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00년 전 고구려 사신이 우리 곁으로 왔다. 고대 한국인을 묘사한 우즈베키스탄 아프로시압 궁전 벽화를 국내에서도 실물크기로 볼 수 있게 됐다. 
동북아역사재단(이사장 김학준)은 아프로시압 궁전 벽화 중 고대 한국인이 포함된 서벽의 그림을 실물크기로 모사 복원하여 23일 국립중앙박물관 3층 중앙아시아실에서 공개했다. 우즈베키스탄에 가지 못하는 국민이 이방인의 눈에 비친 고대 한국인의 모습을 국내에서 직접 확인할 수 있게 됐다.

아프로시압 궁전 벽화는 7세기 소그디아 왕국의 바르후만 왕의 재위시에 제작됐다. 정사각형 건물의 동, 서, 남, 북 4면에 그려져 각각 높이 2.6m, 가로 11m에 달하는 규모를 자랑한다. 또한 사실감이 뛰어나 회화사적으로도 기념비적인 작품으로 인정받는데 왕을 중심으로 여러 나라에서 온 사절도와 사냥, 혼례, 장례 등 당시 다양한 생활상을 엿볼 수 있어서 역사‧문화적으로 매우 가치가 높다. 특히 서벽에 새 깃털을 꽂은 조우관(鳥羽冠)를 머리에 쓰고 고리 모양의 손잡이가 특징인 환두대도(環頭大刀)를 허리에 차고 있는 두 인물은 고구려인일 가능성이 제기되어 일찍부터 학계의 주목을 받았다.

▲ 조우관인물-복원전. <사진=동북아역사재단>

하지만 아프로시압 궁전 벽화는 1965년 발견된 이후, 보호 조치가 미흡하여  심하게 훼손된 상태다. 이 때문에 서벽의 고구려인으로 추정되는 사절의 모습도 전체 윤곽과 조우관의 형태만 겨우 확인할 수 있다.  재단은 2013년 우즈베키스탄 국립사마르칸트박물관과 협정을 맺고 벽화 복원과 보호를 위한 사업을 공동으로 추진해왔다. 재단은 이미 강서대묘, 덕흥리벽화고분, 안악3호분, 수산리고분 등 고구려 벽화를 디지털로 복원한 경험이 있다.

아프로시압 궁전 벽화를 모사하기 위해서는 훼손 전 원형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재단은 디지털 실체 현미경, 적외선 분석기, 자외선 분석기 등 첨단 장비를 동원하여 원 벽화의 안료를 분석하고 원 그림의 모습을 추적하였다. 또 한국의 사진 전문가를 동원해 직접 벽화를 정밀하게 디지털로 촬영하여 고해상도 이미지를 확보하였다. 이를 통해 모사도 2벌을 제작하여 각각 재단과 아프로시압 박물관에 소장하였다. 그 중 고구려인으로 추정되는 사신도가 있는 서벽은 당시 기법을 복원하여 실제 벽체와 동일한 크기로 제작하여 이번에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전시하게 된 것이다.

▲ 조우관인물-복원후. <사진=동북아역사재단>

아프로시압 궁전 벽화에 보이는 고구려 사신의 당당한 모습은 700여 년간 동아시아 국제질서의 축으로서 국제성을 확보하고 있던 고구려의 모습이며, 국제질서의 정세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는 당당한 권력행위의 주체로서의 위상을 보여준다.

동북아역사재단은 "이번에  제작한 실벽 모사도는 과학적 조사와 디지털 기술을 활용하여 구소련에서 제작한 기존 모사도보다 정확성이 더 높다"며 "향후 연구와 보존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재단은 아프로시압 유적 및 궁전벽화의 디지털 복원 영상물을 5개 국어(한국어, 우즈베키스탄어, 러시아어, 영어, 프랑스어)로 제작하여 아프로시압 박물관을 찾는 전 세계 관광객에게 7세기 고구려의 위상을 국제적으로 알려나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