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민족이 '광활한 만주벌판'을 장악하며 문화적, 경제적 우위를 점했다는 역사 기록이 있다. 그러나 오늘날 좁은 한반도 위에서 세계 경제의 위기에 휘청거리는 대한민국을 보면, 대륙에 펼쳐졌다는 역사는 멀게만 느껴진다.

그런데 경제도 '사람이 하는 일'이라며, 유럽과 유라시아 대륙·남미 등지와의 열린 네트워크에서 '창조경제'의 출발점을 찾아야 한다는 이가 있다. 창조경제연구회장이자 유라시안 네트워크 이사장인 이민화 교수이다.

한국 벤처의 산 역사이기도 한 이 교수를 지난 11월 13일 서울 강남구 도곡동 카이스트 소프트웨어 연구센터에서 만났다.

그는 양극화되어 가는 세상의 권력과 경제구조에 대한 대안으로 우리 역사 안의 홍익인간과 천지인이라는 인문사회적 가치를 제안했다. 또한, 한국에 스티브 잡스, 마크 주커버그와 같은 인물이 나오려면 '판'이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창조경제'를 선도한 인물로 인정받아 왔는데, 최근에는 '유라시안 역사인문학' 특강을 열고 있다. 특히 유라시안에 주목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새로운 사업을 하는 측면에서 생각하자면, 창조경제와 유라시안네트워크가 다르지 않다. 경제적 관점에서 보는 것이 창조경제이고 인문학적 관점으로 보면 유라시안네트워크이다. 중국, 독일 등의 철학이 아니라 우리나라가 이바지할 수 있는 가치로 세계와 소통할 수 있는 것을 찾았다. 유라시안네트워크는 창조경제의 출발점이다.

전 세계 구조를 보면 어느 민족이든 세계 문화권에는 강한 문화적 네트워크가 있다. 그들만의 이너서클(inner circle)을 갖추어 힘의 균형관계를 유지한다. 유대인, 중국인, 앵글로색슨족 등 다 이런 관계를 맺고 있는데, 몽골리안인 우리만 없다. 그런데 다른 네트워크는 지역 패권을 추구하는 배타적 제국주의가 많다.

유라시안 네트워크는 그것과 달리 모두를 존중하며 상호 동질성을 확보해 나가는 열린 네트워크이다. 특히 유라시안 인문학의 뿌리는 우리의 전통문화다. 한국의 역사, 철학, 문학 등 문화가 유라시아 대륙을 거쳐 남미까지 펼쳐져 있다.

이들 국가의 인문학을 연구하여 연결망을 강화하는 것은 이 세상에 새로운 가치를 제공하는 의미 있는 일이 될 것이다. 우리가 다른 나라와 일하기도 좋아지고 또한, 전 세계 발전에 긍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

- 그 뿌리인 우리나라의 문화는 어떤 것인가?
"우리나라의 인문학은 '순환'에 관한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유명한 '죄수의 딜레마'라는 게임이 있다. 짧은 이해관계(利害關係) 상황에서는 자기가 이기려는 사람이 승리하지만,  반복되는 게임에서는 착한 사람이 이기는 것을 보여준다. 우리 사회에도 이런 반복적 선순환, 반복되는 구조가 필요하다.

우리나라 고유의 경전인 천부경에는 '일시무시(一始無始)', '일종무종일(一終無終一)'이라는 구절이 있다. 하나에서 시작해 하나로 끝나며 반복되는 세상의 이치를 그리는 것이다. 또한, '본 심본 태양앙명(本心本 太陽仰明)', 인간의 본 마음은 태양과 같이 밝은 것이라고 한다. 이것은 이기심의 승화 과정을 설명하는 것이다. 이런 우리 민족의 '홍익인간 이화세계' 정신이 유라시아 대륙에 펼쳐져 있다.

인중천지일(人中天地一)의 뜻은 천지가 사람으로 순환한다는 것이다, 세상에는 양과 음, 성장과 분배, 낮과 밤과 같이 대립하는 개념이 있다. 그러나 어느 것이 좋고, 다른 것이 나쁜 것이 아니다. 두 기운이 순환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것이다.

경제에서도 마찬가지로 소비자와 생산자가 있다. 이것이 서로 대립하는 것이 아니다. 문제는 양극화되면서 순환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문화를 다시 연구하고 알려서 밝은 세상의 선순환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이러한 것을 설명하는 천부경은 인류가 가져가야 할 미래 자산이다.“

- 넓은 대륙에 우리나라의 문화가 전해져 있다는 것인가?
"핀란드, 헝가리, 불가리아를 거쳐 터키와 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 등뿐 아니라 몽골, 동남아의 네팔, 베트남에 이어 중남미의 멕시코, 페루 등 인디오 국가들까지 이런 한국의 맥을 같이한다. 족두리 비녀와 색동옷, 족두리와 갓을 쓰는 것, 바둑, 윷, 달집 놀이 등의 우리 전통문화와 비슷한 모습이 멕시코 등지에서 그림과 사진으로 발견된다.

그리고 우리의 천지인 정신이 그들 국가에서는 하늘을 향한 천신 사상이나 태양에 대한 숭배 등으로 이어져 있다.“

- 우리나라에 그런 문화가 있었는데, 왜 지금 현대인들은 잘 알지 못하는가?
"조선의 500년 동안 우리나라는 '다 닫은 나라'였다. 한국의 역사는 조선 외에는 개방 국가였다. 국가가 닫히면서 안으로 사색 당쟁(四色黨爭)으로 싸우고 밖으로는 국가지위가 바닥을 쳤다.

