의 三元調和’의 원리가 인체의 천(상단전)․인(중단전)․지(하단전) 삼원에도 꼭같이 적용되는 것이다.

‘수승화강’ 현상은 ‘성통’과 ‘공완’ 과정을 모두 포함하는 개념이다. 먼저 ‘성통’을 통해 개인 차원의 수승화강 현상이 일어나고, 다음으로 ‘공완’의 과정을 통하여 전체 차원의 수승화강 현상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한국사 전통 속에서는 배달국시기에 해당하는 紅山文化 이래 ‘용과 새(삼족오․매․봉황 등)’ 양대 상징을 통하여 ‘수승화강’ 법칙을 표현해 왔다. 일본신도의 ‘거북뱀과 일․월’의 상징도 배달국 이래의 ‘용과 새’ 상징의 동일 선상에서 이해될 수 있다.

이상에서 묘견보살의 ‘거북뱀’과 ‘일․월’ 상징을 ‘수승화강’, 곧 ‘성통’과 ‘공완’ 과정을 통한 존재계의 생명력 회복의 상징으로 풀이해 보았다.

  다음은 머리위 또는 전신을 감싸고 있는 ‘8륜 광배’이다. 앞서 ‘9기’형 표상물을 살펴 보았지만, 8륜 광배는 전형적인 ‘9기’형 표상물로 볼 수 있다. 8륜의 중앙은 ‘1신(3신)〔천부, 북두칠성〕’에 다름 아니다.

  발치의 거북뱀과 양손의 일․월이 ‘수승화강’을 상징한다면 머리 또는 전신의 8륜 광배는 ‘수승화강’의 과정을 거쳐 최종적으로 존재의 출발점인 ‘1신(3신)〔천부, 북두칠성〕’ 자리로 회귀함, 곧 ‘朝天’을 상징하는 것으로 이해된다.

  이상에서 묘견보살의 3대 표상인 ‘거북뱀’, ‘일․월’, ‘8륜 광배’의 신도수행적인 의미에 대하여 ‘거북뱀’과 ‘일․월’은 ‘수승화강’, ‘8륜 광배’는 ‘조천’의 상징으로 해석해 보았다.

  묘견보살의 3대 표상이 신도수행의 핵심 지표였음은 일본신도의 중심축이었던 천황가의 제례복에 꼭같은 3대 표상이 시문되었던 사실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고대의 神政政治 전통 하에서 신도의 중심에는 천황이 자리하고 있었기에, 초기 신도는 물론 신․불․도 습합의 묘견신앙이나 영부신앙에 이르기까지 천황가가 중심이 되었다. 천황가에서 묘견신앙을 국가적인 차원에서 널리 거행하였음은

  대저 우리 조정에서는 매년 정월 元旦 寅時 一點에 天子께서 먼저 北辰尊星을 배례하고 다음에 天地四方을 拜禮한다. 『江家次第』 卷六에 燈을 北辰에 올리는 일이 보이는데 연중행사에 3월 삼3일에 등을 북신에 공양하며 옛날에는 靈巖寺 등에 奉供하였다.…또 9월 초하루에서 30일까지 京畿內 伊勢나 近江 등의 지방에서 北辰에 燈을 奉供하였다는 문헌들을 생각해 보면 옛날에는 일본 60여 州에서 北辰尊星王에게 모두 燈을 봉헌하고 神供을 받들어서 尊信恭敬함으로써 세상의 평화, 오곡의 풍년, 소원성취, 부귀만복, 여의길상을 기원한 것으로 보인다.

  는 구문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정월 원단에 국왕이 먼저 북두칠성에 예를 올린 다음 천지사방에 예를 올렸다고 하는데, 천지사방에서도 북두칠성을 향사한 것으로 보인다. 곧 헤이안시대 王城의 四方에 묘견보살을 모신 妙見寺(일명 靈岩寺)가 있어 王城의 鎭守가 되었다고 하기 때문이다. 9월 북신제는 한달간 계속될 정도로 큰 행사였으며 일본 60여주, 곧 일본 전역에서 북신제가 성행하였는데, 그 중심에 천황가가 있었던 것이다.

