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볕이 따뜻한 국학원 전당(충남 천안) 잔디마당에서 뜻 깊은 다문화 가정 전통혼례가 열렸다. 지난 4월 4일 국제로타리3620지구(천안 충남)가 주최하고 한국조폐공사가 후원한 ‘제2회 지구촌 다문화 축제 한마당’에서는 중국, 방글라데시, 베트남, 필리핀 등지에서 온 신랑 또는 신부와 가정을 이루고도 결혼식을 하지 못한 9쌍의 합동결혼식을 개최되었다.

이날 성무용 천안시장을 비롯해 박상돈 국회의원, 전용학 한국조폐공사사장, 국제로타리클럽 3620지구의 최준호 총재와 문은수 다문화위원장(전임 총재)를 비롯해 국제로타리클럽 회원 200여 명이 함께 했다. 이번 행사에서는 특히 머나먼 타국에 자녀를 보낸 친정 부모, 형제자매들을 초청해 자리를 함께해 기쁨과 감동이 더했다.

문은수 다문화위원장은 환영사에서 “이제 다문화 가정이 우리 사회의 중요한 한 축을 이루는 다양성의 시대에 살고 있다. 구별됨 없이 서로 다양한 문화를 존중하고 인정하며 진정한 동반자가 되자.”며 이번 행사의 취지를 밝혔다.

최준호 총재는 인사말에서 “이 행사가 우리 전통문화를 알리고 교류하는 소통의 장이 되길 바란다. 이들은 한국의 소중한 며느리고 사위이며 이들의 2세들도 대한민국을 이끌어갈 훌륭한 인재가 될 것”고 했다. 전통혼례 본 행사는 (사) 한국전례원 김태원 원장을 집례로 이루어졌다.

머나먼 타국에서 친정부모를 모셔 감동과 기쁨 더해

먼저 흥겨운 풍물놀이패의 소리에 맞춰 청사초롱과 함께 등장한 신랑이 기러기를 들여 불변의 약속을 하는 전안례(奠雁禮)로 시작되었다. 금슬을 상징하는 청실홍실과 절개를 나타내는 소나무, 대나무 잎, 장수와 복, 부를 상징하는 대추, 밤, 쌀 등으로 차린 교배상을 가운데 놓고 신랑과 신부가 마주 서서 순서에 따라 절을 하는 의식인 교배례(交拜禮), 표주박 술을 주고받는 의식인 합근례(合巹禮) 등으로 진행되었다.

흥겨운 가운데서도 각각 깊은 의미를 담은 우리 전통혼례 절차에 따라 정성스럽게 이루어졌다. 신랑 신부들은 낯선 절차에 간혹 당황스러워 보였으나 얼굴에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이어 부모님들을 앞에 모시고 신랑 신부가 큰 절로 감사를 표하는 것으로 혼례를 마쳤다. 식후 행사로는 신랑 신부를 위한 고운 선율의 가야금 병창이 있었다.

기러기를 들이는 전안례를 비롯 교배례, 합근례 등으로 정성스러운 전통혼례 진행돼

이날 참석한 한 하객은 “우리 전통혼례가 무척 아름다웠다. 기러기를 들고 입장하는 것부터 하나하나가 서로에 대한 존중과 가정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의미가 담겨 있다는 것이 알게 되었다. 통상 어수선한 가운데 짧게 끝내는 요즘 결혼식과는 너무 달랐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날 결혼한 신랑 신부는 모하드(방글라데시) 전기정씨 , 김창환 왕려매(중국)씨, 유재경 응웬티투이(베트남)씨, 박영규 마아지나글랜드로(필리핀)씨, 박상구 박다스마리에다엠(필리핀)씨, 강동석 씨에로씨옵라돌(필리핀)씨, 박승권(중국) 고혜윤씨, 이웅직 윤귀복(중국)씨, 오서균 유엔티홍션(베트남)씨이다.

이번 행사에서 우리의 전통문화가 숨쉬는 국학원과 한민족역사문화공원을 장소로 지원한 장영주 국학원장은 “우리 사회의 일원인 다문화가정 합동결혼식을 우리 민족의 전통혼례로 연 것은 매우 뜻 깊은 행사이다. 국적, 인종, 종교를 떠나 인간과 자연을 아우르는 우리의 철학이 바로 홍익정신이다. 서로 아끼고 보듬는 가정을 이루길 바란다.”며 “앞으로도 우리 전통문화와 홍익정신을 대내외에 알려줄 뜻 깊은 행사를 최대 1만 명까지 수용이 가능한 국학원과 한민족역사문화공원에 유치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