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역사 속에서, 문화 속에서 토끼는 어떤 모습으로 등장할까. 그런 궁금증을 풀어주는 전시회가 개최되고 있다.

 국립중앙박물관(관장 최광식)은 2011년 신묘년(辛卯年) 토끼의 해를 맞이하여 우리 전통문화 속의 토끼의 의미를 조명하기 위해 테마전시 “재치의 묘, 토끼”를 지난 2일부터 진행하고 있다. 이 전시는 2월 27일(일)까지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달의 정령이며 지혜로운 토끼의 모습을 조명하고 현대인에게 토끼란 어떤 의미인지 살펴보고자 기획하였다.  

 도입부 '토끼와 거북이 이야기'는 토끼와 거북이 설화에 관한 기원을 소개하고 관련 동물 모양의 유물을 전시한다. 이 설화는 원래 불교의 설화에서 유래한 것으로 원숭이와 용(악어) 이야기였는데, 중국에 들어와서 용(악어)이 거북이로 바뀌었다. 우리나라에서는 원숭이가 다시 꾀 많은 토기로 변하여 풍자문학의 소재가 되었다. 사찰에 그려진 토끼와 거북이는 극락세계로 인도하는 영혼의 전달자 역할을 하기도 한다. 관련 유물로 원숭이 모양 묵호, 거북이 모양 주전자(국보 96호),'토끼전' 등을 전시한다.

 

 1부 '십이지신 토끼'는 호랑이와 용 사이에 위치한 네 번째 십이지(十二支) 토끼와 관련된 유물을 전시한다. 십이지의 토끼는 새로운 생명의 탄생과 미래의 태양으로 여겨져 해 뜨는 정동(正東) 방향에 배치되며, 묘(卯)는 문을 형상화 한 것으로 만물이 나오는 생명의 탄생을 의미한다. 통일신라시대 고분을 둘러싼 호석(護石)과 석탑, 고려시대와 조선시대의 무덤에는 무덤을 수호하는 십이지신 토끼가 묘사되었다. 이번 테마전에는 김유신묘 출토로 전하는 납석제 십이지신 토끼상과 십이지신상이 새겨진 고려시대 관료인 허재(許載, 1062~1144)의 석관을 전시한다. 

납석제십이지 묘상

 

납석제 십이지 묘상

통일신라,  전 경북 경주 김유신 묘 출토

높이 40.8cm, 가로(하단) 25cm

  김유신 무덤에서 출토된 것으로 전해지는 십이지신상 가운데 하나이다. 머리는 토끼 모양으로 갑옷을 입고 칼을 들고 있다. 십이지신상은 무덤을 수호하는 역할을 하며, 김유신 무덤의 외부 하단을 둘러싼 돌인 호석護石에도 십이지신상이 묘사되어 있다.

 

2부 '재치의 상징 토끼'는 사랑스럽고 귀여운 동물이자 꾀돌이인 토끼에 관한 내용이다.  ‘빨리 가다’라는 뜻에서 동사 ‘토끼다’라는 말이 유래되었듯이 토끼는 세상의 위험으로부터 잘 벗어날 수 있는 재빠름과 재치를 가진 동물이다. 무엇보다 토끼는 재치의 묘미妙味를 아는 동물로 잘 알려져 있는데, 토끼와 거북이의 이야기인 '토끼전'은 바다 속 용궁에서 간을 내어줄 뻔한 위기를 모면하는 재치 만점의 토끼의 모습을 가장 잘 보여준다. 

'삼국사기'에는 김춘추가 고구려에 잡혀 있을 때, 토끼와 거북이 설화를 이용해 위기를 모면한 내용이 실려 있다. 이 이야기는 잡가의 하나인 '토끼타령', 판소리의 '수궁가', 소설 '별주부전'과  '토끼전'으로 전해왔다. 이러한 지혜로운 토끼의 모습 때문인지 연적과 벼루 등 문방구류에 토끼의 모습이 종종 묘사되었다.

이번 특별전에는 파도 위의 토끼를 묘사한 '백자 청화 토끼 모양 연적'과 '거북이 모양 연적', 그리고 앙증맞은 토끼가 받치고 있는 국보 95호 '청자 투각 칠보무늬 향로'를 전시한다. 

 

청자 투각 칠보 무늬 향로

 

청자 투각 칠보 무늬 향로

고려, 12세기, 국보 95호

높이 15.3cm

다양한 기법으로 정교하게 장식한 향로이다. 연꽃 대좌 아래에는 귀엽고 앙증맞은 세 마리의 토끼가 향로를 받치고 있다. 쫑긋 세운 귀와 흑상감한 검은 눈동자, 가지런히 모은 발 등 생동감 있는 작고 귀여운 토끼의 특징을 간결하게 표현하였다.

 

 3부 '달 속의 토끼'는 전통적으로 달을 상징하는 토끼 이미지를 조명한다. 도교의 신인 서왕모(西王母)를 위해 불사약을 만드는 토끼는 달 속에서 약절구를 찧는 모습으로 그려진다. 토끼와 종종 함께 그려지는 두꺼비는 서왕모가 자신의 남편 예(羿)에게 내린 불사약을 훔쳐 먹고 달로 도망간 항아(姮娥)이다. 항아는 두꺼비로 변해 달의 궁전인 광한전(廣寒殿)에서 약방아를 찍고 있는 옥토끼와 함께 살아가는 존재이다.

                        

백자청화토끼모양연적
       

       

 

백자 청화 토끼 모양 연적

조선,

높이 5cm, 세로 4cm, 가로 8.7cm

  푸른 파도 위에서 물속을 바라보는 토끼 모양의 연적이다. 바다 속 용궁에서 간을 내어줄 뻔했던 상황에서도 재치로 목숨을 건진 <토끼전>의 한 대목이 연상되는 장면이다. 작고 귀여우며 재치 있는 토끼의 특성 때문에 토끼는 연적이나 벼루 등 문방구의 소재로 종종 이용되었다.

 

달 속의 계수나무는 죽지 않는 나무로 토끼와 계수나무 모두 장수를 의미한다. 달 속의 토끼는 음(陰)의 상징이자 다산(多産)의 상징으로 고구려 고분벽화, 통일신라시대 수막새, 고려 수월관음도의 달에서 이와 같은 토끼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전시에는 토끼와 두꺼비가 묘사된 수막새, 약절구 찧는 토끼가 새겨진 동경 등이 전시된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이번 전시는 비록 여리지만 날쌔고 재빠르며, 재치와 착한 마음으로 새 희망을 여는 토끼처럼 슬기롭고 밝은 희망이 가득하기를 기원하는 뜻에서 신묘년 새해에 개최한다"고 밝혔다. 

 

섬토문 수막새
 

 

섬토문 수막새

통일신라, 유창종 기증,

지름 12.5cm

 

 

 

동그란 수막새를 달에 빗대어 토끼, 두꺼비, 계수나무를 한 장면에 표현하였다. 토끼는 약절구를 찧어 불사약을 만들고, 불사약을 먹고 달로 간 항아姮娥는 두꺼비로 변해 있다. 토끼와 두꺼비 위에는 베어도 죽지 않는 계수나무가 서있다. 토끼, 두꺼비, 계수나무는 모두 장수를 상징한다.

  <사진= 국립중앙박물관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