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훈 저│ 지식산업사

중국이 펼치는 동북공정의 속셈을 한국에 처음으로 알린 기자가 그 허구를 벗겨 낸 책을 출간했다. 지식산업사에서 펴낸 『발로 쓴 反동북공정』이 바로 그것.

이정훈 기자는 2003년 중국 광명일보에 실린 「고구려사 역사 연구의 몇 가지 문제에 관한 시론(試論)」을 찾아내 번역 보도함으로써, 중국이 고구려를 그들의 역사에 넣으려 하는 논리를 이 땅에 처음 알렸다.

그때부터 필자는 문제의식을 갖고 6년간 중국과 일본 북한 그리고 베트남까지 돌아다니면서 중국이 펼치는 동북공정에 대한 실체를 조사했다. 그리하여 찾아낸 것이 고조선은 한반도가 아닌 깊은 요서 지역에 실존했다는 것. ‘깊은 요서 지역’이란 지금의 내몽고자치구 적봉시의 홍산구를 중심으로 한 일대를 말한다.

책의 주요 골자는 다음과 같다. 서기 전 8000년 전부터 아주 발달한 신석기 문화가 존재했고 그 주인공들은 흙을 빚는 마술사였다. 푸른 옥돌을 박은 반가부좌 자세의 여신상 조각이 발견된 곳에서는 곰과 새를 숭상한 듯 웅상(熊像)과 조상(鳥像)의 흔적도 발견된다. 곰을 숭배하고 여신을 숭배한 이 사회는 훗날 웅녀족으로 불리게 되는 종족이 아니었을까.

이후 청동기 문화를 가진 환웅족과 가장 큰 세력인 웅녀족이 결합해 단군이라고 하는 새로운 대표를 만들었을 것이다. 이것이 고조선의 탄생과정이다. 고조선 청동기는 황화 중류에서 일어난 중국 청동기와 전혀 모양이 달랐다. 비파형 동검은 그 후 한반도로 전래돼 세형동검을 낳고 일본으로 건너간다.

지구적인 기후 변화와 함께 중국 춘추전국시대의 철 병장기 발달 등으로 고조선 문화는 요동(만주)과 한반도로 빠르게 동진했다. 혼란기를 거쳐 고조선의 영역에서 부여가 일어나 패권을 잡다가 부여에서 갈라져 나온 고구려가 이 지역을 다시 통일하는 것이다.

필자는 이러한 모습을 일일이 현장을 찾아다니면서 사진을 찍고 메모를 하면서 확인했다. 한민족을 중국보다 먼저 청동기를 개발했으나 철기 개발에 늦어 고조선 때부터 밀리기 시작하면서 고향인 요서를 떠나 만주와 한반도로 이주하게 됐다는 것이다.

그러나 고조선의 후예는 항상 중국 문화와 대립각을 세웠다. 한반도에 들어온 세력은 조선 시대 소중화를 자처함으로써 중국의 문화 속에 들어갔으나 만주에 있는 세력은 최근까지도 중국과 싸웠다. 북위를 세운 선비족, 요나라를 세운 거란족, 금나라를 세워 송나라를 압박한 여진족, 원나라를 만든 몽고족, 그리고 청나라를 세워 다시 한번 중국을 압박한 여진족이 바로 그들이다.

필자는 저서에서 여진족은 한민족의 일원이라는 주장을 펼친다. 이 주장을 하기 위해 그는 중국 자료와 일본 자료를 펼쳐보인다. 반면 중국은 오랫동안 그들을 괴롭혀온 이들을 영원히 흡수하기 위해 선비와 거란과 여진과 몽고족은 중국을 만든 일부라는 주장을 한다. 이를 위해 내놓은 방법이 동북공정이고 서북, 서남공정이다.

필자는 반동북공정 논리를 펼치기 위해 100여 장의 사진과 수 십장의 지도를 작성했다. 그리고 마지막에 위서 시비가 일고 있는 『한단고기』에 대해 발품 판 취재를 함으로써 한국의 역사관을 반도에 한정하지 말자는 주장을 한다. 한국인의 무대는 요서와 요동, 한반도였다며 대륙사관을 갖자고 주장한다.

필자의 역사관에 동의하지 않더라도 동북공정에 대해 관심 있는 독자라면, 한 번쯤 읽어볼 만한 자료이다. 역사도 기자의 취재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준 역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