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구리도 긴 겨울잠에서 깨어난다는 경칩(驚蟄)과 낮과 밤의 길이가 같다고 하는 춘분(春分)이 들어있는 삼월(三月)은 봄 절기를 완연하게 느끼게 하는 달이다. 삼월은 어떤 형태이든 우주의 삼라만상(森羅萬象)이 자연의 섭리(攝理)에 따라 새로운 매듭을 시작하는 것이 분명하다. 1년 4계절은 그 첫 번째 계절인 봄이 3월부터 시작한다.

3이라는 숫자는 옛날부터 울리 조상들이 좋아하는 숫자로 서양의 7이라는 숫자에 비유할 수 있다. 숫자 3에 대한 이야기를 아는 대로 한번 소개하고자 한다. 우리 한국민족은 옛날부터 유달리 3이라는 숫자를 좋아하고 일상생활 속에 연관된 속 깊은 뜻이 숨어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첫째, 우리 민족의 개국신화인 단군설화에서 보자.

환인(桓因)의 아들 환웅(桓雄)이 항상 인간세상을 탐내어 다스리기를 원했다. 아버지는 아들의 뜻을 알고, 삼위태백산(三危太白山)을 내려다보니, 인간세계를 널리 이롭게 할 만 하여 이에 천부인(天符印: 신의 위력과 영험한 힘을 보여주는 신성한 물건) 세(3)개를 주어, 내려가서 세상 사람을 다스리게 했다.

환웅(桓雄)은 무리 3천명을 거느리고 태백산(太白山: 지금의 묘향산)꼭대기의 신단수(神檀樹)아래에 내려와서 이곳을 신시(神市)라고 칭하고 최고의 우두머리가 되니, 이분을 환웅천왕(桓雄天王)이라 한다. 그는 풍백(風伯), 우사(雨師), 운사(雲師) 3인을 거느리고 곡식, 수명, 질병, 형벌, 선악 등 인간의 3백 60 가지의 일을 주관하여 인간세계를 다스려 교화시켰다고 삼국유사에 기록되어 있다. 또한 세발달린 까마귀(三足烏)가 고구려의 상징물로 전해 내려오고 있는데 우리 민족이 전통적으로 3이란 숫자를 신성시 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둘째, 풍습이나 민속놀이에서도 3이라는 숫자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승패가 갈리는 각종 민속놀이인 씨름, 윷놀이, 줄다리기에서는 삼세번, 삼세판이 기준이 되어 판가름한다. 풍물놀이에서 삼채장단, 야외놀이에서 음식을 먹기 전 3번에 걸친 고수레 풍습, 화투놀이의 고스톱, 아이를 낳은 집에서 외부인의 출입을 삼갔던 삼칠일 금기(3・7日 禁忌: 21일 풍습), 삼월삼짇날 야외 꽃놀이, 장례나 제사에서 볼 수 있는 3년상(三年喪), 3일장(三日葬), 삼상향(三上香), 삼색과실(三色果實), 삼우제(三虞祭),삼헌관(三獻官) 삼년의 상기를 마칠 때가지 남의 상사에 조상하지 않는다는 삼년부조(三年不弔) 풍습 등 찾아보면 또 나온다.

셋째, 우리 조상들이 즐겨 써왔고 지금도 교훈적으로 많이 쓰고 있는 속담에서도 3이라는 숫자가 많이 발견된다.

서당 개 삼년이면 풍월을 읊는다. 삼년 가뭄엔 살아도 석 달 장마에는 못산다. 세살버릇 여든까지 간다. 세살 먹은 손자에게도 배운다. 삼년 동안 긴 간병을 하는 구병(救病)에 불효난다. 삼년 먹여 기른 개가 주인 발등을 문다. 삼대 적선을 해야 동네 혼사를 한다. 삼대 주린 귀신 삼십리 강짜 중매 잘하면 술이 석 잔, 못하면 빰이 석대 등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

넷째, 일상생활에서도 많이 쓰고 있다.

만세삼창, 운동경기에서 3등까지 메달을 준다. 숫자 3이 왜 이토록 우리의 정신문화와 생활 속에 깊이 녹아들었나를 내 나름대로 한번 생각해 보았다. 3은 1과 2가 합쳐 나온 숫자다. 3은 완벽하거나 조화롭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물건을 받쳐주는 받침대가 가장 안전한 것이 바로 세발이 달린 받침대다. 어린아이들이 타는 자전거도 두발자전거보다 세발자전거가 훨씬 안전하다. 나침반, 망원경, 카메라 같은 것을 야외에서 사용할 때 꼭 필요한 것이 삼발 받침대가 아닌가? 세상 살아가는데 삼자가 들어간 말이나 제도를 보아도 조화와 안정의 뜻을 담고 있음을 쉽게 알 수 있다.

최고 권력 자리의 삼선금지, 권력의 삼권분립, 재판의 삼심제, 조선시대의 삼정승제, 사람을 발탁할 때의 삼망, 사람을 추천할 때 삼배수 등 헤아려보면 또 있다. 매사에 삼자가 들어간 말이나 제도에는 시비나 이의가 거의 없다. 그래서 나는 공직에 있을 때 어떤 어려운 일이 생기면 3자를 생각하면서 해법을 구하곤 했다.

한자 문화권에 사는 우리는 한자를 단순한 글자로만 보지 말아야 한다. 한자는 상형문자(象形文字)이지만 글자 이전에 철학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글자의 획 하나하나에 깊은 뜻이 들어있고 지혜가 있어 우리에게 좋은 길잡이가 된다.

한자 “삼(三)”이라는 글자는 그 획이 셋으로 되어있다. 제일 위의 획이 하늘(天)을, 가운데 획은 사람(人)을, 맨 밑의 획은 땅(地)을 의미하는 것으로 신성한 숫자를 뜻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天․地․人을 상징하는 숫자다. 서양의 숫자 3(Three)은 나무(Tree)에서 연유했다. 나무가 상징하는 풍요, 번영, 안정이 동양의 三자와 같은 의미를 갖는다고 하니 인간의 정신세계는 동․서양이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또 깨우치게 된다.

장홍열 한국기업평가원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