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수종 씨가 바라본 안중근 의사는 어떤 분이십니까?
먼저, 그동안 너무 모르고 있었다는 것을 느꼈죠. 이토 히로부미를 처단한 우리의 독립투사라는 그냥 큰 테두리에 있는 안중근 의사로만 알고 있었습니다. 동양평화론을 제창한 사상가·철학자로서의 모습, 천주교인으로서의 모습, 부모님과 자식을 사랑하는 인간적인 단면을 모두 가진 한마디로 대한사람의 하나셨습니다. 지금 일본에서조차 안 의사의 철학과 사상을 연구하고 있는데 우리나라에서는 과연 심층적으로 다뤄 졌나 고민도 하고 좀 더 이런 분들과 가까이 접할 기회가 많았으면 하는 바람도 생겼죠. 여러모로 연극을 통해 느낀 점이 많습니다.

- 사상가로서의 안중근 의사는 어떤 분이신지
천주교 신자로서 살인에 대해 회개할 때의 모습은 정말 큰 죄를 지은 듯 참회하지만 이 나라 이 조국 앞에는 종교조차 넘는 그런 모습을 보고 정말 대단한 철학을 가진 분이라고 느꼈습니다. 이번에 이 연극을 하면서 “내가 무지했다. 왜 이런 분들을 이렇게 모르고, 우리의 윗세대 분들이 이런 분에 대해서 가르치려고 했었던가?” 라는 의구심도 가지게 되더군요. 정말 다행스러운 건 연극을 보고 간 아이들이 안중근 의사의 책을 찾아보고 동양평화론이나 안 의사가 지적한 이토 히로부미의 죄목 15조항을 질문한다니 연극하길 잘했다고 느낍니다.

- 연극을 하시면서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은
강인하고 철두철미한 독립투사로서의 모습과 이토 히로부미를 처단한 이후의 모습은 상상이 갔죠. 그런데 자식을 사랑하는 아버지의 모습, 어머니에 대한 아들로서의 모습을 발견하고 가슴이 무너집니다. 그때는 한 인간의 모습입니다. 정말 우리하고 똑같은. 안중근 의사도 어쩔 수 없는 한 어머니의 아들, 한 아이의 아버지, 한 여자의 남편이었습니다. 그런 모습을 표현할 때 좀 더 진중하게 몰입해서 연기합니다.

- 민족에 대한 사랑을 표현할 수 있는 장면이나 대사가 있다면
어머니 조 마리아 여사가 “중근이가 죽어도 괜찮다. 나에게는 또 아들이 있고 또 손자가 있기 때문에 이 아이들이 또 이 나라를 짊어질 힘이 있다.” 라고 하는 대사가 있어요. 그 말씀 속에 나라와 민족을 사랑하는 마음이 절절하게 느껴집니다. 이런 집안에서 자라신 분이 어떻겠습니까. 자기 하나의 희생쯤이야 하지 않았겠나 싶었죠. 또 하나는 안중근 의사 대사(臺詞) 중에 이토 히로부미 죄목 15조항이 있거든요? 제가 그걸 다 일일이 열거를 할 때 가슴에서 뜨거운 감정이 치솟습니다. 그 집안도 안중근 의사도 정말 대단하신 분들입니다. 어르신들이 그러시더라고요. 이런 영웅이 필요하다고.

- 지금까지 연기한 영웅들에게서 공통점은
시대와 배경은 다르지만 같은 것이 하나 있죠. 마음속 굳은 심지와 진심이 있습니다. 또 하나 자기 가족을 사랑하는 인간적인 모습은 하나같습니다. 가화만사성(家和萬事成)이란 말이 있지 않습니까? 가정이 밑바탕이 된다는 것이죠.

- 최수종 씨의 가정은 어떻습니까?
저는 아이들과 아내에게 존대합니다. “왜 그랬어요? 오늘 뭐 배우고 왔어요? 와! 정말 멋졌겠네요. 왜 다쳤어요? 조심해야죠.”라고 합니다. 둘째아이 생일파티 때 우리 딸과 제가 대화하는 모습을 보고 아이 친구들이 “야 너네 아빠 왜 너한테 저렇게 얘기하니?” 묻더랍니다. 딸이 “우리 아빠는, 우리뿐만 아니라 엄마든 누구든 다 존댓말을 하셔.” 라고 하니까 그 친구들이 “정말 부럽다.”고 했답니다. 그 얘기를 듣고 아이들 마음속에는 자신을 존중하고 배려해주는 그런 마음에 감동한다는 것을 알게 되죠. 

- 말씀을 듣다 보니 홍익의 철학을 몸소 실천하고 계십니다.
홍익은 배려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니까 상대를 어떻게 배려하고 서로 대화를 하느냐에 따라서 모든 것이 차이 날 수 있어요. 하나 말씀드리면 아내 하희라 씨가 평상시에 차분하다가 운전할 때면 조급해합니다. 저는 그 사람에게 항상 잘한다고 합니다. 그냥 그 사람에 대한 것을 존중해주고 배려해주는 거죠. 그리고 대화합니다. 저는 집에 가서 아이들과 얘기도 많이 하고 하희라 씨 하고도 많은 이야기를 하는데 하나하나 다 얘기합니다. 한 번도 그냥 스쳐 지나간 적이 없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