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평화대학원대학교 국학과 교수 정경희

한민족 선도의 목표는 인간의 근본상태를
회복하여 현실세계에서 평화를 실현하는 것


한국선도의 사상·수행법은 선도의 3대 경전인 ‘천부경(天符經)’ ‘삼일신고(三一誥)’ ‘참전계경(參佺戒經)’에 잘 드러나 있다.  또한 선도사상에 입각한 역사인식, 곧 선도사관(仙道史觀)은 ‘부도지(符都誌)’ ‘환단고기(桓檀古記)’ ‘규원사화(揆園史話)’ ‘청학집(靑鶴集)’등 선도사서(仙道史書)에 잘 나타나 있다.

여러 선도사서들 중에서도 특히 두드러지는 선도사관을 보여주는 책자는 1950년대 이후 재발굴된 ‘부도지’이다. 원저자는 신라 눌지왕대 관인 박제상(朴堤上)(363~419)으로 전하는데, 한국 근대 이후 이를 세간에 최초로 공개한 인물은 박제상의 55세손인 박재익(1895~?, 박금)이다. 

근대 이후 등장하기 시작한 많은 선도경전·선도사서들의 내용에는 분명히 중국계 사상 전통과 구별되는 고유 독자성을 갖추고 있지만 사료비판 문제에 걸려 그 가치를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고 있고, ‘부도지’ 역시 같은 문제에 놓여있다.
‘부도지’는 사료비판의 측면에서는 더욱 엄밀히 고증돼야 하는 문제가 있지만, 그 안에 중국계 사상과 구별되는 한국 선도만의 고유한 논리가 실려 있다면, 사료비판 문제와는 별개로 연구돼야 할 것이다.

부도지의 내용을 보면, 매우 상징적이고 비유적인 표현방식과 단순치 않은 논리구조를 보게 되는데, 그럼에도 한국 선도사상이나 선도사관의 원형이 잘 드러나 있다.

내용은 크게 두 부분으로 볼 수 있다.  제1부는 ‘존재론 및 사관(史觀)’ 으로 사서로서의 기본이론이 실려 있으며, 제2부는 ‘인류사 및 한국사의 시원‘ 으로 제1부에서 제시한 존재론 및 사관을 직접 역사에 대입해 얻어낸 부분이다.
제1부 ‘존재론 및 사관’ 부분에는 한국선도의 존재론적 인식과 한국선도 고유의 역사인식이 드러나 있다. 한국선도의 존재론이 담겨있는 역사 인식은 ‘선도적 역사 인식’, 곧 ‘선도사관’으로 이름 해 볼 수 있다.

부도지의 ‘선도사관’에서는 인간시조들의 마고성 생활시기를 이상시 한다. 여기에서 마고성은 모든 조건이 갖추어진 환상적인 유토피아가 아니다. 마고성이란 개념은 한국선도의 엄정한 존재론적 인식을 바탕으로 파생돼 나온 개념이다. 한국선도의 존재론에서는 존재 (一)를 구성하고 있는 세 요소, 곧 존재의 세 차원(삼원 三元)으로서 천(天, 정보)·지(地, 질료)·인(人, 에너지氣)을 제시하며 이중에서도 특히 인(人, 에너지氣) 에 삼원 조화의 중심 역할을 부여하고 있다.

인간 역시 이 세 차원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보는데, 이 세 차원이 가장 순조롭게 작동, 인간의 정신(天정보, 人에너지)과 몸(地질료)이 가장 이상적인 상태를 ‘마고성’ 상태로 표현하고 있다. 또 마고성의 인간들은 “천지(天地)의 본래 음(本音)을 증명(修證)하는 역할을 잘 수행함으로써 존재계의 질서를 바로 잡았다”고 한다. 인간의 정신과 몸이 가장 이상적인 상태를 유지함으로써 삶의 터전인 세상을 조화롭고 평화롭게 유지해 갔다는 의미다. 이 조화를 잃고 병들면, 몸담고 사는 존재계도 함께 병든다는 것을 우리는 너무나 잘 알고 있다. 

선도수행을 통해 우리는 정신과 몸의 어그러진 상태(삼도 三途)를 돌이켜 원래상태(삼진 三眞)를 회복하려 한다. 이를 선도에서는 ‘성통(性通)’이라 한다. 더 나아가 전인적(全人的) 인격체를 회복해 현실세계를 평화롭고 조화로운 상태로 바꾸려 하는데 이를 ‘공완(功完)’이라 하고, 이 공완에 의해 구현된 세상을 ‘홍익인간·이화세계’ 라고 한다.

선도의 목표는 다름 아닌 ‘성통’과 ‘공완’이다. 부도지에서는 ‘성통’과 ‘공완’이 이루어진 상태를 마고성의 상태로 표현한 것이다. 그러므로 선도의 궁극적 목표는 성통·공완이자 마고성의 상태라고 할 수 있다. 

인류가 마고성에서 나왔다는 것은 인류의 정신과 몸이 조화를 잃고, 삶의 터전인 세상도 덩달아 조화를 잃었다는 의미다. 따라서 마고성에서 나온 이후의 인류사 및 한국사를 서술할 때 한결같이 ‘복본(復本)’이라는 기준을 적용하게 됐다. ‘복본’이란 ’인간의 근본상태(本)‘를 회복한다(復)는 의미다. 선도수행론의 ’복본‘ 개념은 역사 인식으로도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

부도지는 이처럼 인류사 및 한국사를 바라보는 기준으로서 ‘복본’의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여러 선도사서 속에 드러난 선도사관 중에서도 복본사관 경우처럼 한국선도의 존재론적 인식과 깊이 연결돼 있을 뿐 아니라 시종일관 ‘복본’이라는 하나의 관점을 철저히 고수하고 있는 경우는 드물다. 선도사관 중에서도 부도지의 복본사관은 가장 선명하고 강렬한 사관으로 평가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