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국학원 자문위원
정문헌 국회의원


벚꽃축제 기간이라 여의도 국회의사당 주변은 꽃과 인파에 휩싸였다.

정문헌 의원 사무실에 들어서자 전통적인 분위기가 물씬 풍겼다. 멍석위에 놓여 있는 탁자에서 차를 마시면 넉넉한 마음을 나눌 수 있을 것 같고 천부경 병풍을 바라보면 역사가 솔솔 나올 듯싶다. 국회의원 중에 우리나라 최고의 경전, 천부경을 이해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고 한다.

강원도 속초, 양양, 고성이 지역구인 정문헌 의원은 지난해 교육인적자원부 국정감사에서 “교과서에 ‘고조선은 단군왕검이 건국하였다고 한다’는 내용이 무슨 뜻이냐. 이 표현은 매우 수동적이다. 어디선가 전해들은 이야기를 옮겨놓은 형태로 쓰여 있다. 삼국유사와 동국통감이 다른 나라 역사책인가"라며 교과서 개정을 강력히 요구한 바 있다.

정 의원은 지난 해, 강원국학원과 인연을 맺어 시민강좌에서 2차례나 우리역사 바로세우기와 중국의 동북공정 음모에 대해 강의를 했다. 그리고 얼마 전 강원국학원의 자문위원으로 위촉받고 국학보급에 힘을 보태는 후원금을 내기도 했다.

지난 4월12일도 국회 교육위원회에서 ‘일제강점기’ 또는 ‘식민통치기’로 된 표현을 ‘대일항쟁기’ 또는 ‘항일기’로 바꾸려는 제안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는 “우리는 고려 때의 몽고지배기를 대몽항쟁기로 표현한다. 그런데 일본이 이 땅의 주인으로서 지배했다는 뜻의 ‘일제강점기’ 또는 ‘식민통치기’란 표현을 우리 스스로 쓰는 것은 맞지 않는다”며 우리 헌법에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법통을 이어받아’로 돼 있므로 대일항쟁기로 하는 것이 헌법 정신과 일치되는 것임을 강조했다.

그와 잠시 나눈 대화를 소개한다.


학교에서 배우지 않은 세대임에도 우리 상고사에 관심을 둔 계기는.
▲조부, 외조부께서 우리 상고사와 선도문화를 공부하신 분들이라 자라온 환경영향일 것이다. 외조부께서는 국내에서 독립운동을 하시다가 깊은 산 속 암자로 피해 들어가 공부하셨다. 해방 후, 5선 국회의원으로 정치활동을 하면서도 늘 정치는 부업이고 우리 상고사와 철학이 내 본업이라고 하실 만큼 역사에 관심이 많으셨다.
그리고 어렸을 때 친손자처럼 귀여워해 준 할아버님과 동년배인 분들에게 많은 역사 이야기를 듣고 자랐기 때문이다. 그런데 학교에서 배운 역사가 너무 달라 의구심과 함께 관심을 더 많이 갖게 되었다.


시민강좌강사로서 국민에게 전하고 싶었던 뜻은.
▲이 시대는 서구사상의 한계점에 이른 때이다. 문화예술 측면에서 포스트 모더니즘을 보면 공허함이 엿보이듯, 물질만능사회에서 정신적으로 목마른 시대이다. 그 와중에 생명체인 지구가 훼손되고 있다. 문제는 어떻게 공존하는가이다. 그 답을 우리 역사에서 찾을 수 있다. 이탈리아가 그리스를 바탕으로 르네상스를 일으켰듯 우리는 우리 역사에서 핵심을 찾아 한민족 르네상스를 일으켜야 한다. 바로 우리 역사를 살아있는 역사로 만들고자 한다.

우리 역사 속에서 찾은 핵심은.
▲가장 큰 근간이 홍익인간 재세이화이다. 나라를 세울 때 보통 자기 민족, 백성(民)에 대한 지침을 만드는데, 우리 선조는 사람 ‘人’이란 큰 개념을 써 ‘가장 보편적인 인류애’를 밝혔다.
서양은 국가를 계약의 확대라는 개념으로 보지만 우리는 가족이 확대된 개념으로 본다. 흉년이 들면 곳간을 풀어 이웃을 먹이는 것이, 서양에서는 안 해도 그만이지만 우리는 그렇게 하는 것이 정상적인 일이다.
그 나눔이 우리 민족의 유전자 속에 깊이 뿌리내려져 있다. 바로 이 홍익철학이 21세기의 평화로운 세상을 만들 수 있는 핵심이다.


국학후원을 하게된 계기는.
▲지인을 통해 강원국학원의 오원석 국학원장을 만났다. 거기서 우리 역사와 철학에 뜻을 함께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에 감격했고 우리 뿌리를 알리고 홍익인간 이화세계를 구현하고자 하는 국학활동이 마음에 들었다. 반드시 해야 될 일이기에 응집력을 실어야 한다는 마음에 참여했다. 굉장한 인연이라고 생각한다.
아직 인연이 짧아 평가할 입장은 못 되지만 국민건강을 위한 활동, 역사복원, 민족 정체성 회복에 노력하는 방향이 옳다고 본다.     


국민과 국학활동가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는?
▲우리가 경계해야 할 것은 우리 국민이 고구려나 치우천왕 등에 열광하는 이유가 넓은 영토나 강성했던 국력 측면에서만 보는 대리만족 또는 폐쇄적인 민족주의로 가는 것이다.
절대 국수주의가 될 수 없는 진정한 우리 정신문화의 핵심을 잘 보아야 한다.
그리고 역사기록을 보면 세상일 모두가 다 왕이 한 것 같지만 작은 일들이 모여 큰 일이 이뤄진다. 여러분의 에너지가 잘 모여서 세상의 흐름이 조금씩 바뀌는 것이다. 지향하는 목표가 같아 함께하고자 한다.
 
정 의원은 앞으로도 지역구민과 만나는 자리에서 우리의 중심철학을 바로 세우기 위해 시민강좌에 계속 참여할 예정이다. 또한 국학평화봉사단과 함께 지역 결식아동을 돕기 위한 활동을 활발하게 전개할 것이다. 우리 역사 속에서 찾은 핵, 홍익철학과 21세기 평화사상을 꽃피울 한민족 르네상스를 위해 힘차게 전진할 그의 행보에 기대를 걸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