  천황가가 묘견신앙의 중심이 되었음은 천황가의 제례복을 통해서도 잘 알 수 있다. 제례복에 시문된 문양들 중에서 가장 크고 의미있는 것으로 (1) 전․후면 양소매에 시문된 ‘승천하는 雙龍’, (2) 전면 양어깨에 시문된 ‘日輪(日中三足烏)․月輪(月中蟾兎)’, (3) 후면 어깨 부위에 시문된 ‘北斗七星’ 3가지 문양이 있다. 이 세 문양은 앞서 살펴 본 바 묘견보살의 3가지 표상과 위치․구도․의미 등이 동일하다.

  먼저 전․후면 양소매의 ‘雙龍’ 및 전면 양어깨의 ‘日輪․月輪’은 묘견보살의 ‘거북뱀’ 및 ‘일․월륜’과 위치․구도․의미가 같다. 곧 소매 하단의 쌍룡은 ‘地(水)’, 전면 양어깨의 日․月은 ‘天(火)’를 상징하며 함께로는 ‘수승화강’을 상징한다.

  특히 쌍룡이 발치께에서 어깨 쪽의 일․월을 향해 수직 비상하는 형상은 수기는 오르고 화기는 내리는 ‘수승화강’의 실제적 방향성을 보여 주는 것으로 묘견보살이 타고 있는 거북뱀의 위치나 모양에 비해 ‘수승화강’에 대한 더욱 곡진한 설명이 되어주고 있다.(<자료11-1>)

  다음 후면 어깨 부위의 ‘北斗七星’은 묘견보살의 8륜 광배와 위치․의미가 같다. ‘성통’과 ‘공완’ 과정을 통해 ‘수승화강’ 현상이 개체 차원에서 전체 차원으로 확대된 후 사람 내면의 ‘1기(3기)’가 그 출발점인 우주의 ‘1기(3기)〔천부, 북두칠성〕’ 자리로 회귀하는 ‘朝天’의 상징인 것이다.(<자료11-2>)

  <자료 11> 일본 천황가 제례복에 나타난 신도수행 표상

 

   이처럼 묘견보살의 이미지나 천황가 제례복에는 공히 ‘수승화강→조천’이라는 신도수행의 표상이 담겨 있다. ‘수승화강’이 ‘성통→공완’의 결과 개인과 전체의 기에너지가 조화롭게 순환하는 현상을 의미한다고 할 때 일본신도의 수행 표상이 보여주는 ‘수승화강→조천론’은 한국선도의 ‘성통→공완→조천론’과 동일하다고 할 수 있다.

한국선도에서는 사람이 자신속의 생명력을 깨우고 더 나아가 이를 현실사회로까지 확장하여 전체사회의 생명력까지 깨워내야 한다고 보았고, 이렇게 개인과 전체의 생명력이 회복되는 과정을 ‘성통→공완→조천론’으로 정리하였다. 일본신도의 수행 상징에서는 이러한 과정을 ‘수승화강→조천’의 방식으로 표현하였다. 일본신도 역시 개인과 전체의 생명력 회복을 지향하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맺 음 말

한국선도에서는 존재의 ‘본질’을 ‘1기(천․지․인 3기)’〔一 (3 ), 하느님(삼신)〕으로 바라보는데 이는 우주의 근원적인 기에너지로서 ’무선악․무청탁․무후박 또는 무아․무․공’의 속성을 지닌 약동하는 ‘생명력’으로 이해된다.

 약동하는 ‘생명력’ 자체인 ‘1기(3기)’가 움직임을 시작하여 ’9기(5기)‘로 이루어진 ’현상‘의 물질세계가 만들어진다. ’1기(3기)‘는 음․양 이원적 분화 방식에 의해 물질세계를 구성하는 ’8기(또는 氣․火․水․土 4기)‘로 화하게 되는데, 현상의 물질세계는 음․양 이원의 원리에 의해 작동되므로 ’분리‘와 ’대립‘의 속성을 갖는다. 이때 본질인 ’1기(3기)‘의 원초적 생명력이 ’調和點‘이 되어 현상 물질세계의 ’분리‘와 ’대립‘을 조화시키게 된다.

