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다시 광복절이 돌아왔다. 36년간 우리를 억압했던 일제의 식민지배는 끝이 났지만, 그들의 민족 말살 정책은 우리 민족의 철학, 역사, 문화에 대한 인식을 주인에서 노예로 바꿔 놓았다. 때문에 우리는 아직도 진정한 광복을 이루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광복 62주년을 맞아, 우리에게 진정한 광복이 무엇인지, 그 의미를 깊이 생각해 봐야 한다.
식민지 시대 일제의 교육목표는 조선 역사의 부끄러운 점만 들추어내어 민족혼을 말살하고, 황국신민이 되게 하는 것이었다. 이는 조선총독부 ‘조선 식민 통치사’에 그대로 드러나 있다. “조선인들은 유구한 역사적 자부심과 문화에 대한 긍지가 높아 통치가 어렵다. 그들을 대일본제국의 신민(臣民)으로 만드는 방법은 그들의 가장 큰 자긍심인 역사를 각색하여 피해의식을 심는 것이다. 조선인을 뿌리가 없는 민족으로 교육하여 그들 민족을 부끄럽게 하라. 문화 역시 일본의 아류임을 강조해 교육해야 한다.”
이것이 우리 고대사를 왜곡한 제국주의 일본의 명백한 의도였다. 그들마저도 한국인들을 “유구한 역사적 자부심과 문화에 대한 긍지가 높다"고 이미 인정하고 있는데, 그들의 음모로 눈이 가려진 우리만 스스로를 평가절하하고 있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일제의 식민사관은 실증사학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채 지금도 학교에서 그대로 교육되고 있다.


진정한 독립을 이루지 못하면 100년 전 상황 되풀이 될 지도 모른다


그리고 독립기념관을 방문하는 관광객 수 1위가 일본인이라는 사실은 무엇을 말해주는 것일까? 그들은 우리의 독립기념관을 둘러보며, 과거에 한국을 통치했던 적이 있는 일본인으로서의 자부심을 다시 되새기고 가는 것이다.
이러한 때에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유태인들은 자기민족이 나치에게 탄압받은 역사를 아이들에게 다큐멘터리로 생생하게 가르친다. 부모들은 끔찍한 광경을 보지 않으려고 고개를 돌리는 아이들의 귀를 잡고 그 치욕스러운 민족의 수난사를 끝까지 보게 한다고 한다. 그런데 우리는 아이들에게 무엇을 가르치고 있는가? 힘없는 민족이 어떤 고난과 박해를 받게 되는지를 그렇게 처절하게 겪고도 유태인과 우리는 이렇게도 다른가?
현재 식민사관에 젖어있는 역사는 우리 국민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주지 못한다. 비전이 없는 역사는 죽은 역사이다. 우리가 진정한 광복, 진정한 독립을 이루어내지 않으면, 또 다시 100년 전의 상황이 되풀이될 지도 모른다. 그 뼈아픈 고난과 비극의 역사를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우리의 고유한 정신문화를 되살려내어 민족의 중심철학으로 세워야 한다.
이제 우리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것은 정신과 문화의 독립이다. 지금까지 어떤 정부도 이런 문제에 관심을 둔 적이 없었다. 이것이 우리 국학의 현실이다. 국학의 중요성을 모르는 나라, 그래서 국학이 정립되지 않은 나라, 국학을 2세들에게 가르치지 않는 나라가 된 것이다. 우리가 국학을 부활시키지 않는다면 현재 높은 자긍심으로 국학대학을 운영하고 있는 일본, 각 대학마다 국학원을 만드는 중국 사이에서 우리의 정신문화는 영영 사라질 것이며, 국제무대에서 우리는 영원히 중국과 일본문화의 아류로 남고 말 것이다.


홍익인간의 21세기 이름은 ‘지구인’


국학은 민족을 민족답게 하는 철학과 사상의 정수이다. 민족의 얼과 생명이다.
한 민족의 과거이자, 미래이며, 세계무대에 당당히 설 수 있는 자부심과 긍지이다. 우리 국학이 정말로 국학다우려면 저 넓은 동북아를 누비며 ‘널리 인간을 이롭게 하라’는 치세철학으로 찬란한 문화를 꽃피웠던 우리 선조의 선도문화에서 그 뿌리를 찾아야 한다. 학문이라는 작은 울타리 안에 갇힌 국학이 아니라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꿈과 희망이 되는 국학이라야 한다.
21세기 국학은 자국이나 자기 민족만을 위한 것이어서는 안 된다. ‘지구’를 위한 국학이어야 하고, ‘평화’를 지향하고 실천하는 국학이어야 한다. 필자는 ‘홍익인간’의 21세기 이름을 ‘지구인’이라고 지었다. 지구인은 ‘지구’와 ‘평화’를 중심 가치로 삼고 실천하며 살아가는 사람이다. 이러한 지구인을 교육하고, 지구인공동체를 지구상에 실현하는 것을 모든 민족과 국가가 지향해야, 인류가 바라는 평화의 시대가 열릴 것이다. 그리고 이것이 진정한 광복이고, ‘높고 새로운 문화의 근원이 되어 진정한 세계평화를 이끌 문화대국이자 지도국’을 꿈꾸신 김구 선생의 소원이 이루어지는 길이기도 하다고 믿는다.             


이승헌 | 국제 뇌교육종합대학원대학 총장, 국학원 설립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