일반적으로 닫힌 국가는 문제가 된다. 중국도 폐쇄적이었던 명나라 때 쇠락했다. 닫아놓으면 통치자의 권력은 커지지만 나라는 쇠락한다.

지금이 국가경쟁력 13, 14위라고 하는데, 역사상 가장 약했던 신라 때만 해도 세계적 지위가 5위 권이었다. 고려는 세계적인 무역 강국이었다. 조선 500년과 일제 36년 동안 폐쇄적인 국가가 되면서 쇠약해졌다.

요즘 역사를 논할 때 한국 근대사에 집중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것은 균형상 잘못된 것이다. 예를 들어 현재 지폐에도 조선 등 근현대사 인물만 나오지 않는가? 이 기간은 우리 역사의 전체의 3분의 1 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 우리나라는 훨씬 열린 국가였다. 코리아(KOREA)는 이런 고려를 계승한다는 뜻이다.

그 인문학의 뿌리를 연구하고 연결망을 구축하면 한국의 위상이 정치경제적으로 달라질 것이다.“

 

- 그런 시대를 위해 앞으로는 어떤 인재가 필요하다고 보는가?

"경제 구조와 함께 시대가 변화하고 있다. 이전에는 내가 갖춰야 할 것이 학식이나 능력 등의 전문성(capability)이었다면, 지금은 그에 더해서 창조(creativity)와 협업(collaboration)하는 3C의 인재상이 필요하다. 그리고 실제로 그런 사람이 성공하는 세상이 되어야 한다.

현대 사회는 치열한 경쟁 구조로 되어 있어 전환의 사고가 부족하다.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는 필수적인 문제이다. 순환도 가진 자로부터 시작한다. 얻은 것은 내가 돌려주겠다는 뜻을 가지는 것이 필요하다.

엘리트 그룹으로부터 나의 재능(talent)이 나만의 것이 아니라 우리의 것이라는 생각을 해야 한다. 이기심을 승화하는 사회가 될 때, 우리는 타락하는 것이 아니라 더욱 발전할 것이다.“

- '창의적인 인재'가 한동안 이슈였다. 그러나 한국에 스티브 잡스와 같은 인물이 나오지 않는 이유가 무엇일까?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의 문제이다. 창조성은 패러다임이 변화해야 나오는 것이다. 이전 우리나라의 경제성장구조는 조선이나 반도체와 같이 선진국을 추격하던 형태였다. 이때는 독창적인 사람보다 열심히 쫓아가는 '팔로워(follower)'가 필요했다. 그때는 '창조자'를 튄다는 이유로 배제했었다.

소설 <데미안>에서 이야기하듯이 알을 깨고 나와야 한다. 현재의 판에서 그런 것이 만들어지지 않는다. 애플의 스티브 잡스나 페이스북의 마크 주커버그와 같은 사람이 나오려면, 그런 사회 풍토가 필요하다.“

- 구체적으로 어떤 풍토인가?

"어떤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나? '실패에 대한 지원'이다. 앞서 말했든 빨리 쫓아가는 패스트팔로워(fast follower) 시대에 실패는 불성실한 아이들이 하는 것이었기에 실패한 사람을 늘 채찍으로 응징해 왔다. 정답을 찾도록 직진하는 교육을 한 것이다.

그러나 이런 시대에는 창조성이 나오지 않는다. 개척자, 퍼스트 무버(first mover)의 시대에는 실패를 지원해야 한다. 인류의 역사상 우리가 정답만 찾았던 것이 아니다.

실패도 학습 일부이다. 그래서 실패에 대한 경제적 지원과 복지 안전망이 필요하다. 지금은 창업에 실패하면 재도전이 어렵다. 그래서 창업을 피하는 것이다. 우리 사회에 혁신에 대한 안전망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시간이 허락하는 범위에서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도록 지원해야 한다.

혁신은 인간다운 삶을 위해서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내는 것이다. 그런 혁신에 대한 안전망을 만들고, 실패했더라도 다시 도전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구조를 만들어야 일류 국가이다.“

- 현실적인 지원이란 어떤 것인가?
"창업에 대한 투자시장이 필요하다. 융자해서 창업하면 실패했을 때 재기하기 어렵다. 투자 활성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또한, 투자비 회수 시장을 활발히 해서 이익을 얻을 길을 열어줘야 한다. 세상은 선의(good will)로 되는 것이 아니다. 이기심을 승화하도록 해야 하지, 그냥 두면 지속 가능하지 않다.

그래서 반복되는 투명한 구조가 만들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손님이 왔을 때 덤을 더 얹어주는 가게가 잘되지, 서울역 앞에서 뜨내기에게 저울을 속여 파는 가게가 성공하지 않는다.“

이민화 교수는...
중앙고, 서울대, 카이스트 석사 박사를 졸업했다. 메디슨 대표, 벤처기업협회 초대회장,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한국대표, 한국기술거래소 이사장, 기업호민관 등을 역임했다.
현재 카이스트 초빙교수, 유라시안네트워크 이사장, 한국디지털병원 수출사업협동조합 이사장, 창조경제연구회 이사장, 한국디지털병원 수출사업협동조합 이사장으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글. 조해리 기자 hsaver@naver.com
사진. 강만금 기자 sierra_leon@live.com