 한국선도에서는 본질인 ’1기(3기)와 현상의 ‘8기(5기)’를 합하여 ’9기(5기)‘로 본다. 본질은 본질대로, 현상은 현상대로 설명하는 논리적 정합성을 추구하자면 당연히 현상은 물질의 차원인 ‘8기(4기)’ 만으로 설명되는 것이 옳을 것이다.

그러나 한국선도에서는 ‘현상’의 ‘8기(4기)’의 이면에 자리한 본질의 요소까지 드러내어 총 ‘9기(5기)’로 설명하였다. 논리적 정합성 보다는 현상의 이면에 자리한 본질을 잊지 말라는 교훈적 의미를 더욱 중요하게 여긴 것으로, 이는 한국선도 존재론의 가장 큰 특징이다.

본질과 현상을 철두철미 하나로 보아왔던 것으로, 이러한 의미에서 ‘9기(5기)’론을 단순히 ‘현상론’으로 표현하기 보다는 ‘본질-현상론’으로 표현하는 편이 더 정확하다. 본질의 연장선상에서 현상을 표현하고 있다는 의미이다.

  본질의 생명력이 현상의 이원적 분리와 대립을 ‘調和’시켜 나가는 방향은 ‘全體’와 ‘公’의 방향이다. 곧 본질은 ‘무선악․무청탁․무후박, 무아․무․공’의 속성을 지닌 약동하는 생명력이자 무심한 緣起의 법칙이기에 ‘全體性’ 또는 ’公性‘을 갖는다. 이러한 ‘全體性’와 ‘公性’은 좀 더 구체적으로 ‘공전을 우선하는 자전’, ‘공평을 우선하는 평등’, ‘구심을 우선하는 원심’의 방식으로 드러난다.

  이는 존재계 전체에 적용되는 원리일 뿐아니라 존재계의 일부인 우리 인간이나 인간사회에도 꼭같이 적용되는 원리이기에 더욱 의미심장하다. 우리 인간사회의 수많은 분리와 대립을 조화시킬 수 있는 기준으로 이러한 ‘全體’와 ‘公’의 기준, 보다 구체적으로는 ‘공전을 우선하는 자전’, ‘공평을 우선하는 평등’, ‘구심을 우선하는 원심’의 방식이 되어야 함을 새겨보게 된다. 이것이 곧 선도의 실천론인 ‘弘益論(’弘益人間․在世理化論‘, ’功完論‘)의 구체적인 강령이 될 것이다.

  한국선도에서는 우주의 기에너지가 갖는 법칙성을 사람에게도 꼭같이 적용하여 사람의 ‘본질’을 ‘1기(3기)’로, ‘본질-현상’을 ‘9기(5기)’로 바라본다. 원래 본질과 현상은 하나로서, 본질이 주도가 되어 현상을 움직이는 것이 정상이다. 그러나 본질은 멀고 현상은 가까운지라 본질을 잊고 현상을 쫓다보면 현상의 이원적 분리와 대립 상태에 갇히기가 쉽다. 현대사회의 소외와 인간성 상실의 문제도 결국은 본질의 생명력을 놓치고 너와 내가 다르다는 분리와 대립의 착각에 빠져있기 때문이다.

현상의 분리와 대립에서 벗어나 본질을 회복하는 방법으로 한국선도는 우선 (1) ‘止感․調息․禁觸 수행’을 통하여 모든 사람의 내면에 자리한 본질로서의 생명력을 깨우며(‘性通’, ‘깨달음’), (2) 개인 차원의 생명력 회복을 전체 차원으로 확대하여 전체사회의 생명력을 깨울 것을 말한다.(‘功完’, ‘弘益人間․在世理化’, ‘깨달음의 실천’) 전체사회의 생명력을 회복하기 위한 기준이 ‘全體’요, ‘公’이고 보다 구체적으로는 ‘공전을 우선한 자전, 공평을 우선한 평등, 구심력을 우선한 원심력’의 방식임은 앞서 살펴 본 바이다.

