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년 동안 자유학기제가 전국의 811여 개 연구학교에서 운영되었다. 2015년에는 1천500개교가 자유학기제를 시행할 것으로 예상되며, 2016년에는 전면 시행될 계획이다. 

자유학기제 연구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운영에 대한 만족도가 실시 이전에는 5점 만점에 3.58점에서 실시 후 3.71점으로 높아졌다. 특히 '교육과정 및 수업', '교육 결과' '학교생활 행복감' 영역에서 학생들의 만족도는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8일 제주 서귀포여중을 방문한 황우여 교육부 장관은 "자유학기제에 대한 수요가 폭발함에 따라 2015학년도에는 참여학교 비율을 전체 중학교의 70% 수준까지 높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경쟁에 찌든 학생들에게 자유학기제는 시험의 부담에서 벗어나 꿈과 끼를 발견하고 미래를 설계할 수 있는 교육 정책으로 대두되고 있다. 
 
그러나 자유학기제가 제대로 안착하기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문제가 적지 않다. 작년도에 자율과정운영의 저해요인으로 꼽았던 것은 체계적인 인프라 제공 및 연계망 부족(88.2%)이었다. 이외에 교사의 업무과다(86.6%), 일회적이고 과시적인 프로그램 운영(82.6%), 외부지원 의존으로 인한 비용 부담 과중(80.8%) 등이 있다. 
 
특히 학생들의 체험활동이 제대로 이루어지려면, 제도적으로 지역사회가 학교를 지원하는 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실제로 체험 인프라가 부족한 농어촌 지역에서는 진로체험을 할 장소를 찾기가 어렵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직업 체험장을 찾더라도 대부분은 일회성 탐방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한번 탐방했다고 해서 나에게 맞는지 아닌지를 판단하기란 매우 어렵다. 실제로 해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것이 직업의 세계다. 
  
자유학기제의 모델인 아일랜드의 전환학년제(Transition Year)는 진로 체험의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고 있을까.

아일랜드 학생들은 본인 스스로 직업 체험을 찾아서 나선다. 카센터에서 차 정비공으로 일을 하기도 하고 대학에 지원하기도 하고, 지역사회를 직접 찾아가 봉사활동에 참여한다. 물론 지역사회에서는 아이들에게 필요한 도움을 제공해 주어야 한다는 인식이 저변에 깔려있다. 이 1년을 보낸 학생들은 자신의 적성과 소질에 대한 확신을 갖게 된다. 
 
우리나라의 자유학기제를 아일랜드 전환학년제와 비교해볼 때, ‘자기주도적인 진로 체험’의 측면에서 좀 더 보완이 필요하다. 이는 체험 인프라에 대한 고민과 외부 의존으로 인한 비용 부담을 감소시킬 것이다. 
 
아일랜드 전환학년제의 한국형 선도모델을 기반으로 한 대안학교 벤자민인성영재학교가 있다. 이 학교는 자기주도적 생활과 체험적 인성교육으로 글로벌 인성영재를 양성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벤자민인성영재학교의 학생들은 1년이란 기간 동안 자신이 하고 싶은 것들을 계획하고 탐구한다. 짜여진 커리큘럼대로 교육을 받는 게 아니라 좌충우돌하면서 자신의 답을 찾아간다. 프로그램을 계발하거나 공연을 기획하고, 멘토의 도움으로 그림 전시회를 열기도 한다. 어떤 학생은 작곡을 배우다가 자기에게 맞지 않는다는 것을 느끼고 진로를 바꾼 경우도 있다. 멘토링 시스템과 자기주도적인 진로 체험은 자신의 적성과 진로를 찾기 위한 충분한 환경을 제공하고 있다. 
 
자유학기제가 성공하려면 아일랜드 전환학년제와 같이, 학생 스스로 자신의 적성을 찾아 나설 수 있는 폭을 확장시켜야 한다. 학교라는 틀 안에서만 교육할 것이 아니라 틀을 세상 속으로 펼쳐놓는 것이다. 꿈을 찾아갈 수 있도록 날개를 달아주는 것, 이것이 자유학기제의 진정한 취지이다. 
 
글. 김보숙 기자 bbosook70@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