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경희 | 국제뇌교육종합대학원대학교 교수


한국 선도의 창세(마고)신화에서는 마고성이라는 이상향에서 생활하던 현 인류의 시조, 천인들이 ‘오미의 화(禍)’ 이후 천·지·인 삼원의 조화를 잃어버리게 되었다. 따라서 세상도 덩달아 삼원의 조화를 잃고 질서가 교란되었다고 설명한다. 

마고성에서 살 수 없게 된 천인들은 차츰 마고성을 빠져나가게 되는데, 이때부터 ‘천부의 전승’에 대한 기록이 등장하고 있다. ‘천부경’, ‘천부인’, ‘천부삼인’ 등 한국 선도에서 ‘천부’는 가장 중요한 핵심 키워드인 셈인데, 마고신화에서는 이를 어떻게 설명하고 있을까? 

‘오미의 화’ 이후 사태를 수습할 수 없을 정도가 되자 마고성내의 4종족(황궁족, 백소족, 청궁족, 흑소족) 중 맏이인 황궁족의 수장 황궁씨는 흰 띠 풀을 묶어 마고 앞에 사죄하고 언젠가는 “마고성에서의 근본 상태를 회복하겠다.”는 서약, 곧 ‘복본(復本)의 서약’을 한 후 마고성에서 물러나게 된다. 

이때 황궁씨는 마고성을 떠나가는 모든 종족에게 ‘천부天符’를 신표로 나누어주었다고 한다. 천부가  복본의 서약을 상징하는 것인 만큼 천부란 ‘복본’, 곧 ‘마고성에서의 근본(本) 상태’를 상징하는 상징물에 다름 아닐 것이다. 
마고성 출성 이후 시작되는 현생 인류사를 관통하는 단 하나의 기준점이 ‘복본’인 만큼, 복본과 동일한 의미를 갖고 있는 천부 또한 대단한 비중으로 서술되고 있다.

마고신화는 마고성에서 분거해 나간 4종족 중에서도 특히 복본의 사명을 스스로 맡아서 모든 종족에게 천부를 신표로 나누어주었던 황궁족계의 역사를 중심으로 서술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특히 ‘복본’과 관련된 부분, 곧 ‘천부의 전승’ 부분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천산주로 이주해 간 황궁족은 무엇보다도 복본의 약속을 잊지 않고 계속 지켜가기 위하여 황궁족의 우두머리를 통하여 지속적으로 천부를 전승하였다. 황궁씨는 유인씨에게, 유인씨는 환인씨에게 천부를 전하였다. 이들의 노력으로 햇빛이 고르게 비치고 기후가 순조로워지는 등 세상이 현저히 안정되고, 사람들의 괴이한 모습도 점점 본래 모습을 찾게 되었다.

환인씨에게서 천부를 전해 받은 환웅씨는 천웅도(天雄道)를 수립, 배를 타고 사해를 순방하여 천부를 잊지 않을 것을 호소하고 건축법, 배와 탈것 제작법, 음식을 익혀 먹는 방법 등도 가르쳤다.

환웅씨의 천부는 임검씨에게로 계승되었다. 임검씨는 특히 마고성을 본뜬 부도(符都)를 건설하여 사해에 천부를 전하는 중심 근거지로 삼았다.  임검씨의 천부는 부루씨를 거쳐 읍루씨에게로 이어졌다. 읍루씨는 요임금 이래 중원의 종족에 의하여 천부의 진리가 왜곡된 것을 슬프게 생각하여 마침내 천부를 봉쇄하고 입산하였다고 한다.

이렇게 마고설화는 천인들의 마고성 출성 이래 천부가 황궁씨→유인씨→환인씨→환웅씨→임검씨→부루씨→읍루씨 7대로 이어지는 7세 7천 년간의 역사를 중심으로 인류사 및 한국사의 시원 부분을 설명해 내고 있다.

마고설화에서는 마고성 시기를 인류사가 궁극적으로 도달해야 할 목표이자 이상으로 설정한 후 마고성 출성 이후 7세 7천 년간은 마고성 시기에 비해서 존재계의 질서가 상대적으로 교란되었다고 본다. 그러나 마고성 시기를 상징하는 천부가 지속적으로 전승되었던 점에서 그나마 천부가 잊혀지는 이후의 시기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이 평가할 수 있다. 곧 마고설화에서는 마고성 시기와 마고성 출성 이후의 시기를 엄정하게 구분할 뿐 아니라, 마고성 출성 이후의 시기에 대해서도 7세 7천 년간의 시기 및 읍루씨 이후의 시기를 ‘천부를 잊지 않고 전승해간 시기’ 와 ‘천부를 잊어버린 시기’로 엄정하게 구분하는 것이다.

여기에서 우리는 ‘천부’가 한국 선도의 궁극적 목표인 ‘복본’을 위한 신표이자 징검다리이며, 한국사 속에서 ‘천부’라는 단어가 사라질 듯 사라지지 않고 면면히 생명을 이어오게 되었던 궁극적인 이유를 문득 자각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