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채우 |  국제뇌교육종합대학원 국학과 학과장

노자도학(老子道學)문화연구회가 11월 초 북경에서 개최한 국제학술대회에 참석할 기회가 있었다. 중국 최고의 연구기관인 사회과학원에서 “전 세계적으로 대규모 학술대회를 개최하는데, 경비를 부담할 테니 중국어 논문을 발표할 수 있겠냐”고 해서 처음엔 귀를 의심했다.

그간 우리나라에서 중국학자들을 초청해왔지 중국에서 해외 학자들을 대규모로 초청하면서 비용을 부담하고 진행한 경우는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중국이 세계 2위의 경제대국이라더니 이젠 대국행세를 하려고 하나?”라는 생각도 들었다. 아무튼 그동안 써두었던 논문이 있어서 부랴부랴 북경으로 출발했다. 가서 보니 이 학술대회 진행을 위해 중국 도교에 관심을 가진 한 기업가가 60억 원을 기부했다고 한다.

중국에서 천부경이 전 세계적인 보편성을 얻을 가능성 확인

북경의 최고급 호텔에는 전 세계에서 온 700여 명의 도교 전공학자들이 모여 있었고, 중국 전역의 도관에서 도복을 차려입고 온 도사들도 있었다. 도사 중에는 파란 눈의 서양처녀도 있었다. 나는 이번 기회에 중국의 도교학자들을 만나면 우리 천부경 연구를 부탁하려고 천부경에 대한 한문 주석본과 국학원 및 국제뇌교육종합대학원이 2007년도 공동개최한 천부경 국제학술대회에서 발표된 천부경 관련 중국어 논문들을 함께 복사해서 10부를 준비해갔다.

중국의 유망한 중진 학자를 비롯해 실력 있는 교수나 전문 학자를 선정해서 천부경 연구를 부탁했더니 모두 흔쾌히 받아들였다. 사실 대부분 중국학자는 한국과 교류하기를 희망한다. 왜냐면 일단 거리가 가깝고 둘째 기본 연구자료가 한문으로 되어 있으며 셋째 중국어가 그런대로 통하기 때문이다. 또 그들 중에는 도교 수련 시에 나타나는 뇌파의 변화를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학자들도 있었다.

난 눈이 번쩍 뜨였다. 우리 대학원이 바로 이 부분을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대학원이라고 설명하고 앞으로 공동연구와 교류의 기회를 마련하자고 제안했다. 아마 이들을 통한다면 중국 내에서 뇌교육이 전파되는데 훨씬 수월할 것이다. 그런데 유럽에서 온 학자 중에도 중국어를 유창하게 구사하는 이들이 있었다. 나는 무릎을 쳤다. “아하! 우리 천부경을 중국뿐 아니라, 전 세계에 전할 수 있겠구나! 이게 정말 하늘이 준 기회구나!” 일단 프랑스 고등사회과학원의 유명한 도교학자 까뜨리느 데스퍼 교수와 아일랜드의 한스 게오르그 교수에게 준비한 자료를 건넸다.

“이것은 중국과 다른 한국 고유의 도교경전입니다.”라고 하니 그들은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 “한국에 그런 것이 있나요?” 사실 그들은 한국 도교에 대해서는 전혀 관심조차 없었거나 중국 도교의 아류 정도로 밖에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 게다가 천부경 원문은 81자밖에 안 된다고 하니 의외로 더 관심을 갖는 듯했다. 사실 중국 도교경전들은 수천 종이 있지만 별 내용도 없이 양만 많은 경우가 허다하다.

거기에 최치원, 전병훈, 계연수, 김형탁, 이고선, 이유립 선생 등 천부경에 대한 한문 주석과 중국어 논문도 얻게 되자 매우 좋아했다. 전혀 생각도 못했던 한국 고유의 경전을 얻고 연구 자료를 한 무더기 받은 데다 한국에 초청을 해주겠다고 하니 말이다.

천부경의 단순성을 최대한 활용하는 세계화 전략이 요구된다

지면 관계상 더 긴 이야기는 하지 못하겠지만, 아무튼 이번에 중국이든 유럽의 학자이든 중국과 다른 한국 고유의 경전이 있다는 것과 81자밖에 안 되는 우리 천부경의 그 간단함으로 인해 오히려 더 큰 환영을 받는 것을 보았다. 이 두 가지 간단한 사실에서 세계적인 보편성을 얻을 가능성을 분명히 보았다. 난 일단 국학의 세계화는 바로 천부경을 통하는 것이 가장 좋겠다고 생각한다. 국학을 전공하는 사람으로서 우리 국학의 전통이 정립되고 이를 세계에 알리는 데에는 먼저 이 천부경의 단순성을 최대한 활용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본다.

그다음에 삼일신고, 참전계경, 규원사화, 환단고기 등도 순차적으로 전해주면 저절로 우리 국학이 전 세계에 알려질 수 있을 것이다. 여기에 우리가 조금만 더 관심을 갖고 지원을 해준다면 우리 고유사상이 전 세계에 스스로 뿌리를 내리고 새로운 결실을 맺을 것이다.

우리와 접촉한 외국학자들을 통해서 우린 또 다른 연구자들을 만나게 될 것이고 외국학자들은 자국어로 천부경 논문을 쓸 것이다. 그 논문은 또 그다음의 논문들을 저절로 산출해낼 것이다. 이번에 적지만 10알의 씨앗을 뿌렸다고 생각한다. 난 개인적인 논문발표보다도 내 손을 통해 전해진 10편의 천부경이 너무나 자랑스러웠다. 이제 그 씨가 싹을 틔우고 자라서 우리 국학이 세계적인 학문이 되고 세계를 이끄는 새로운 이념이 되는데 작은 도움이라도 되기를 두 손 모아 기원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