  (3) 개체의 생명력 회복을 넘어서 전체의 생명력이 회복되었다는 것은 사람들의 내면 깊이에서 움직임을 시작한 ‘본질’의 생명력이 현실 세계 속으로 걸림없이 펼쳐졌다는 의미이다. 내면의 본질이 현상을 주도하게된 것이다. 이렇게 내면의 본질과 현상이 분리되지 않고 하나될 때 사람은 존재의 출발점으로 돌아갈 수 있다고 하였다.(‘朝天’, ‘존재의 궁극적 회귀’)  

한국선도가 사람들에게 제시하는 ‘(1)성통 → (2)공완 → (3)조천’의 메시지 중에서 관건은 ‘공완’이다. ‘성통’은 시작점의 의미가 있으며 ‘공완’은 가장 어려우면서도 핵심적인 본과제이며, ‘조천’은 ‘성통’․‘공완’의 자연스러운 귀결점에 불과하다. ‘공완’, 곧 ‘나를 넘어서 전체의 생명력을 살리는 것’(’홍익인간․재세이화‘)’이 한국선도의 관건인 것이다.

  여기에서 선도의 인간관이 분명하게 드러난다. 사람은 내면의 생명력을 깨움으로써 나의 생명력을 살리고 전체사회의 생명력을 살리며 궁극적으로는 우주의 생명력을 살리는 존재이다. ‘본질’과 ‘현상’의 합일을 주도하는 주체, 곧 내면의 생명력을 깨워 현실세계의 부조화를 치유하고 생명력을 되살리는 ‘생명력 회복의 주체’인 것이다.

  이러한 한국선도의 존재론이나 인간론이 일본신도 전통에 녹아들어 있음은 대단히 놀랍다. 야요이시대 이래 단군조선계 도래인들이 가져온 선도문화가 일본이라는 새로운 토양에 뿌리내려 신도문화로 정착하게 되었던 것이다. 이후 한국선도와 일본신도는 각자의 토양에 맞게 발전하였지만, 사상적 기본 구조에는 변함이 없었음을 본고를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럼에도 한․일 양국에서 선도나 신도의 본질이 온전하게 계승되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한국의 경우 단군조선 이후 선도가 점차 약화되고 중국에서 들어온 三敎(도교․불교․유교)의 영향력이 높아지면서 선도의 ‘國學’으로서의 지위가 순차적으로 불교와 유교에 이양되었다. 특히 조선에 이르러 선도와 극히 대척적인 유교 성리학이 ‘국학’이 되면서 선도는 억압, 이단시되었고 이에 선도의 국학 원류로서의 위상은 말할 것도 없이 선도의 본질 조차도 잊혀져 민속․무속의 차원으로 저락되었다. 근대에 들어 대종교계를 중심으로 선도가 되살아나고 항일평화운동의 정신적 지주가 되기도 하였지만, 광복 이후 다시 서구의 자유주의 및 사회주의사상에 밀리게 되었다.

일본의 경우도 그렇다. 신도문화를 전통문화로서 소중히 아끼고 보존해왔을 뿐아니라 ‘국학’으로서의 위상을 올곧게 지켜온 일본인들의 역사의식이 정말 대단해보이지만, 한편으로 모든 존재에 내재된 생명력을 예찬하고 개인과 전체의 생명력을 회복하고자 하는 홍익적 본질을 가진 신도가 皇國神道로서 왜곡되어 특히 근대에는 제국주의의 논리로 이용되었던 점은 참으로 아쉽고 안타깝기 그지없다.

이렇게 공동의 정신적 유산이 전혀 다르게 계승되어 오다가 급기야는 근대에 이르러 '항일평화론'과 '황국신도'로 적대적인 만남을 갖게 되었다. 적대적 만남 이었기에 한국인이나 일본인 모두 그 동일한 뿌리를 논하기가 대단히 어려웠을 것이다.

그럼에도 한국선도나 일본신도속에 동일한 뿌리의 흔적이 역력하니 언제든 하나로 조우하게 될 것임은 자명하다. 한국선도와 일본신도의 고원한 생명사상과 홍익론이 재조명됨으로써 상처로 얼룩진 한․일 관계가 진정한 화해와 평화의 국면으로 나아가게 되기를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